'210전 211기' 최은우, 아빠 생일날 프로 첫 우승..3주 연속 생애 첫 우승자 탄생

주영로 2023. 4. 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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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9언더파 정상
최종일 6언더파 몰아치며 4타 차 역전 우승
호주유학파 출신, 아마 시절 이민지 등과 경쟁
고지우 2위, 김수지·이소미 공동 3위
최은우.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김해(경남)=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9년 동안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난 걸 감사드리며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210전 211기, 투어 데뷔 9년 만에 감격의 첫 승을 거둔 최은우(28)가 우승 뒤 때마침 이날 생일인 아빠에게 축하와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최은우는 23일 경남 김해 가야 컨트리클럽 신어·낙동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총상금 8억원·우승상금 1억4400만원)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버디만 6개 골라내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이날만 6언더파 66타를 몰아친 최은우는 합계 9언더파 207타를 적어내 고지우(21·8언더파 208타)의 추격을 뿌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유해란(21)과 상금왕 박민지(25)가 모두 불참한 이번 대회 관심사는 앞서 메디힐 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주미(28)에 이어 또 다른 깜짝 우승자의 탄생에 쏠렸다.

투어 9년 차 최은우가 깜짝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210전 211기 만에 프로 첫 승을 차지해 이예원(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이주미에 이어 3주 연속 생애 첫 우승자가 됐다.

2019년 236전 237기 끝에 프로 첫 승을 올린 안송이(32)에 이어 KLPGA 투어 최다 출전 우승 역대 2위다.

최은우는 호주 유학파 출신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 인근의 ANK골프아카데미에서 골프를 배웠다. 주니어 시절을 호주에서 지낸 최은우는 중학교 2학년 때는 9차례 우승과 5차례 준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보였다. 당시 호주 아마추어 무대는 한국계 이민지, 오수현 등이 평정했고 최은우는 그 틈에서 강자로 이름을 떨쳤다.

아마추어로 프로 대회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0년 그렉 노먼 주니어 마스터스에서 최연소 우승해 그해 호주에서 열린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 최연소 출전했고, 2011년 고교 1학년 때 호주여자오픈에서 공동 49위, 2012년엔 같은 대회에서 공동 16위에 올랐다.

호주에서 학업을 마친 최은우는 2014년 귀국해 KLPGA 투어의 문을 두드렸다. 드림(2부) 투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기록하며 상금랭킹 5위로 2015년 KLPGA 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화려했던 아마추어 시절과 달리 프로 무대에선 생각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외국에서 살아온 탓에 국내 무대가 낯설었다.

KLPGA 투어에서 활동해온 최은우는 여러 차례 시드를 잃을 뻔한 위기가 있었다. 데뷔 첫해 상금랭킹 60위, 2017년에는 56위로 아슬아슬하게 시드를 지켰다. 그때마다 시드를 잃지 않고 버틴 게 최은우에겐 작은 힘이 됐다.

지난해에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두 차례 톱10에 들어 상금랭킹 34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 5번째 대회에 출전한 최은우는 마침내 211번째 대회에서 그토록 바라왔던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종일 경기에 나선 최은우는 전반에만 6번과 7번 그리고 9번홀에서 3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후반 들어서도 13번홀을 시작으로 14번 그리고 16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1타 차 선두를 지켰다.

먼저 경기를 끝낸 고지우가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선두에 이름을 올리자마자 최은우는 16번홀에서 버디로 1타 차 선두로 다시 앞서 갔다.

17번홀과 18번홀에선 타수를 줄이지 못했으나 1타 차 선두로 경기를 끝낸 최은우는 챔피언조로 나선 이소미가 18번홀에서 이글에 실패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최은우는 “선두와 타수 차가 많이 나 우승보다는 제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생각이었다”라며 “9년 차에도 불구하고 우승이 없었던 것은 저한테는 이겨내야 할 부분이었다. 올해는 우승이라는 목표보다는 샷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투어에 참가하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나섰더니 오히려 선두에 올랐을 때 부담이 없었고, 더 즐기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아빠가 생신이다. 아빠에게 최고의 선물을 한 것 같다”며 “첫 우승을 했으니까 앞으로 남은 대회에서 다승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지우가 8언더파 208타를 쳐 2위에 올랐고, 김수지(27)와 이소미(24) 공동 3위(이상 6언더파 210타), 임희정(23)과 김민별(19), 이다연(26)이 공동 5위(이상 4언더파 212타)로 대회를 마쳤다.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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