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랑외교 상징 친강 부장 취임 후 막말 쏟아내는 中 외교관들 [특파원+]

이귀전 2023. 4. 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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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대표하는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이 부임한 후 중국 외교관들이 상대국을 존중하지 않는 표현을 섞어가며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중국대사는 지난 21일 방송된 프랑스 TF1 방송 인터뷰에서"구소련 국가들조차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며 "그들의 주권 국가지위를 구체화한 국제적 합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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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中대사 “구소련국가,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 없어”… 발트3국 中대사 초치
필리핀 中대사 “대만 주재 필리핀인 15만명 생각 대만 독립 반대해야” 인질 묘사
中 “필리핀 언론 문맥 맞지 않게 인용”… 문제 발언 대사 발언 전문에 그대로 담겨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대표하는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이 부임한 후 중국 외교관들이 상대국을 존중하지 않는 표현을 섞어가며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중국대사는 지난 21일 방송된 프랑스 TF1 방송 인터뷰에서“구소련 국가들조차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며 “그들의 주권 국가지위를 구체화한 국제적 합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중국대사.
루 대사의 발언은 과거 소련에 속했고 현재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의 주권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격분한 발트 3국은 24일 자국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할 예정이다. 발트 3국은 중국과 동유럽의 협력모델인 ‘17+1 동유럽 경제협력체’에서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잇달아 탈퇴한 바 있다.
에드가스 링케빅스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국제법과 국가 주권에 대한 주프랑스 중국 대사의 발언은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중국 측의 해명과 해당 발언의 완전한 철회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가브리엘리우스 란트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발트 3국이 왜 중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중재를 신뢰하지 않는지 아직도 궁금한 이가 있다면 여기, 크름반도가 러시아의 것이고 우리 나라들의 국경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중국 대사가 있다”라고 트위터에 썼다. 루 대사는 인터뷰에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이냐는 질의에 "크름반도는 애초 러시아 영토였다”고 답했다.
주필리핀 황시롄(黃溪連) 중국대사.
주필리핀 황시롄(黃溪連) 중국대사는 지난 14일 열린 ‘중국-필리핀 관계를 위한 포럼’에서 “필리핀이 대만에서 일하는 15만명의 노동자를 생각하면 대만 독립을 명백히 반대하는 게 좋다”며 필리핀 국민을 대립하고 있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간 인질로 묘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중국을 지지하지 않으면 필리핀 국민이 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처럼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황 대사는 필리핀이 미국에 지난 2월 추가 4곳의 군기지 사용권을 부여한 사실을 거론하며 “해당 발표가 중국인 사이에서 광범위하고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며 “대만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라며 엄포를 놨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대만에 있는 필리핀 근로자를 돌보라”고 지시했고, ‘외교적 결례’를 비판하고 나섰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주필리핀 중국대사관은 “황 대사 발언이 잘못 해석됐고, (필리핀 언론이) 그의 말 일부를 문맥에 맞지 않게 인용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필리핀 매체가 공개한 대사 발언 전문에는 문제가 된 발언이 그대로 기록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친강 외교부장이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필리핀을 방문해 양국 관계 증진과 남중국해 갈등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방문은 오는 28일까지인 미국과 필리핀의 연례 합동 군사훈련 ‘발리카탄’이 진행 중인 시점에 이뤄졌다.

중국이 남중국해 90%가 자국 영해라고 고집하는 가운데 지난 2월 중국 함정은 남중국해에서 음식과 군용 물자 보급 작업을 지원하던 필리핀 선박을 향해 레이저를 투사해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엔리케 마날로 외교장관은 친 부장에게 “필리핀 국민, 특히 어부들이 최근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태를 지적했다. 친 부장은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고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공조가 필요하다”면서 “이는 결국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것”이라고 답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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