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 많았지만 … 동반성장 향한 발걸음 한 치 물러섬 없었다
대·중소기업 상생은 기본적으로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직결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생을 이루는 데 규제가 많아선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한 의견서가 주목된다.
전경련은 현재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가 2021년 기준 2조9251억원에 달하지만 관련 규제로 공헌활동이 어렵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일례로 상시 고용인원이 50인 이상인 기업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에 따라 장애인을 일정 비율 고용해야 한다. 일부 그룹은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자회사 형태의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하기도 한다.
이 경우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출자한 비율만큼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은 계열사 간 공동출자를 통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이 자유롭지만 지주회사 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사 공동 출자가 금지돼 있어 불가능하다.
만일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 계열사의 공동 출자를 해소하고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자회사 형태로 각각 설립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처럼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별도로 설립·운영하면 사업자 규모가 영세화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고 종합적인 지원·관리가 힘들다.
전경련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에 지주회사 계열사 공동출자 금지 예외 규정을 신설하거나 장애인고용법에서 공정거래법 일부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등 예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 임원 등이 '비영리 법인 또는 단체'에 일정 규모 이상 출연하면 해당 비영리 법인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는 황당한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동일인(총수) 또는 동일인이 동일인 관련자(계열사, 임원, 배우자, 친인척 등)와 합해 비영리 법인에 총출연금액의 30% 이상을 출연하면 해당 법인을 기업집단의 범위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비영리 법인이나 단체의 총출연금액 산정 기준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집단의 총수, 동일인 관련자(계열사)가 비영리 법인에 기부하는 경우 어느 정도 기부해야 동일인 관련자(계열사)에 포함되는지가 불분명해 기부를 하지도 기부를 받지도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마저 각종 공정거래 규제로 제한받고 있다"며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만이라도 국제기준에 맞춰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은 이 같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상생활동을 펼치며 동반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함께 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이라는 비전 아래 삼성 청년SW아카데미, 삼성 드림클래스, 삼성 주니어SW아카데미, 삼성 스마트스쿨 등 청소년 교육 중심의 CSR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C랩 아웃사이드와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상생펀드·물대지원펀드 조성 등의 상생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이 쌓아온 기술과 혁신의 노하우를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는 협력업체들과의 상생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 협력회사협의회(협성회) 회원사들과 함께 진행한 '2023년 상생협력데이'가 대표적이다.
상생협력데이는 삼성과 협력회사가 서로 소통하고 격려하며 동반성장 의지를 다지기 위한 자리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소·중견기업들의 가장 큰 당면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ESG(환경·책임·투명경영)경영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협력회사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선 올해부터 협력회사 대상 교육을 지원하는 상생협력아카데미 교육센터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공급망 실사법 대응 등 ESG경영 관련 22개 과정을 신설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공급망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협력사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탄소중립 요구와 탄소정보 공개 의무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협력사들이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고, 궁극적으로 현대차·기아 공급망의 탄소배출 관리를 체계화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이달 11일 천안 글로벌러닝센터, 13일 경주 현대차 글로벌 상생협력센터, 19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 교육센터에서 관련 교육을 시작했고, 다음달까지 1차 협력사 360여 곳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대응 역량 증진을 위한 오프라인·온라인 교육을 이어간다.
SK그룹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 추구라는 목표하에 대·중소기업 상생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공동 기술개발 지원과 나눔·교육 지원 등을 통해 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례로 SK실트론은 지난해 9월 동반성장위원회, 협력 중소기업과 함께 '양극화 해소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3년간 협력 중소기업에 총 481억원을 투입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지원 분야는 공동 기술개발 지원, 성과공유제 실시, ESG 교육·컨설팅 지원, 협력사 임직원 복리후생 지원, 동반성장 협력 대출펀드 조성 등이다.
LG는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상생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이다. LG는 지난 1월 설을 앞두고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해 납품대금 총 1조2000억원을 최대 11일 앞당겨 지급했다. 이는 협력사들이 원자재 대금, 상여금 등을 지급하고자 일시적으로 가중되는 자금 부담을 줄여 원활한 자금 운용을 돕기 위해서다.
LG전자는 협력사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금융지원을 확대하며 건전한 기업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LG전자 협력회 정기총회'를 열었다. LG전자 협력회는 LG전자와 협력사의 동반성장을 주도하기 위한 자발적 협의체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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