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제정 추진···피해자와 LH에 우선 매수권 부여

문광호·이두리 기자 2023. 4. 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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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국가 대납은 포퓰리즘” 야당 안 비판
민주당 “노력 평가하지만 핵심이 빠진 대책”
“심의 과정에서 피해자 요구 반영 노력할 것”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과 정부는 23일 공공이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전세사기 피해자 우선 매수권 부여에 더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해 피해자에게 임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보증금을 보장해주는 야당의 공공매입안과는 차이가 있다. 여론 악화 막기 위해 야당 안을 일부 수용하되 정부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함으로써 정책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 후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임차인 주거권 보장을 골자로 하는 한시적 특별법을 이번주 중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전세사기 대책에 대한 고위당정협의회를 개최했다.

당에서는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 의장 등이 참석했고, 정부에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국정기획수석과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에는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대책인 피해자 우선매수권 부여, 피해자의 주택 낙찰시 세금 감면 및 저리 대출 등의 내용이 담긴다. 지난 2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LH의 주택 공공매입 후 임대 대책도 포함된다. 박 의장은 “당정은 특별법을 통해 피해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장하겠다”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차 주택을 낙찰받기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임대로 계속 살기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LH 등 공공에서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해당 주택을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또 전세사기 범죄 근절을 위해 전세사기를 비롯한 다수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재산범죄를 가중 처벌하기 위한 특정경제범죄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 장관은 “현행법은 개별 피해자가 다른 경우 합산해서 형량을 올리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데 이런(전세사기) 경우에는 다 합쳐서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죄를 적용해 높은 형량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LH를 통한 임대매입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주장해온 공공매입 방식을 일부 도입한 것이다. 공공매입에 대해 “근본적인 피해자 구제 방안이 될 수 없다”던 당정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당정은 두 안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공공이 피해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은 같지만, 피해자 보증금 반환 채권을 공공이 매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박 의장은 야당이 주장하는 공공 매입안에 대해 “국가가 피해 보증금을 혈세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이를테면 보증금 국가 대납법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결국 그 부담이 모든 국민에게 전가되는 포퓰리즘적이고 무책임한 생각”이라며 “야당이 추진하는 방식은 피해 보증금 혈세 지원이지만 당정이 추진하는 방식은 피해 임차인 주거보장”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안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오히려 차별점을 강조하며 역공에 나선 것은 여론전을 통해 정책 주도권을 갖고 가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당정은 전세사기가 전 정부 책임이라는 기조도 유지했다. 박 의장은 “특별법은 한시법으로, 지난 정부 주택 정책 실패로 야기되는 재난 수준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난 정부 시기에 재앙적인 집값 급등으로 전세 사기 피해를 입고 계신 분들의 어려움을 들어드릴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이를 특별법에 담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부처 내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당정협의회에서는 공공매입 대상 주택의 구체적 기준 등에 대해서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원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 물건들이 대부분 면적으론 ‘국민평형’(전용면적 84㎡) 가액대 3억원 이하에 주로 몰려있다”며 “이런 부분을 기준 삼아 여러 가지 구체적 방안을 사전 검토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정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H에서 운영해온 매입임대주택사업을 기준으로 삼겠단 입장이다.

전세사기 대책을 두고 연일 야당과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당정이 추진한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의 대책 마련 노력을 환영하면서도 법안 내용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당정 발표 후 서명브리핑을 통해 “긴급하게 대책을 수립하려는 정부여당의 노력을 평가한다”면서 “하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많이 늦은 대책일 뿐 아니라 피해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했다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야당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특별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수개월이나 법률안 제출을 미루다가 이제와서 대책의 핵심인 전세보증금 환수 방안을 뺀 대안을 내놨다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종합적인 대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안을 기본으로 하되 “정의당 안, 국민의힘에서 얘기하는 우선매수권, 원희룡 장관의 LH를 이용한 대책까지 다 포괄해서 종합적으로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워낙 특수하고 피해 당사자들이 바라는 게 다를 수 있어서 하나를 고집하기보단 빨리 머리를 맞대고 적정한 절충점을 찾아 종합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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