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끝나자 주취자 급증…응급실·지하철 '몸살'
기사내용 요약
주취자 신고 42%↑…응급센터 이송도 증가
지하철 토사물·폭행 심각…악취, 안전 위협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날씨가 따뜻해지자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각종 모임과 회식자리가 늘어나면서 만취 상태의 주취자가 급증해 응급실과 지하철이 몸살을 앓고 있다.
23일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12에 접수된 서울 지역 주취자 관련 신고는 총 3572건으로, 2월 2804건보다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3월 2519건과 비교하면 42% 증가했다. 하루 평균 115건의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시는 날이 풀리는 3월부터 7월까지 주취자 신고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도 7월에 3900여건으로 신고 건수가 제일 많았다.
주취자 증가 추세는 응급의료센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국립의료원,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적십자병원 등 4곳에 24시간 주취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3명의 경찰관이 상주하며 각 병원 의료진과 함께 운영 중이다.
경찰은 주취자 중에서 상태가 심각하거나 의식을 완전히 잃은 경우 치료를 위해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한다. 올해 1~3월에는 하루 평균 9.8명이 이송됐다. 지난해 1~3월의 9배 수준이다.
센터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응급구호가 필요한 주취자를 의료진에게 인계하고 센터 내 주취자의 소란, 난동, 폭행 등을 대응하고 있다. 주취자들이 응급실에서 의료진에게 행패를 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권성연 위원은 "경찰관이 보호조치 업무를 수행할 때 지자체와 업무 역할을 명확히 하고 세분화하기 위해 '주취자보호법' 법률 제정이 시급한 문제"라며 "현재 경찰청에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리두기 해제로 자연스럽게 지하철을 사용하는 취객들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3년 간 토사물 관련 민원은 총 1만3928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약 13건에 달한다.
토사물 민원은 요일별로는 목~토요일, 시간대별로는 오후 9시 급증해 10시에 많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9시 이후 접수 건수는 전체의 70%에 육박한다. 공사는 주로 음주가 이뤄지는 회식·모임 후 귀갓길에 다수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토사물은 악취와 미관 저해로 환경을 저해할 뿐 아니라 이용객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역사 내에서 보행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뛰어가던 승객이 토사물을 미처 보지 못하고 밟아 미끄러질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로 인한 안전사고도 매년 발생하고 있다.
대체로 휴지를 이용해 닦아낸 후, 손걸레나 대걸레로 사용해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처리한다. 손수 처리해야 하므로 토사물과 근접해야 하는데, 토사물의 악취와 미관으로 인해 많은 직원들이 업무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또 음주 후 지하철을 이용할 때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에서 몸을 가누지 못해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발생한 안전사고 중 음주 관련 사고가 26.1%(1004건)를 차지했다. 음주 후 넘어지는 사고는 주취자 자신뿐 아니라 타인도 크게 다치는 위험한 사고로 번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취자가 지하철 직원에게 폭언·폭행을 가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3년간 발생한 직원 대상 폭언·폭행 피해 532건 중 주취자에게 당한 사례는 237건으로, 전체의 44.5%에 달했다. 주취 승객은 막무가내로 폭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은 이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공사 내 한 직원은 "바쁜 역은 하루 20건 이상 토사물을 처리할 때도 있다"며 "토사물을 생각하면 밥조차 먹기 싫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공사는 음주 관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사고가 잦은 역에 포스터나 현수막 등을 우선 부착하고, 역사 내 안내방송을 수시로 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lj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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