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호재에 웃는 사과…소비침체에 우울한 배

최지연 2023. 4. 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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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평년대비 16% ↑
반입량 줄고 대체수요까지
고환율로 수입과일 감소 등
유통가 행사품목으로 인기
배 평년대비 30% ↓
지난해산 생산량 20% 증가
제수·선물용 외엔 소비 적어
최근 사과 주산지 출하 조절로 반입량이 줄어든 데다 수요가 호조세를 보이며 사과값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한 대형마트 매장에서 사과 할인행사가 열리고 있다.

봄철 과일시장에서 사과와 배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사과값은 강세를 보이나 배값은 약세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과는 수입 과일 대체 수요가 집중된 효과를 보고 있으나 배는 저장량이 예년보다 많고 전반적으로 소비도 부진해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봄철 과일시장 사과 수요 호조=19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후지> 사과는 10㎏ 상품 한상자당 3만3421원에 거래됐다. 평년 4월(2만8816원)과 지난해 4월(2만8563원)에 비해 각각 16%·17% 높은 수준이다.

이는 올해 사과 수요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 산지 출하 조절로 반입량이 감소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산 전체 사과 생산량은 56만6000t으로 2021년산(51만6000t)보다 5만t 증가했다. 저장량 역시 17만3000t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11%·15.4% 많을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지난해산 사과의 중·소과 비율 감소와 산지 출하 조절 영향으로 최근 시장 반입량은 예년만 못한 상황이다. 1∼21일 <후지> 사과 반입량은 493t으로 지난해 동기(691t)에 비해 29% 낮았다. 이와 관련 이상복 충북원예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소장은 “지난해산 사과 중·소과의 저장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적었다”며 “현재 중·소과 수요가 많은 시기인데 저장량이 많지 않다보니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세 상승에 대한 산지 기대 심리로 시장 반입량이 줄어든 것도 요인이다. 박상무 가락시장 동화청과 경매사는 “출하자 사이에서 강보합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생겨 5월까지 출하하기 위해 물량을 조절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는 사과 시세가 낮을 것으로 예측돼 3∼4월에 출하량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유통업계 소비가 사과로 집중됐다는 관측도 있다. 이재희 중앙청과 경매사는 “마트 등에서 수입·제철 과일 대신 행사용으로 사과를 선택해 수요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환율과 작황부진 여파로 오렌지는 물동량이 적고, 참외·수박 등은 저온피해로 출하 지연에다 생산량도 감소한 반면 사과는 생산량도 많았고 당도가 높아 품위도 좋게 나오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유통업계 수요가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과값은 당분간 변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태종 농협가락공판장 부사장은 “당분간 출하량 변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시세는 지금과 비슷하거나 하락해도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사과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소비부진 영향도 많이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소비부진 장기화로 배값 약세 지속=19일 가락시장에서 <신고> 배 는 15㎏ 상품 한상자당 3만1152원에 거래됐다. 평년 4월(4만4482원)보다 30%, 지난해 4월(5만554원)보다 38% 낮은 값이다.

지난해산 <신고> 배 생산량 증가와 소비부진이 주요인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배 생산량은 25만1000t으로 2021년(21만t) 대비 20% 증가했다. 지난해산 전체 배 저장량 역시 5만1000t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10.1%·7.3% 많은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1∼21일 가락시장에 반입된 <신고> 배는 922t으로 지난해 동기(843t) 대비 9% 많았다.

임은섭 서울청과 경매사는 “지난해산 <신고> 배 생산량이 20% 가까이 증가한 여파가 크며 설 대목부터 소비부진이 이어진 결과 일부 농가에서는 현재 제수 배도 남아 있다”고 전했다.

윤태일 경기 평택원예농협 상무는 “판촉 행사를 나가면 가끔 배를 처음 먹어본다는 어린이를 만난다”며 “요새 젊은층은 껍질을 깎아 먹어야 하는 과일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락시장 경매사들은 “지난해 배 생산량이 소비 한계치를 넘었기 때문에 시세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배는 제수·선물용으로 일정 부분 소비되지만 후식용으로는 소비가 원활한 편은 아니다”고 전했다.

시세는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변영두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수박 등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져 배 수요는 더 감소할 것”이라며 “품위가 더 하락하기 전에 소진하는 것도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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