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인재’ 영입에 사활 건 만 45세 LG 대표 구광모
여성 임원·유망사업 리더 수혈도 주력
올해 초 LG이노텍에 입사한 신입 연구원 4명은 채용 과정에서 서류 전형을 거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열린 ‘LG 인공지능(AI) 해커톤’ 대회 수상자들이기 때문이다. 난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뚫어낸다는 의미가 담긴 ‘해킹(Hacking)’과 장시간 달리기를 뜻하는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인 ‘해커톤(Hackathon)’은 산업 현장에서 실제 겪을 수 있는 문제를 AI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는 능력을 겨루는 대회다.
지난해 해커톤 주제는 자율주행 차량의 거리, 속도, 방향을 측정하는 센서 성능을 평가하는 공정에서 양품과 불량품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문제의 답안을 훌륭히 적은 20대 4명이 LG이노텍 인공지능(AI)·빅데이터 솔루션 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LG는 구광모 대표 취임 3년 차인 2020년부터 해마다 두 차례씩 해커톤을 열어 ‘예비 LG인’을 발굴하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달 16일 석·박사급 이공계 연구·개발(R&D)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개최한 ‘LG 테크 콘퍼런스’ 행사장에도 직접 참석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맞아 일본 도쿄에서 양국 경제인들이 모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가기 위해 출국하기 전 짬을 냈다. 구 대표는 이 자리에서 “꿈의 크기가 미래를 결정한다”며 “그 여정에 LG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4년 전 사내에 ‘미래 사업가’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계열사에서 리더로 성장할 만한 잠재력을 갖춘 선임·책임급 직원들을 추천받고 이 중 100여명을 선발해 사업가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기회를 준다. 구 대표는 자신이 방문하는 경영 현장에 이들이 직접 참석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 만 45세인 그와 함께 회사를 이끌 ‘젊은 인재’를 키우는 데 공을 들이는 것이다.
여성 임원 비중도 매년 커지고 있다. 구 대표 취임 당시인 2018년 6월 29명에 불과했던 그룹 내 여성 임원은 지난해 말 64명으로 늘었다. LG생활건강과 광고대행사를 이끄는 지투알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 2명이 탄생하기도 했다. 4대 그룹 상장사 중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전문경영인이 CEO에 선임된 사례는 LG가 처음이다.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2018년 글로벌 기업 3M에서 해외 사업을 총괄하던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것을 신호탄으로 작년 말까지 임원급 인사 90여명이 LG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구 대표는 사업 분야로는 AI,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 tech)로 집약되는 ‘ABC’ 영역을 이끌 전략가 수혈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세계 10대 AI 석학으로 꼽히는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를 채용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글로벌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휴젤에서 근무하던 노지혜씨를 상무로 영입해 LG화학 생명과학 부문의 신사업기획담당을 맡겼다. 클린테크 분야에서는 재료공학 분야 전문가인 손승만 전무를 SC존슨에서 데려왔는데, 손 전무는 현재 LG화학 미래기술연구소장으로 다양한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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