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소굴' 된 아프간…카타르월드컵까지 노렸다
아프간서 IS 테러 활동 대담해져
대사관 공격·외교관 납치 등 계획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결정한 이후 이곳에 뿌리내린 이슬람국가(IS) 등 무장단체의 테러 활동이 더욱 대담하고 왕성해졌다는 주장이 22일(현지시간) 제기됐다. 특히 이들이 2022 카타르월드컵을 겨냥한 테러를 계획했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전 세계 안보 문제에 빨간불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최근 온라인게임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 채팅방에서 유출된 국방부 기밀문서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시킨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테러 그룹이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미국을 향한 ‘야망적인 음모(aspirational plotting)’를 수행하려 했다”며 “아프간이 다시 테러의 발판이 됐다”고 보도했다.
WP는 이 문서가 지난 3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1급 기밀’이라는 표현과 함께 미 국방부 산하 단체들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문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아프간 무장세력이 지난해 11월 카타르에서 열린 월드컵 기간 테러를 계획했다는 부분이다. WP는 “200만명 이상의 관중이 모인 카타르월드컵을 표적으로 삼은 구체적인 노력이 문서에 담겨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스웨덴과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극우 세력의 이슬람 경전(쿠란) 소각 시위에 보복하는 차원으로 아제르바이잔과 타지키스탄, 러시아, 튀르키예의 해당국 대사관을 공격하려 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외에도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라크 외교관을 납치해 감옥에 갇힌 IS 조직원 4000명의 석방을 도모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각국 교회와 비즈니스센터가 주요 목표물이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테러를 주도한 단체는 IS에서 파생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다. 문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까지 9건의 국제 테러를 기획했고, 올해 2월엔 15건으로 늘렸다.
아프간 외 지역에서의 IS 활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WP는 지난해 여름 IS가 ‘항공 우주 및 화학공학 기술’ 전문가를 자칭하는 한 영국인을 통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운용 기술, 화학무기 제조법을 배우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에 파견된 IS 첩보원들은 시리아에서 공부하는 공학도들을 상대로 그들이 보유한 기술이 IS에 도움이 될지 평가하고,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용되는 드론 제조 방법을 알아내려 했었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바이든 대통령엔 큰 악재가 될 전망이다. WP는 “아프간 철수 과정에서 불만을 품었던 미 공화당 의원들이 문서를 ‘정치적 곤봉(political cudgel)’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8월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폭탄테러로 미군 13명과 아프간 민간인 170여 명이 사망한 참사와 관련해 지금까지도 뭇매를 맞는 상황이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지상에 상주하는 병력 없이도 테러리스트를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익명을 요청한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WP와의 인터뷰에서 “IS의 테러 기획 건수는 언제나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해왔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실행되지 않은 채 폐기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이 IS와 IS-K를 견제하고 있어 무분별한 테러를 펼칠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그는 “미국과 탈레반이 IS 견제라는 상호이익이 되는 목표를 지니는 낯선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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