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가장 긴 철도"…ADB 인프라 프로젝트 남북철도
포스코이앤씨·현대건설도 참여…"하루에 100만명 이용 기대"
(마닐라=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필리핀 대중교통 시스템이 빈약해 철도가 갖는 의미가 상당히 크다. (남북철도는) 필리핀에서 가장 긴 철도가 될 것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나르시소 프리클라로 주니어 필리핀 교통국 프로젝트 차장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필리핀 남북철도를 이렇게 요약했다.
필리핀은 철도를 포함한 대중교통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다. 필리핀 철도는 제2차 세계대전 전만 하더라도 1천㎞가 넘는 길이로 조성됐지만, 투자 미비 등으로 최근 운영할 수 있는 철도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 안팎을 오가는 도로에서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퇴근 시간대에 마닐라 시내에서 10㎞ 남짓 떨어진 마닐라 국제공항까지 가려면 2시간은 잡아야 할 정도다.
교통 체증은 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진다.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2016년 마닐라와 그 주변의 도로 정체로 248억달러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필리핀 정부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철도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계획에 따라 2029년 개통을 목표로 필리핀 남북철도를 건설하고 있다.
남북철도는 국제공항이 자리 잡은 경제자유구역 클라크에서 마닐라를 지나 칼람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약 150㎞ 길이다.
이 철도는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클라크 국제공항에서 마닐라까지 1시간 이내, 마닐라에서 칼람바까지 1시간에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닐라에 거주하면서 다른 도시로 근무하러 가는 현지인에게 편리한 이동 수단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다른 도시에서 보다 쉽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하면서, 빈곤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리핀 정부는 지하철로 연계될 때 철도의 예상 이용객 수를 하루에 100만명 수준으로 예상한다.
개별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대신 철도를 이용하는 데서 유발되는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 등 친환경적인 이점도 기대되는 점 중 하나다. 철도 차량 1대당 1천100대의 자동차를 대체하는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ADB는 이 프로젝트에 총 7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는 형태로 참여했다. ADB가 참여한 인프라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다.
필리핀 남북철도 건설 프로젝트는 우리 기업에도 기회가 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이 남북철도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공사 수주 규모는 포스코이앤씨가 3천500억원, 현대건설이 6천억원 규모다.
지난 19일 남북철도의 시작점이 되는 클라크에는 포스코이앤씨가 진행 중인 차량 기지 건설이 한창이었다. 운행을 마친 철도 차량이 정차하고 정비가 이뤄질 곳이다.
포스코이앤씨는 2020년 10월부터 차량기지 건설을 시작해 현재 절반 가까이 공정을 진행했다. 차량 운영을 맡을 종합관리동, 중정비창, 경정비창 등이 세워질 예정이다.
클라크에서 40여㎞ 떨어진 팜팡가주 아팔랏시에는 현대건설이 교량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철도가 지나다닐 레일의 하부 구조물로서 현대건설은 클라크에서 마를로스까지 16.92㎞ 구간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세그먼트(콘크리트 구조물)를 건설 현장에서 조립하는 최신 공법을 사용해 공사 기간을 줄이고 있다고 현대건설은 설명했다.
필리핀의 남북철도 프로젝트는 인프라 투자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필리핀 정부의 계획과도 맞닿아 있다.
필리핀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5%가 넘는 규모를 인프라 투자로 집행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포스코이앤씨의 건설 현장에는 협력사 등을 포함해 필리핀 현지인이 하루에 2천명 넘게 일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사회 개발을 지원한다는 ADB의 역할과도 닿아 있는 셈이다.
ADB는 올해 개최될 연차총회에서 아시아 국가의 재도약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차총회는 내달 인천 송도에서 열린다. ADB의 지원으로 건설된 경인고속도로와 인천항이 있는 곳이다.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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