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4부 승격 만든 ‘데드풀’ 구단주의 감격, 우승 경기엔 ‘앤트맨’도 함께
22일(현지시간) 웨일스 렉섬의 레이스코스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2~2023 내셔널리그 45라운드. 잉글랜드 5부리그 렉섬이 홈 경기에서 보어럼 우드를 상대로 3-1 승리가 확정되자, 수천 명의 팬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2008년 4부 풋볼리그2에서 5부로 강등되며 프로축구 레벨에서 밀려났던 렉섬이 풋볼리그2로 다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할리우드 영화같은 엔딩이었다. 할리우드 스타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구단주로 있는 렉섬이 리그 우승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에 15년 만에 복귀한다. 이날 승리로 승점 110을 쌓은 렉섬(34승8무3패)은 남은 1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2위 노츠 카운티(승점 106점·32승10무3패)를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했다. 내셔널리그 1위 팀에는 풋볼리그2 직행 승격 티켓이 주어진다.
렉섬은 웨일스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팀으로 1864년 창단해 무려 159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잉글랜드 3부리그에서 경쟁하던 팀이었다. 그러나 재정난으로 추락을 거듭했고, 5부리그 선수들의 도전은 어떤 관심도 받지 못했다. 팀 상황이 극적인 반전을 맞이한건 2021년 2월 레이놀즈와 동료 배우 롭 매컬헤니가 구단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둘은 250만달러(약 31억원)에 구단주가 됐다.
렉섬의 도전은 ‘할리우드식 엔딩 스토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헐리우드 스타들이 구단주로 오면서 렉섬은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팀이 됐다. 렉섬의 도전은 OTT에서 다큐멘터리(Welcome to Wrexham)로 제작됐고, 그들의 스토리에 매료된 전세계 팬들이 이날 이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작은 도시를 찾았다. 지난해 연말 매진된 구단 유니폼은 80% 이상이 글로벌 판매분이었다. 이날 경기는 생중계가 됐다.
‘승격 현장’을 찾은 레이놀즈는 중계사인 BT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오늘 밤 일어난 일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문이 막힐 정도”라며 “사람들이 처음에 ‘왜 렉섬인가?’하고 물었던 게 그간 머리에 맴돌았다. 여기서 일어난 일이 바로 렉섬을 고른 이유”라고 감각해했다. 레이놀즈는 전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키퍼 벤 포스터의 유니폼을 기념품으로 챙기기도 했다.
경기장에는 레이놀즈, 매컬헤니와 함께 ‘앤트맨’ 주연 폴 러드도 동행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유럽의 작은 도시를 찾고, 경기장 근처 펍에서는 팬들과 어울렸다. 도시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눈시울을 붉히며 울컥한 매컬헤니는 “이 도시가 (승격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여기서 들을 수 있다”며 “이 지역사회에서 환영받는다는 게 인생의 영광”이라고 기뻐했다.
“놀라운 역사를 가진 클럽 렉섬의 매우 흥미진진한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은 윌리엄 왕자를 비롯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타이자 렉섬의 전설 미키 토마스도 선수들과 구단주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CNN은 “레이놀즈, 매컬헤니가 클럽을 인수했을 때 두 사람이 가져올 영향을 상상할 수 있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야기와 꿈은 계속된다”고 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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