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재킷에 미니스커트 입고… 비너스, 명화 속에서 튀어나온 이유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가 이탈리아의 새 관광 홍보대사가 됐다. 이탈리아 관광부는 비너스가 피자를 먹고 셀카를 찍고 있는 등의 사진을 올리며 홍보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관광부는 새 관광 홍보대사로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발탁했다. 보티첼리는 15세기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화가다. ‘비너스의 탄생’은 1480년대에 완성돼 전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는 푸른 바다 거품에서 태어나 커다란 진주조개 위에 서 있다. 비너스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프로디테로 불리며, 통상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명화 속에만 존재했던 비너스가, 인플루언서가 돼 이탈리아 관광 명소를 누비며 홍보를 이어가게 됐다. 관광부는 ‘경이를 열다’(Open to Wonder)라는 새 홍보 캠페인 일환으로, 비너스가 관광지 곳곳을 다니는 모습을 제작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활용됐다. 공개된 사진들을 보면, 비너스는 코모 호숫가를 배경으로 피자를 먹는다. 산마르코 광장에서 셀카를 찍고, 콜로세움 앞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청자켓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비너스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다. 이 계정에는 비너스가 마치 실재하는 인물처럼 “모두 안녕! 이탈리아의 경이로움을 발견할 여정을 함께 하자. 날 따라오면 돼” “나와 함께 이탈리아를 알아가자” “로마는 하루만에 건설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훌륭하다고 여겨진다” 등의 글을 남긴 게시물들이 올라와 있다. 현재까지 약 1만2000명이 비너스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홍보 캠페인에 900만유로(약 131억 7000만원)가 투자됐다는 점에서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명 사진작가이자 광고 캠페인 전문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는 “진부함의 연속”이라며 “왜 이탈리아를 하찮게 취급하고, 작품을 조롱하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비너스 인스타그램에도 “개성도 없고 감정도 없는 가상 인형을 위해 900만유로나 써야 했냐” “이 프로필을 보고 관광객이 되레 오기 싫어질 것 같다” “내 세금이 여기에 기여됐다니” 등 비판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다만 이 같은 비판에도 이탈리아 관광부는 홍보 캠페인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관광부 관계자는 “이번 캠페인은 전례 없는 방식으로 이탈리아의 탁월함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보티첼리의 비너스는 혹독한 코로나 팬데믹의 겨울 뒤에 피어나는 봄과 부활의 상징으로, 앞으로도 특별한 여정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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