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 실험'…조기주 ‘스미는 순간’ 展 베카 갤러리서

정자연 기자 2023. 4. 2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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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주, ‘무제’, 2023

 

오랜 시간 ‘지속하는 생명성’을 주제로 작업해 온 조기주 작가의 ‘스미는 순간’展이 26일부터 서울 베카 갤러리에서 열린다. 

조 작가는 ‘생명과 조화, 우주와 순환’이라는 주제에 매료돼 ‘계절의 변화’나 ‘밀물과 썰물의 반복’, ‘별의 탄생과 죽음’이 상기시키는 생명의 ‘상호 연결성’과 그 사이에 존재하는 ‘섬세한 균형’을 찾는 실험에 몰두해 왔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연금술 실험’이라고 부른다. 일종의 ‘매체 실험’으로 여러 회화 재료들 뿐만 아니라 구리나 금 같은 산업용 재료들, 시효가 다해 버려진 도시의 잔재들과 작업실 구석의 먼지까지, 다양한 물질들을 조합하며 그것들에 생명을 불어넣거나 그 안에 숨겨진 생명성을 불러낸다. 그 과정에서 얻은 ‘조화’와 ‘균형’ 또는 ‘지속하는 생명성’은 작가 예술 세계의 근간에 해당한다. 실험을 통해 작가는 생명이 ‘조화와 균형’ 없이는 지속될 수 없고 모든 생명은 비(非)독자적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는 독일의 생물학자 윅스퀼(Jacob von Uexkull, 1864년~1944년)이 ‘주변세계(Umwelt)’라는 개념을 통해 생물계가 구성하는 ‘대위법적 조화’에 대한 주장이 떠오른다. ‘대위법적 조화’는 생물계 속 다양한 생물군이 각각의 세계에 집중하면서도 서로 어울려 ‘공생’하는 모습을 가리킨다. ‘연결’과 ‘공생’을 전제하는, 다르지만 닮은 둘의 사고는 ‘비독자성’, 여기에서 비롯해 다양하게 변주하는 넓은 가능성의 세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다.

작가는 “주변의 사물이나 대상이 지녔던 의미를 다양한 관점과 관계 속에서 새로이 엮어 재구성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됐다’라는 한 가지의 법칙을 말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품들 속 다양한 재료와 기법이 새로운 조화와 균형의 화음을 이뤄 생동하듯, 관객들에게 닿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조기주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미국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명예교수이다. 서울, 뉴욕 등 국내외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37여회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그룹전에 참가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는 5월9일까지.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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