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문과 경기시나위, 한바탕 울고웃은 '민요연습실' [전문가 리뷰]
‘민요연습실’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다섯 단원에 관한 얘기였다. 거기엔 웃음과 눈물이 있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시원하게 털어놓는 그녀들의 얘기는 케이블방송의 토크쇼보다 더 재미있었다.
‘민요연습실’은 어떻게 재미와 감동을 주었을까? ‘우리 노래는 좋은 것이여’라고 한 마디도 외치지 않았다. 예술노동을 하는 사람들도, 일반 직장인과 별반 다름을 확실하게 알려줬다.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민요를 하는 단원들만의 영업비밀(?)도 알려주었다. 경기민요 대표곡 ‘노랫가락’ 곡조안에, 각자의 얘기를 노래 가사로 잘 담아냈다. 화려한 한복 속에 감춰진 그녀들의 고군분투기가 감동이었다.
‘우리비나리’(구희서 작사, 이준호 작곡)엔 더 큰 뭉클함이 있었다. 경기도립국악단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전신)의 창단연주회(1997년)에서 초연되었다. 민요선율과 국악관현악이 만난 불후의 명곡을 남긴 작사가와 작곡가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란 말을 여기서 해도 될까? 두 분께 크게 감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5인 중 최고참은 박진하. ‘긴아리랑’은 누구나 부르고 싶지만, 아무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니었다! ‘긴아리랑’이 원래 그리움이 절절히 배어있다면, 박진하가 부르는 노래는 여기에 더해서 오랜 직장생활을 견뎌낸 뿌듯함이 더해졌다. 함영선은 선배와 후배 사이에 끼어있다. 자신도 긴아리랑을 부르고 싶지만, 배우지도 않았던 ‘병정타령’을 무대에서 불러야 했던 에피소드가 참 코믹하다. 연기를 잘해서 인정받은 하지아는 그동안 소리극에서 주인공을 참 많이 맡았다. 만삭의 상태에서도 주인공을 잘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힘듦을 내색도 하지 않고 무대에 올랐을 그녀의 심정을 짐작하게 해 준다. 심현경은 막내다. 하지만 그녀의 나이도 이젠 솔찮이 많아졌다. 후배가 언제 들어올 것인가? 막내인 그녀는 선배들과 다른 모습으로, 오늘도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
정가를 전공한 강권순 악장은 직장생활 2년 차의 초짜. 전공도 다른 상태에서 단원들과의 화합을 지향한다. 정가에 속하는 ‘수양산가’를 단원들에게 알려주었고, 정가와 민요가 어우러진 새로운 노래가 탄생했다. ‘어울렁더울렁’은 이들의 노래에 딱 맞는 표현이다.
신원영이 음악감독과 편곡을 맡았다. 경기민요의 본질적인 특징을 그대로 살리면서, 여기서 새로운 사운드를 입혔다. 고급지고(!) 깔끔하다. 앞으로 국악을 연구해서, 신원영만의 독특한 작품으로 사랑을 받게 될 것 같다.
‘민요연습실’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정직은 최선의 방책’이란 서양속담이 있다던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민요연습실을 마치 다큐를 찍듯 솔직하게 보여줬다. 이런 성공의 배경에 경기소리꾼 이희문이 있다. 그는 이렇게 연출가로서의 역량도 튼튼히 쌓아가고 있었다. 윤중강 국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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