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혈 중 성관계 강요한 스폰남 살해…20대女 형량 낮춘 2심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4. 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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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 출처 = 서울고법]
하혈을 하는 상황에서 성관계를 강요한 스폰남을 살해한 20대 여성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고가의 예금과 자동차, 주택 등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혼인신고를 했지만 정작 피해자는 이를 제공할 능력이 없었다.

법원은 피해자로부터 강압적인 성관계를 지속적으로 요구받고 감당하기 어려운 모욕적인 말을 들어왔던 상황을 참작해 형량을 낮췄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13형사부는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면서 1심보다 형량을 2년 낮췄다.

A씨는 부유한 가정 환경에서 성장하다 부친의 사업 실패로 끼니를 챙겨먹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됐다. 이후 부친의 방임과 모친의 학대를 받으면서 일정한 주거지 없이 남동생과 함께 시설을 전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학창시절 별다른 비행을 저지르지 않고 예체능 분야에서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 학업성적도 우수했다.

그러나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벌었다. 생활비 중 일부는 모친과 남동생에게 줬다. 대학 진학 이후에는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 유흥업소에서 일했고 성매매를 하기도 했다. 패션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사업자금이 필요해지자 성매매를 다시 시작했고 성구매자와 스폰서 관계를 맺기도 했다.

40대 남성인 피해자는 A씨와 스폰서 관계를 맺고 고가의 예물, 예금, 자동차, 주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A씨는 혼인신고를 했지만 피해자는 해당 금품을 제공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A씨에게 과도하고 강압적인 성관계를 요구했고 모욕적인 말들을 이어갔다.

피해자는 A씨와 경제적 문제로 다투다 하혈을 하던 A씨에게 성관계를 강요했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그동안 받았던 모멸감과 배신감으로 감정이 폭발해 결국 자고 있던 피해자를 살해했다.

재판부는 “A씨는 과도를 이용해 술에 취해 누워 있던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사망 여부를 확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때까지 같은 행동을 반복해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부모의 방임과 학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성장했음에도 불우한 환경을 딛고 괜찮은 사회구성원이 되고자 노력했다”며 “경제적 필요를 채우기 위해 성매매에 유입됐고 사회경험이 부족한 탓에 다소 허황된 피해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혼인신고를 하고 성관계를 강요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A씨는 피해자 사망 후 스스로 수사기관에 찾아가 자수했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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