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든-엠비드 ‘원투펀치’, 명가 필라델피아 부활 이끌까?

김종수 2023. 4. 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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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NBA 플레이오프에서는 다양한 신구 원투펀치가 충돌한다. 가드콤비부터, 가드와 빅맨, 스윙맨콤비 등 색깔도 가지각색이다. 그중에서 이름값만 보면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도 만만치않다. 제임스 하든(33‧196cm)과 조엘 엠비드(29‧213cm)라는 득점왕 출신 역대급 공격수 둘이 함께 짝을 이루고있기 때문이다.


하든은 1, 2번을 넘나드는 듀얼가드이며 엠비드는 니콜라 요키치와 함께 현역 탑을 다투는 리그 최고의 센터다. 이를 입증하듯 플레이오프에서도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필라델피아는 4연승으로 가장 먼저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통과했다. 브루클린 네츠와의 7전 4승제의 1라운드 시리즈에서 단 한 경기도 빼앗기지않고 완승을 거뒀다.


특히 4차전에서는 오른쪽 무릎부상을 당한 엠비드가 결장했음에도 이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하든이 17점 11어시스트로 경기를 잘 조율해줬고 엠비드 대신 투입된 폴 리드가 10득점, 15리바운드로 공백을 채워줬으며 토바이어스 해리스(25득점, 12리바운드)의 활약도 빛났다. 원투펀치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플레이오프같은 큰 경기에서 한사람의 이탈시 승리를 가져갔다는 부분은 그만큼 팀이 단단해지고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 상대는 2번시드 보스턴 셀틱스와 7번시드 애틀랜타 호크스의 승자인데 일찌감치 2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는 점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1주일정도 회복시간이 예상되는 엠비드가 마음편하게 쉴 수 있게 되었으며 전체적인 팀 재정비도 수월해졌다. 상대보다 체력적으로 더 나은 상태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전성기에서 살짝 내려온 감이 있지만 여전히 하든은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득점 머신중 한명이다. 엄청나게 빠르거나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자랑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템포를 조절하고 상대의 리듬을 빼앗는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통해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정규시즌 MVP 1회, 득점왕 3회, 어시스트왕 1회, 퍼스트팀 6회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


하든은 매우 유니크한 플레이어다. 느리면서도 빠르고, 빠르듯 하다가도 느리게 감속한다. 툭툭 드리블을 치다가 한순간에 상대의 중심을 빼앗아버리고 돌파를 성공시키는가하면 자신의 공격에 시선이 집중된다 싶으면 화려하고 날카로운 패스를 뿌려대며 상대 수비에 균열을 일으킨다. ​돌파하는 척하다가 던지는 스텝백 3점슛에, 파울을 유도해 만들어내는 자유투 생산능력(?) 능력 또한 일품이다.


워낙 공격의 다양성과 완성도가 높은지라 한창 기량적으로 물이 올랐을 당시에는 ‘공격 스킬 만큼은 역대 최고를 다툴만하다’는 극찬까지 받았다. 케빈 듀란트, 스테판 커리 등과 비교해도 멀리지않는 명성을 뽐냈다. 필라델피아로 둥지를 옮겨서는 플레이 스타일에 살짝 변화가 생긴 모습이다.


정규시즌 58경기에서 평균 21득점, 10.7어시스트(1위), 6.1리바운드, 1.2스틸의 성적을 기록한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비의 타이밍을 빼앗는 템포 바스켓은 여전하지만 개인능력을 앞세운 화력쇼는 많이 줄었다. 이제는 본인보다 더 득점력이 좋다고해도 무리가 없을 엠비드를 비롯 팀내에 좋은 공격자원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패스를 받아먹을 선수가 여럿인지라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 있게됐다.


필라델피아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중 한명으로 성장한 엠비드는 한 마리 짐승처럼 코트를 휘젓고 다니는 괴수형 빅맨이다. 좋은 신체조건에 운동능력 거기에 강한 투쟁심까지 갖추고 있다. 점프력과 순발력을 고르게 겸비해 잘 뛰고 잘 달리는지라 공수밸런스가 좋다. 

 


내외곽을 오가며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상대 수비진을 박살 내는 플레이가 가능하며 수비시에도 포스트 인근에서는 가로수비, 세로수비를 모두 수준급으로 해낼 수 있다. ​엠비드는 신체 능력과 테크닉을 두루 겸비했다. 골밑에 자리를 잡고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덩크를 찍어대고 공격 리바운드를 장악하는 것을 비롯 다양한 피벗을 활용한 포스트 무브가 일품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외곽의 동료를 향한 킥아웃 패스, 달려 들어오는 동료의 움직임에 맞춘 컷인 패스 등을 함께 사용하는지라 수비수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든다. ​어디 그뿐인가. 투박해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부드러운 슛터치까지 가지고 있다. 단순히 오픈찬스에서 던지는 수준이 아닌 양손 드리블을 치다가 스탭백으로 던지기도 하고 턴어라운드 점프 슛까지 가능하다.


3점슛 성공률 또한 빅맨 치고 준수한 편이며 거리가 꽤 있는 미들라인에서도 과감하게 훅슛을 성공시킨다. ​포스트업, 패싱능력에 더해 빼어난 슛이 있기에 그가 탑이나 베이스라인 인근에서 공을 잡아도 수비진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페이크를 섞어 쓰다가 페이스업을 시도하거나 질풍같이 달려들어 드라이브인을 들어가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거리를 가리지 않고 수비진을 파괴할 수 있는 전천후 빅맨이라 할 수 있다. 국적은 다르지만 나이지리아 출신 레전드 출신 하킴 올라주원과 자주 비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라주원은 현역 시절 넓은 영역에서 플레이하기를 즐겼으며 이로인해 마이클 조던으로부터 '그는 빅맨이 아닌 스몰포워드다'는 농담섞인 발언을 들은 인물로도 유명하다.


엠비드가 진정한 ‘제2의 올라주원’이 되기위해서는 채워나가야 될 커리어가 꽤 있다. 올라주원같은 경우 4대 센터 중에서도 탑으로 불렸다. 각자가 워낙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있어 순위를 매기기 쉽지않지만 큰 경기 맞대결에서 승리를 가져간 이유가 크다. 파이널 무대서 각각 패트릭 유잉, 샤킬 오닐을 누르고 2연패 위업을 달성했으며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데이비드 로빈슨에게 완승을 거두기도 했다.


엠비드는 아직까지 상복은 없는 모습이다. 함께 전성기를 맞은 센터 라이벌 요키치의 존재 때문이다. 요치키가 정규리그 2년 연속 MVP를 차지하는 동안 2위에 그친 것을 비롯 시즌 베스트5에서도 밀려나는 등 간발의 차이로 큰 타이틀을 계속해서 빼앗겨왔다.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있으면서도 ‘불운의 2인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득점 1위를 차지한 올시즌 만큼은 정규리그 MVP가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든과 엠비드는 정상급 기량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확실한 1인자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파이널 우승’여부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커리, 아데토쿤보가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로 꼽히고 있는데는 빼어난 개인성적에 더해 팀을 우승 반열에 올려놓은 이유도 크다.


필라델피아는 파이널 우승 3회에 빛나는 명가중 하나지만 1983년 우승 이후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린데다 컨퍼런스 우승마저 2001년이 마지막이었던지라 강팀 이미지는 흐릿해진 편이다. 만약 하든과 엠비드 원투펀치가 팀을 우승까지 이끌 수 있다면 둘은 물론 팀에게도 이래저래 큰 의미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들에 대한 평가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임은 분명하다. 1라운드를 통과한 기세가 파이널 우승까지 이어질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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