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됐는데요”…난감한 한국기업들, 왜 그런가했더니 [뉴스 쉽게보기]
유망한 산업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전기자동차 산업인데요. 다들 전기차의 시대가 온다고 하지만 아직까진 먼 미래의 이야기로 느껴져요. 거리에서 전기차를 보면 신기하고, 주변에 전기차를 구매한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죠.
그런데 최근 미국 정부가 ‘완전한 전기차의 시대가 온다’라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어요. 그 시점이 너무 빠르거든요. 10년 내로 전기차 세상을 만들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계획인데요. 이미 전기차를 생산 중인 자동차 업체들도 너무 무리한 계획이라며 난색을 보이죠. 미국 정부가 갑자기 이런 발표를 한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미국 정부는 평균 배출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자동차 제조업체에 막대한 과징금을 물린다는 방침이에요. 자동차 판매 대수에 비례해 벌금을 부과한대요. 자동차를 많이 판매하는 큰 회사일수록 과징금 규모도 커지는 거죠. 이 규제가 시행되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생산·판매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요.
이 규제는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인데요. 평균 배출량 기준을 매년 점점 더 엄격하게 적용한대요. 미국 정부는 2030년에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60%는 전기차가 될 것으로 전망해요. 2032년이면 이 비율은 67%까지 상승할 거래요. 미국 주요 매체인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는 ‘지금까지 발표된 가장 엄격한 기후 관련 규제’라고 평가했죠.
① 전기차 산업, 우리가 1등 할 거야
미국은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싶어 해요. 소비량을 기준으로 보면 중국이 앞서나가는 모양새거든요. 지난해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중에 63%는 중국 소비자들이 구매했어요. 중국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추세예요.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전기차 시장 1위 업체는 미국의 테슬라지만, 중국 회사들이 그 뒤를 바짝 쫓는 중이죠. 지난해 판매량을 기준으로 2위, 3위, 5위가 모두 중국 업체예요.
미국 정부는 강제로라도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려는 거예요.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 같은 미국의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전기차 시장의 강자로 만들겠다는 거죠. 전기차를 제일 많이 만들고, 또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 강국’이 되는 게 미국의 목표예요.
가격이 불안정한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도 있어요. 세계 석유 생산량의 약 60%는 운송용 에너지로 사용된다고 해요. 미국도 자동차 운행을 위해 막대한 석유를 소비해요. 기름값이 오르면 미국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런데 최근 기름값이 상승세로 돌아섰어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이번 달부터 원유 생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영향이죠. 이미 지난해 10월에 OPEC+ 회의에서 대규모 감산을 결정했는데, 갑자기 또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힌 거예요.
그리고 이런 감산을 주도한 건 사우디아라비아라고 해요. 80여 년간 미국과 긴밀한 전략적 동맹 관계를 이어왔던 나라죠. 그런데 요즘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요. 사우디는 중국·러시아와 더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어요.
미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가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라고 판단한 거예요. ‘어차피 석유 가격은 내 마음대로 안 되니까 차라리 전기차 보급을 확대해서 석유 소비량이라도 좀 줄여보자’라고 생각한 거죠.
③ 지지율도 좀 신경 써야지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어요. 화석연료를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석유와 석탄 등의 사용량과 생산량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죠. 실제 그는 취임 초기 ‘미국 정부 소유의 땅에서 새로운 석유와 가스를 탐사하는 것을 중단시키겠다’라고 밝혔어요.
하지만 기름값이 너무 오르자 바이든 대통령도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어요. OPEC+가 석유 생산량을 줄이고 있으니, 미국 땅에서라도 직접 석유를 더 생산해야겠다는 거죠. 지난달 미국 정부는 알래스카 지역의 정부 소유의 땅에서 대규모 유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락했어요.
하지만 미국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거센 분노와 비판 여론이 확대하고 있어요. 과거 바이든 대통령의 환경 정책을 지지했던 이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거예요.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 급진적인 친환경 전기차 정책을 발표했다고 분석해요.
◆ 전기차 생산 기준, 맞출 수 있을까?
미국 정부가 제시한 67%는 굉장히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예요. 지난해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중 전기차의 비중은 3.9%에 불과해요. 현대차와 기아는 2030년까지 이 비중을 각각 58%, 47%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는데요. 사실 이것도 ‘쉽지는 않겠지만 한 번 해보자’라는 계획인데 미국 정부가 더 어려운 목표를 제시한 거예요.
◆ 전기차 지원금도 받아야 하는데...
전기차 가격에 민감한 미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려면 미국 정부로부터 소비자 지원금을 꼭 받아내야 해요. 미국에서 시행 중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해결책이 될 수 있는데요. 이 법엔 친환경 전기차를 구매하면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에 달하는 소비자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죠.
그런데 소비자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돼요. 일단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지역에서 조립·생산된 전기차여야 하고요. 또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사용된 원료는 일정 비중 이상이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된 것이어야 한다’라는 내용도 담겼어요.
물론 최근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크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자동차 산업은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은 여러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시키면서 아주 많은 전기차를 생산해야 하는 난관을 겪게 됐는데요. 이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미래에는 전기차가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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