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쯔강 돌고래를 지켜라”…중국 ‘어머니의 강’ 살리기 안간힘

이종섭 기자 2023. 4. 2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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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창장에 서식하는 민물 돌고래 ‘장툰’. 바이두백과 캡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는 승률과 성공보수만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변호사 업계에서 여전히 자신만의 소신을 갖고 일하는 인권변호사 류재숙을 양쯔강 돌고래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한다.

“돌고래는 주로 바다에 살지만 강물에도 적응해 사는 개체군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양쯔강 돌고래야. 중국 양쯔강에 살았는데 멸종이 선언됐어. 나는 멸종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전체 길이 6300㎞.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창장(長江·양쯔강)은 중국인들에게 ‘어머니의 강’으로 불린다. 이곳에는 최소 2000만여년 전부터 두 종류의 돌고래가 서식해왔다. <우영우>에 소개된 양쯔강 돌고래는 중국에서 바이지툰(白鱀豚)으로 불리는 흰 돌고래다. 희귀성 때문에 ‘수중 판다’ 또는 ‘창장의 여신’으로 불렸던 이 돌고래는 2007년 ‘기능적 멸종’이 선언됐다. 기능적 멸종은 극소수의 개체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자연 번식이 불가능해 생태계 내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바이지툰은 자취를 감췄지만, 아직 창장에는 또다른 민물 돌고래 한 종이 남아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미소 천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장툰(江豚)이다. 상괭이의 일종인 장툰은 과거 인도태평양 상괭이와 같은 종으로 분류됐지만 학계 연구에 따라 지금은 독립적인 종으로 인정되고 있다. 창장에만 서식하는 고유 종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창장에 마지막 남은 민물 돌고래 장툰 역시 바이지툰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장툰은 환경 오염과 남획, 지구 온난화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해 현재는 1000여마리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 중국은 장툰을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담수 포유동물이자 국가 1급 보호동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동시에 장툰을 창장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 종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창장 생태계 복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 창장보호법을 제정하고 10년 동안 창장에서 어획 활동을 금지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장쑤성 난징시 창장에 조성돼 있는 난징생태과학기술섬. 난징│이종섭 특파원
‘창장 살리자’ 오염원 제거하고 생태섬 조성 등 생태계 복원 노력

창장 살리기에는 지방정부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강 하류에 자리잡은 장쑤(江蘇)성은 창장 생태계 복원과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지난 11일 찾은 장쑤성 성도 난징(南京)에 위치한 난징생태과학기술섬은 창장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지방정부의 노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장쑤성과 난징시는 2012년부터 난징 도심을 흐르는 창장 내 15.21㎢ 면적의 섬을 탄소 제로 미래도시 모델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난징생태과학기술섬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섬 전체를 시민들의 생태적 휴식 공간이자 교육 공간으로 만드는 데 있다. 섬 안에 마련된 창장장툰과학교육센터는 그 상징적인 공간이다. 2020년 10월 문을 연 이곳은 창장의 난징 도심 구간에서 장툰의 활동과 수상 생태계를 연구·모니터링하면서 시민들에게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황수오(黃碩) 창장장툰과학교육센터 관장은 “난징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연중 안정적으로 도심에서 장툰을 볼 수 있는 지역으로 장툰과 창장 유역 생태 환경 보호를 위해 2014년 장쑤성에 제안해 성급 자연보호구역을 설치했다”며 “센터는 창장에 마지막 남은 돌고래인 장툰을 보호하면서 미래세대의 환경의식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창장을 살리려는 노력은 난징에서 더 동쪽으로 창장의 가장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난퉁(南通)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난퉁시는 2018년부터 창장 생태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해 12㎞에 이르는 강안을 복원했다. 또 강을 따라 늘어선 화학공장 등 주 오염원이 되는 공장 200여곳과 50여개에 달하던 부두를 폐쇄·이전하고 강변 불법 건축물을 모두 철거했다. 매케한 연기와 폐수를 방출하던 공장들이 즐비하던 곳에는 현재 습지 생태공원이 조성된 상태다. 난퉁시 충촨(崇川)구에 자리한 오산강변생태지구의 빈장(濱江)공원이 바로 그 장소다. 빈장공원은 전체면적이 10.8㎢로, 도심속에서 창장 생태계를 보호하는 완충녹지이자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 장쑤성 난퉁시 창장변에 습지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빈장(濱江)공원. 난퉁│이종섭 특파원
돌고래 개체 수 증가 등 성과에도 생태계 위협 요인 상존

지방정부들의 노력은 중앙정부의 지원과 일정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1월 창장 유역 332개 수생 생물 보호구역에서 어획을 전면 금지시켰으며 이듬해에는 창장 유역 중점 수역에서도 10년간 어획을 금지한 상태다. 일반적인 어류의 번식 주기는 3년 정도로, 10년간 어획이 금지되면 상당수 어류가 3세대 번식 주기를 거치면서 수생 생물 자원이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2020년 말 창장보호법을 제정해 어업 금지를 비롯한 창장 자원보호와 오염방지, 생태환경 복원 등에 관한 내용을 법적으로 명문화했다.

이같은 노력 덕에 장툰의 개체 수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2018년 조사에서 1012마리로 파악됐던 장툰의 개체 수는 지난해 1249마리로 증가했고, 난징 등 도심 구간에서의 출현 빈도도 많아졌다. 창장의 3대 어종으로 불리는 갈치와 복어, 준치도 점차 개체 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창장에서는 준치가 거의 사라진 상태였고 갈치와 복어도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드는 등 주요 어종의 치어 발생량이 1980년대에 비해 90%이상 감소한 상태였다. 펑쥔(馮俊) 난퉁대 장쑤창장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과거 창장변에는 많은 화학공업 기업들이 자리잡아 주요한 오염원이 됐고 생명 안전 문제도 초래했다”며 “녹색 발전을 중요시하는 시대 변화에 따라 창장보호법 제정 등의 노력이 있었고 그것은 사라져가는 장툰을 다시 볼 수 있게되는 상징적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노력들만으로 과거처럼 강 돌고래가 자유롭게 헤엄치던 창장의 모습을 온전히 복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댐 건설과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잦은 가뭄 등 위협 요인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1981년 창장 하류에 지어진 거저우(葛洲)댐과 2006년 창장 상류에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三峽)댐은 창장 생태계의 가장 큰 교란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회귀성 어류로 창장 상류에 서식하던 주걱철갑상어가 멸종된 것도 이들 댐 건설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의 경우 창장 유역 곳곳이 갈라진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심각한 가뭄을 겪었는데 이 역시 장툰을 비롯한 주요 동식물의 서식처와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창장 중·하류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수심 깊은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모래더미에 갇혀 있던 장툰 30여마리가 발견돼 인위적으로 서식처를 옮기는 일도 벌어졌었다.

중국 장쑤성 난퉁시 빈장공원 앞으로 창장이 흐르고 있다. 난퉁│이종섭 특파원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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