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조합비’가 뭐길래…편의점 본사가 대리징수까지
편의점 본사, 조합 눈치보기 ‘대리가입’ 편의 제공
“의무가입인 줄”…가입비·월 판매액 0.09% 징수당해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ㄱ씨는 최근 정산금 내역의 영업비 항목을 보던 중 매달 빠져나가는 6천~1만원의 금액을 발견하고 의아한 생각이 들어 본사에 문의했다가 황당한 말을 들었다. 본인이 가입한 줄도 몰랐던 ‘담배조합비’라는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ㄱ씨는 “편의점을 개업할 때, 가입비 10만원과 매달 일정액의 조합비를 내겠다는 담배판매인조합 가입 문서에 사인했다고 하는데,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들은 적이 없다”며 “본사 영업담당은 ‘큰 돈도 아니니 그냥 내는 게 어떠냐’고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에서 담배판매인회중앙회(담배조합) 조합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편의점 본사가 담배조합을 대리해 가맹점주들에게 가입 서류를 받아주는 것은 물론 매달 조합비까지 꼬박꼬박 대리 징수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점주들은 “본사가 충분한 설명조차 없이 임의 단체인 담배조합 가입이 의무사항인 것처럼 독려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들어 편의점주들은 담배조합비 납부를 둘러싸고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는 등 투명화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담배조합은 전국 138개 단위조합과 중앙회를 갖춘 조직으로 “담배 판매인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큰 권한은 2002년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시·군·구)로부터 위탁받은 ‘담배 소매인 지정 기준 조사’라는 게 편의점주들의 설명이다. 현재 50m로 규정된 담배소매점 간 거리를 측정해 담배권(담배판매권리) 획득 가능 여부를 판별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담배조합은 이런 지자체 위탁 권한을 바탕으로 전국의 편의점·슈퍼 등 13만여명의 담배소매인으로부터 가입비 10만원과 함께 매달 담배 매출의 0.09%를 조합비 명목으로 받고 있다.
문제는 담배소매인들이 점포 개업 당시 거리 측정을 하는 단계에서 가입 안내를 받아, ‘의무 가입’으로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에는 매장을 낼 때 본사가 담배조합 가입을 대리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매달 매입·매출 정산 때 조합비 자동 징수까지 해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담배조합비 납부가 의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본사 영업담당한테 문의하니 담배조합에 직접 전화를 해 탈퇴하라고 하더라”며 “조합비만 거둬도 한 달에 수억원일텐데, 조합 가입으로 얻는 편익이 전혀 없다. 세금처럼 돈을 징수해 가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편의점 본사 쪽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한겨레>에 “편의점에 담배권은 매우 중요해, 본사에서는 일종의 ‘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가입 서류를 받아주는 등) 담배조합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담배소매점 거리 측정 업무를 조합에 위탁한 이상 눈치를 안 보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담당 과에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담배권 현장 실사가 어렵지 않겠냐. 따로 위탁료를 지불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며 “담배조합은 1965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만큼 각 지자체에서도 무시하기 힘든 이익단체”라고 귀띔했다.
담배판매인회중앙회는 자율가입인데 뭐가 문제냐고 볼멘소리다. 담배판매인회중앙회 관계자는 “조합 가입자는 현재 총 판매인 숫자의 절반도 안 된다. 담배를 불법 판매하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 조합원이 아니면 조합이 나서 도움을 줄 수 없다”며 “가입 의사가 있는 사람들한테만 가입 서류를 받도록 계도하고 있으며, 편의점에도 그렇게 요청하고 있다. 언제든 탈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비에 관한 (징수·사용) 권한은 각 단위조합에서 알아서 하는 문제라 상세한 사항은 단위조합으로 문의하라”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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