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5세 아이부터 82세 노인까지…2000명이 롯데월드타워 올랐다
총 2917 계단 올라야…11개 국제 수직마라톤 대회 중 최고난이도
남자 19분·여자 24분 최고 기록 써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라톤을 완주한 저 자신에게 참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내년 4월에 또 도전할 겁니다.”
지난 2017년 1회 대회 개최 후 코로나19가 극성이던 2020~2021년에는 집합금지 조치로 개최하지 않았다. 올해 5회째를 맞는 스카이런은 높이 555m, 총 2917개 계단을 오르는 경기로 전 세계 11개 수직 마라톤 대회 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 운동 좀 한다는 사람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난 경기인 만큼 지난달 20일 실시한 참가신청은 5분 만에 마감됐다.
대회는 경쟁 부문 1200명, 비경쟁 부문 800명으로 나눠 기록 경쟁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 그룹별로 차등 출발해 배번호에 부착된 스마트칩을 통해 출발선 측정용 발판을 지나가는 순간부터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기록을 측정한다.
코로나19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이번 대회에는 5세부터 82세까지 남녀노소 2000여명의 참가자가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만끽했다.
첫 레이스가 시작된 오전 9시 30분 총성이 울리고 경쟁 부문 참가자 5명이 동시에 출발했다. 선발대 중 가장 처음으로 123층 정상에 도착한 노현우(35) 씨는 21분의 기록을 세웠다. 그는 “70층을 올라가면서부터 호흡이 힘들었지만 110층부터 다시 몸이 가벼워졌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21분대 기록을 내서 다소 아쉽지만 내년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씨는 경쟁 부문 선수 중 최종 4위를 기록했다.
최연소 참가자인 박재희(5) 군은 부모님과 함께 총 1시간14분 만에 롯데월드타워를 정복했다. 박군의 어머니 이지혜(36) 씨는 “아이와 함께 14층 높이 아파트를 오르며 연습했다”며 “완주한 아이를 보니 대견하고 기쁘다”고 전했다.
최고령 참가자 최재홍(82) 씨는 47분30초에 123층을 주파했다. 손녀와 함께 도전에 나선 그는 “과거 대회모습을 방송에서 본 뒤 손녀에게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고 말을 했다”며 “평소 술·담배를 하지 않고 운동을 좋아해 집 근처 도봉산을 오르고 15층 건물을 8번씩 왕복하면서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현역 수직마라톤 선수들도 스카이런의 명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인 우에스기 히로카즈(29) 씨는 “전 세계에서 이렇게 높은 곳을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며 “빨리 달려서는 할 수 없고 천천히 속도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올라가는 게 중요하다. 결과가 다소 아쉬워 내년에 재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히로카즈 씨는 20분 15초의 기록을 세웠다.
이번 대회에서는 전북 군산에서 참가한 김창현(24) 씨가 19분 46초의 기록으로 남자 부문 및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3분 40초 기록을 세운 데 이어 1년 만에 4분 가량 기록을 단축했다. 김씨는 1개층을 9초만에 주파했다. 그는 “한 층 오를 때마다 1분 30초씩 알람을 맞춰 뛰지 않는 대신 난간을 잡고 두 계”단씩 올랐다”며 “70층에 이르니 목에서 피맛이 느껴졌는데 기록이 괜찮아서 끝까지 했더니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여자 부문은 정혜란(29) 씨가 24분 28초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평소 마라톤을 통해 운동을 한다. 수직 마라톤은 허벅지 근력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어버이날 기념해서 1등 상품으로 부모님 선물을 드릴 것”이라고 전했다.
참가비 약 7000여만원은 롯데의료재단 보바스어린이의원에 참가자 개인 명의로 전액 기부했다. 롯데물산은 지난해부터 보행치료사업을 위한 기부를 이어오고 있으며 재활치료용 보행로봇을 전달하는 등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환아들의 건강한 발달과 성장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 기부금 역시 치료비 지원 및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혼자 대회에 참석한 박선영(49) 씨는 “한 마디로 ‘황제 마라톤’이라고 정의하고 싶다”며 “롯데 에비뉴엘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고 전망대에서 서울 전역을 내려다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부도 할 수 있는 좋은 대회”라고 강조했다.
백주아 (juaba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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