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반도 정세… 이번 주 한미회담이 '분수령' 될 듯
'우크라 전쟁' '대만' 관련 한미정상 메시지 수위 주목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번 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일대 정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외신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아 '위협적' 언사를 잇달아 쏟아낸 데다 북한 또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하면서다.
북한이 언제 위성을 쏠지, 중·러 양국의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까지 옮겨질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외교가에선 오는 26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간의 회담이 차후 한반도 정세와 각국과의 관계 등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한미일 간 공조 방안뿐만 아니라 미중 간 패권경쟁이나 대만 관련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 등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를 앞두고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관련 문제,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대(對)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 시각에 '한층 더 가까워진' 견해를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긴 어려울 수 있다" "국제법·국내법에 따라 불법적으로 침략당한 국가를 방어하고 복구하기 위한 지원 범위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대규모 민간인 공격과 △대량 학살 △중대한 전쟁법 위반 등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개시된 이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내 민간인 및 학살 정황은 외신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도돼왔던 것들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체포영장까지 발부했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정부 주최로 열린 '부차 정상회의'에 보낸 동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국제범죄에 대한 책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경우 러시아에 보다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측은 윤 대통령의 인터뷰가 보도된 뒤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군에 무기류를 지원할 경우 "전쟁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반(反)러시아 적대행위로 간주하겠다"(마리야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 등의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특히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북한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지원 움직임을 견제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지원 수위 등에 따라 러시아 측이 '말'로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윤 대통령이 이번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 즉 양안(兩岸) 관계가 "남북관계와 같은 전 세계적 문제"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개입'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격분했다.
중국 당국은 이른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합법적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 원칙에 따라 미국 등 다른 나라가 대만 관련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내정간섭'으로 간주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이번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20일 정재호 주중국대사에게 항의하면서 윤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언급하지 않은 사실을 문제삼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21일에도 외교부 당국자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동시에 우리 정부는 중국 측의 연이은 대만 관련 문제 제기 또한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한미정상회담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는 판단에서 극단적 상황으로까진 치닫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 이후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등을 위한 중국 당국과의 외교적 교섭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등 중국을 겨냥한 직접적인 메시지가 발신될 경우 한중 간 '냉각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단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8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의 "계획된 시일 내 발사"를 예고해 "한중·한러 간 긴장이 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관련 대응을 위한 중·러 양측의 협조를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이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러 양국은 작년 이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연이은 도발에 대해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제기하며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을 번번이 무산시켰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제7차 핵실험 또한 "언제든 실시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북한도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그에 따른 중국·러시아 등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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