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장 시끄러운' 오은렬의 외침, "리베로? 일깨우는 포지션이죠"

권수연 기자 2023. 4. 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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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오은렬이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용인, 권수연 기자) 대한항공의 통합우승은 올해로 3연속. 이 '항공 왕조'의 영광을 신인 때부터 함께했다. 4시즌 차에 우승기록만 세 개다.

리베로 오은렬(26)은 지난 2019-20시즌 2라운드 2순위로 대한항공에 데뷔했다. 준수한 서브리시브와 이단연결 능력을 장착해 2020년 이후로는 확고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최근 용인 훈련장에서 마주앉은 오은렬은 "단독으로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조금 긴장한 듯 했으나 곧 편안한 입담을 선보였다. 

"시즌 초에는 정말 자신있게 정규리그에 임했는데, 너무 자신감만 넘쳐서 중간에 삐끗한 모습이 없잖아 있었다"고 돌아본 그는 "시즌 내내 잘 안된 점에 대해서 생각했다, '마지막은 내가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게 챔피언결정전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올라오지 않았나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1차전때는 너무 성에 안 차서 2차전 직전까지 잠이 안 왔다, 밤새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했다, 또 코치님이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고 공이 제 앞으로 잘 와줘서 2차전에는 좋은 모습을 발휘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쏟아부은 3차전, 승리와 함께 마음고생을 떨어낸 그의 눈물은 헛되지 않았다. 

4년 차에 통합우승만 3번. 팀원들 모두가 함께 했다고는 하지만 결코 쉬운 기록이 아니다. 첫 통합우승을 겪은 당시와 현재는 어떤 느낌으로 와 닿는지를 물었다.

대한항공 오은렬이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처음에는 멋도 몰랐을 시기였어요, 부담감은 있었는데 겁은 없었죠. 스스로 '나는 아직 어리니까 괜찮아'라면서 부담감을 털어냈어요, 그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그때의 폼이 가장 좋았다고 느꼈고요, 2년차부터 너무 폼이 잘 올라오니까 그걸 지켜야겠다는 중압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때 형들에게 의지를 정말 많이 했죠" 

그의 올 시즌 성적은 리시브 효율 43.20%으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6위, 40.98%)에 비해 지표가 향상됐다. 

이에 대해 그는 "원래 스파이크를 받았을 때는 성적이 좀 내려갔는데 플로터 서브 위주로 받으니까 지표가 오르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럼에도 그는 "감독님께는 제 실력을 다 못 보여드렸다고 생각했고, 자신감있게 하다보니 거기서 많이 올라가더라"고 덧붙였다. 

사령탑인 틸리카이넨 감독은 오은렬에게 넘어지지 않는 수비법을 집중 훈련시켰다. 보통 리베로들은 강서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뒤로 벌러덩 넘어지는 수비법을 택한다. 반면, 순발력을 위해서 틸리카이넨 감독은 흔들림 없는 자세에 집중했다. 

그는 "해외에 계시다 오신 분이라 잘하는 선수의 영상을 많이 보여주시고, 그 선수의 장점을 최대한 많이 가르쳐주려고 하신다"라며 "제가 원래 많이 넘어지는 스타일인데 그 부분을 최대한 빼고 심플하게 하는 수비를 가르쳐주신다"고 밝혔다. 아울러 팀에 왔을 때 가장 많이 했던 연습은 이단연결을 위한 토스 연습이라고.

대한항공 오은렬이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다만 리시브에 비해 디그는 조금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디그에 강점을 보이는 정성민과 교체 출전을 하고있다. 

그는 "리시브보다는 디그가 좀 더 어려운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리시브는 보이는 곳에서 자세만 잡으면 되지만 디그는 순발력이 월등하게 뛰어나야한다, 이 부분은 꾸준히 보강하고 있는데 열정적으로 하다보면 다리에 쥐가 날 때도 있어서 가끔 무섭다"며 씩 미소지었다. 

오은렬은 첫 공을 손이 아닌 발로 굴렸다. 어릴때는 축구클럽 소속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어느 날, '키 큰 학생'을 모집한다는 공고에 강당으로 나섰고 그 때부터 배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에 우리 아버지가 '너 왜 축구를 안나가냐'고 하시길래 배구를 하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아버지가 '남자는 한번 하면 끝을 봐야한다'고 하시는거에요, 그래서 배구에서 끝을 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리베로에 대해 그만의 정의를 물었다. 단번에 "가장 시끄러운 선수"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는 "알고있는 부분에서도 한번 더 말해주고, 소리치고 박수쳐가며 같이 준비하자고 일깨우는 포지션인 것 같다"며 "6라운드부터는 목이 계속 쉬어있는 상태다, 항상 방심을 하지 않는 것이 팀 승리의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여자부 리그도 종종 즐겨본다는 그는 "여자부는 수비시스템이 정말 잘 돼있고 조직적으로 잘 움직이는 것 같다"며 "이번 챔프전이 정말 재밌었는데, 저는 먼저 경험한 입장이니 저 피 말리는 심경을 알지 않느냐"며 웃음지었다.

아울러 "김해란(흥국생명) 선수가 진짜 대단하더라, 일단 엄마이지 않느냐, 몸 관리를 그렇게 하며 경기를 치르기 진짜 힘들 것 같다,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같은 리베로로서 존경의 엄지를 세웠다. 

대한항공 오은렬이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대한항공 오은렬이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또한 현재까지 외국인 감독만 두 명을 거친 그는 "우리 감독님(틸리카이넨)은 장난을 자주 치고 편한 성격이신데, 여자부 아본단자(흥국생명) 감독님은 엄청나게 화끈하시지 않나, 한번쯤 그 분께 배운다면 새롭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농담하며 웃음짓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휴가가 길지 않다. 남자부에서는 유일하게 AVC 클럽챔피언십 출전권을 얻었다. A조에 편성된 대한항공은 호주, 인도네시아와 한 조로 묶였다. 이를 위해 곧 출국을 앞두고 있다. 

"다른 나라는 어느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고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그는 "해외무대는 확실히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 나라 리그에 맞는 최적의 폼을 잡으며 월등한 실력을 발휘한다"고 전했다. 

맏형 라인인 곽승석에게 특히 많은 의지를 하고 있다는 그는 "(곽)승석이 형은 좀 무뚝뚝한 편인데, 그 툭툭 던져주는 말이 정말 와닿는다"고 말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대로 못 할 때가 더 많아요, 그런데 승석이 형이 '너는 잘 하는 애니까 너 하고싶은대로 하라'며 툭 말씀하시는데 확 와닿더라고요, 리시브나 수비 위치 잡는 법도 정말 많이 가르쳐주시고 멘탈쪽에서는 가장 많이 닮고 싶어요"

오은렬은 이듬해 시즌 종료 후 첫 FA를 맞이한다. "팀이 잡아주기만 한다면 '원클럽맨'으로 계속 남아 뼈를 묻고싶다"는 바람이 망설임없이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항상 응원을 전하는 팬들에게 그는 "팬분들이 계시기에 우리가 배구를 할 수 있다고 항상 느끼고 있다"며 "시즌 내내 많이 힘들었는데 격려를 많이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죄송했다, 다음 시즌에도 응원 부탁드리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담백한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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