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한테 매맞는 남편...성인 2명 중 1명만 가정폭력으로 인식

2명 중 1명 “아이 키울땐 체벌 필요”
여성정책연구원 ‘가정폭력’ 보고서

성인 2명 중 1명은 자녀를 양육할 때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성인 2명 중 1명은 아내가 남편에게 가하는 폭력도 가정폭력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달 29일 연구보고서 ‘가정 내 폭력 피해자의 통합적 지원 및 보호 방안’을 공개했다.

연구원은 성인 7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직·간접적 가정폭력 피해·가해 경험이 있는 성인 500명과 피해·가해 경험이 없는 성인 200명을 조사했다. 모바일 조사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60대 이상의 경우 추가 조사를 실시했다.

보고서는 가정폭력 전반에 걸쳐 여러 사회 통념에 대한 동의 비율을 조사해 결과를 제시했다. 조사 결과 자녀 양육 과정에서 체벌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응답이 47.9%로 조사됐다.

‘양육은 부모의 권한이므로 간섭할 수 없다’는 응답이 24.4%로 뒤를 이었다. 20.7%는 ‘학대가 발생해도 보육원 등에서 자라는 것보다 가정에 있는 편이 낫다’고 답했다.

노인학대에 관한 통념 조사도 이뤄졌다. ‘노인학대가 발생해도 요양원 등 시설에서 지내는 것보다 가정에 있는 편이 낫다’는 항목에 대한 동의 비율은 14.7%로 나타났다. ‘노인학대는 집안일이므로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8.8%로 집계됐다.

장애인학대에 대해서는 ‘장애인을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것은 가정 구성원이므로 외부에서 간섭할 수 없다’는 응답이 11.4%를 차지했다.

가정폭력 전반에 관한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가정폭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폭력 유형을 골라달라’고 질문한 결과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폭력’을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91.4%에 달했다.

다른 유형의 폭력 피해에 대한 응답은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하는 폭력’과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폭력’이 그 다음으로 높았는데 각각 절반(52%, 50%) 수준이었다.

‘피해자에게 생명의 위협이 있을 정도가 아니라면 가정 내에서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응답이 26.0%로 가장 높은 동의 비율을 보였다.

남편을 대상으로 한 아내의 폭력이 가정폭력 지원기관 대상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59.5%에 그쳤다.

보고서는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과 피해 경험과 가해 경험이 모두 없는 응답자들 비율을 비교하면 ‘남편에게 폭력 피해를 입은 아내’에 대해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다른 폭력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가정폭력 지원기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피해자로 인식하는 비율이 낮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