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은퇴] '굿바이' 성실 아이콘, "막상 놓으니까 스트레스가 없네요" (일문일답)

박지원 기자 2023. 4. 2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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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박지원 기자(인천)] "막상 놓으니까 스트레스가 없다. 너무 오랫동안 축구 선수를 해서 그런가 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22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8라운드에서 수원FC와 2-2로 비겼다.

킥오프에 앞서 오후 5시, 김광석(40)의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광석은 'K리그 성실 아이콘'이자 몇 안 되는 롱런의 선수였다.

김광석은 2002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했고, 2003년에 프로 데뷔를 알렸다. 그리고 2020시즌까지 몸을 담았다가 지난 2021년 인천으로 이적했다. 지난해까지 K리그 통산 '451경기'를 밟으며 최다 출전 9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병지(706경기), 김영광(592경기), 이동국(548경기), 최은성(532경기), 김기동(501경기), 김용대(460경기), 김상식(458경기), 강민수(456경기) 다음이다.

그러다 지난 3월 은퇴를 알렸고, 인천 스카우터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수원FC전을 통해 은퇴식을 진행했다.

선수 생활 21년에 마침표를 찍은 김광석은 기자회견에서 "막상 놓으니까 스트레스가 없다. 너무 오랫동안 축구 선수를 해서 그런가 보다.(웃음) 35살에 은퇴했더라면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텐데 40세가 되니 그런 생각이 없다"라고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이하 김광석 기자회견 일문일답]

Q. 소감

A. "그렇게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는데, '환대를 받고 떠나야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은퇴식을 할 줄 몰랐다.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았는데 그저 그런 선수, 화려하지 않은 선수인 저에게 인천이 크게 은퇴식을 열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

Q. 은퇴 주변 반응

A. "'더 하지 왜 그만두냐'라는 말을 많이 했다. ACL까지 나가는데 굳이 은퇴해야 하냐고 했다. 저는 35살부터 하나씩 내려두고 있었다. 매년 1년씩 계약하면서 '그만두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그만하고 싶은 것을 알고 있었다. 포항에 있던 친구나 지인들은 하라는 말이 더 많이 했는데, 부담이 있었다. 또, 어린 선수들이 있는데 성장하는 걸 방해하는 것 같아 미안했고 힘들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해

A. "인천에서 왔을 때는 첫 승이었다. 매년 첫 승을 늦게 했었기에 제가 와서 빨리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그 전 포항에서는 2013년도에 더블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선수와 스카우터로서 피치를 볼 때 차이점

A. "현장에서 뛸 때는 선수들 위주로 풀어나가는 법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막상 나가서 보니 축구 외적으로 많은 걸 알게 됐다. 위에서 보는 시각이나 코치진이 경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어 어떻게 투자하는지 알게 됐다. 선수 외적으로, 구단 외적으로 일하면서 '이렇게까지 하구나'라고 생각했다. 복잡하다. 축구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외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축구를 잘 몰랐음을 느꼈다."

Q. 가장 상대하기 어려웠던 공격수

A. "너무 많다. 각 팀에 특성 있는 포워드가 많다. 20년 동안 해왔지만, 한 해 한 해 힘들었던 선수가 있었다. 일 년에 한 명씩 '만나기 싫다', '이 경기는 뛰기 싫다'라는 선수가 있었다. 한 명을 꼽으면 안 되니까 말을 안 하겠다.(웃음)"

Q. 30대 중반부터 은퇴 기로

A. "선수 때는 오래 하니까 선수를 하는 게 좋은 건 줄 알았다. 막상 놓으니까 스트레스가 없다. 너무 오랫동안 축구 선수를 해서 그런가 보다.(웃음) 35살에 은퇴했더라면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텐데 40세가 되니 그런 생각이 없다. 스카우터를 하면서 젊은 선수들을 보고 축구 외적으로 알게 되면서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그전에는 그라운드 안에서만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축구가 업무가 이렇게 많나 했다. 축구만 하면 즐거운데, 그 외적인 게 있어서 힘든 것 같다."

Q. 은퇴한다고 알렸을 때, 가장 먼저 연락 온 사람

A. "매년 온다. 계약할 때마다 '더 해요?, 은퇴해요?'라고 연락 왔다. 매번 연락하는 분이 있다. 은사님들에게 매년 12월에 연락을 드리면 '더 해라', '똥찰 때까지 해라'라고 하신다.(웃음) 은사님들은 그런 경험들이 있기에 더 오래 하라고 하시는 것 같다. 선수들은 나이가 들면 은퇴라는 시점이 오는데, 후배들은 선배들이 더 오래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힘을 받고, 책임감을 많이 얻었다."

Q. K리그 성실 아이콘, 오래 할 후배들에게 조언

A. "안 다쳤으면 좋겠다. 안 다치고 꾸준히 하는 게 롱런하는 길이다. 뭘 먹어라, 뭘 해라 이런 것보다는 성실하다면 언젠가 빛을 발한다. 또, 안 다치면 기회가 온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에게 매번 안 다치고 길게 할 방법, 스트레스를 풀며 오래 할 방법을 연구하라고 한다."

Q. 과거와 현재의 유스(신인) 차이

A. "지인들에게 요즘에 들어왔으면 1년하고 나갔다고 말한다. 저희 신인 때는 2~3년은 지켜줬고, 키울 수 있는 R리그가 있었다. 거기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요즘 선수들은 안타까운 게 있다. 2군 리그, R리그가 없고 바로 데뷔해야 해야 한다. 2~3년만 더 지켜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 선수들이 있다. 저는 시대를 잘 탄 것 같다. 요즘이었으면 무조건 방출이다.(웃음)"

Q. 포항 원클럽맨 타이틀→인천에서 현역 연장

A. "후회와 아쉬움은 없다. 이렇게 은퇴식을 한다는 게 영광스럽고, 인천 구단에 미안하다.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 여기서 5년, 10년 있었다면 그냥 그럴 텐데, 짧은 시간 뛰고 이런 걸 받아도 되는지 어색하고, 너무 감사하다."

Q. 인천에서 스카우터 하게 된 배경

A. "1년씩 하다 보니 내려놓고 싶은 게 있었다. 축구선수를 20년 하니, 6개월에서 1년 정도 가족과 여행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표님, 감독님은 65세까지 쉬면 안 된다고 했다.(웃음) 그전까지 잠깐 한눈을 파는 정도는 되나, 길게 쉬면 안 된다고 했다. 인천에서 좋은 조건으로 제안을 해줬다. 계속 고마움을 받는 입장이다."

Q. 스카우터로서 어떤 점을 중시

A. "제가 잘했던 선수가 아니고, 어릴 때는 더더욱 아니었기에 장점을 보고 있다. 지금 프로 선수를 봐도 각자마다 단점이 있다. 단점보다 장점을 보며 유스 선수들을 체크하고 있다."

Q. 인천 팀이 어떤 의미로

A. "도움을 드리고 싶다. 계속 받고 있다. 그래서 좋은 선수든, 신인이든 발굴하고 싶다. 인천 구단에 신인과 레전드를 남기고 싶다."

"감사한 것밖에 없다. 환대를 받고 은퇴를 한다는 게…. 인천이란 구단이 제게 특별하게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Q. 처음 인천에 왔을 때와 지금의 차이점

A. "맨 처음에 왔을 때, 패배한 반응이 달랐다. 포항에서 지면 엄청 우울했다. 그 한 경기에 목숨을 바쳤기에 패배하면 죽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인천에서는 괜찮고, 다음 경기에 이기면 된다는 걸 보면서 '내가 잘못 살아왔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인천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졌을 때 분위기가 달라서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은 비슷하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 선수들이 최근 3경기에서 무득점이었는데, 득점하려고 노력했고 경기장 안팎에서 친하게 지내려 하는 부분을 느꼈다. 선수들이 작은 거 하나라도 힘을 내려고 하는 것 같다. 포항과 인천은 다른 색깔이 있는 것 같다."

Q. 지도자 김광석

"아직 그런 생각은 없다. 6개월 정도만 쉴 생각이었다가 김카우터가 됐다. 이런 상황도 혼란스럽다. 임무는 어린 선수들을 뽑는 게 우선이다. 지도자 생각은 지금까지 없다. 구단에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사진= 인천 유나이티드,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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