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한·일보다 금리 급등 위험 주의 안 해···SVB 파산 책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급등으로 인한 위험을 간과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가상승을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 탓에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게 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 대한 연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23일 ‘중앙은행 스트레스테스트 시나리오와 금리위험’ 보고서에서 한·미·일 중앙은행의 2022년 상반기 스트레스트테스트 시나리오를 비교·분석하고 이같이 밝혔다.
스트레스테스트는 발생 가능한 극단적인 경제·금융 상황에서 금융기관·기업·가계 등 특정 부문과 전체 금융시스템의 잠재적인 취약성을 측정하는 분석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10일(현지시간) SVB가 파산한 후 연준 책임론이 불거졌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에서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뱅크런(예금대량인출)에 취약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연준은 이런 상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고서는 스트레스테스트 시나리오를 보면 당시 각국 중앙은행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비교했다.
연준의 2022년 스트레스테스트는 기본적 시나리오와 심각한 시나리오를 구분했고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 상승률, 국채수익률 등 28개 변수를 포함했다.
기본적 시나리오는 시장이 예상하는 경제 전망에 근거해 설계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통화·재정정책이 정상화하면서 경기가 소폭 둔화하고, 금리가 소폭 상승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안정되는 경우를 가정했다.
심각한 시나리오는 심각한 글로벌, 특히 중국의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상업용부동산 가격의 폭락, 기업대출 부실의 확대 등을 가정했다.
연준의 두 시나리오 모두 지난해 2분기부터 나타난 금리 급등세는 예상하지 못했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1년 1월 1.4%에서 그해 12월 7.0%까지 급등했는데 지난해 2월 발표한 시나리오에서 향후 금리 급등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중앙은행은 같은 시기에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리 위험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일본 금융기관의 해외자산 비중이 높아 해외금리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점을 고려해 연준 등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해외금리 상승 시나리오’(2022년 4월 보고서)와 ‘역수익률곡선 시나리오’(2022년 10월)를 추가했다. 일본 내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은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한국은행도 2022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정적 또는 심각한 시나리오에서 국고채(3년) 수익률을 각각 4.8%와 5.8%로 가정해 시장금리의 급격한 상승 가능성을 고려했다.
윤성훈 선임연구위원은 “연준은 2022년 상반기에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 일본이나 한국보다 매우 심각한 수준의 거시경제 및 금융위기 충격(꼬리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SVB 파산은 은행이 금리위험과 유동성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연준도 책임 논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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