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쌀, 우리가 살게요”…전통주 업계의 이유있는 요구는?
남는 쌀로 전통주 만들면 쌀 소비량↑
정부 부담 줄지만, 형평성 논란 우려도
지난 18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는 ‘경기도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전통주 산업 관계자 간담회’가 개최됐다. 도내 30여개 전통주 생산·유통업체 관계자가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주세 감면 혜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전통주는 산업 활성화를 위해 타 주류와 달리 50% 세금 감면이나 온라인 판매 허용 등 혜택을 받는다. 다만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범위(연 100t 이내 출고)는 관련 법에 따라 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위스키 등 일반 증류주는 세율이 72%지만, 전통주는 그 절반인 36%만 납부하면 된다. 주어지는 세제 혜택이 크다 보니 대부분 업체가 100t 한도 내에서만 전통주를 생산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모순적이게도 수요는 늘었지만, 저도주는 옛 방식 그대로 제조한 40~45도 고도주보다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수익성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수요가 늘었어도 실익이 없어 문을 닫는 양조장도 더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통주 업계 관계자는 “저도주는 고도주에 비해 생산에 쓰이는 쌀의 양이 많지 않다”며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상한을 늘려주면 양조장들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정부 차원에서도 잉여 쌀을 소비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니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어 “저도주만 인기를 끄는 지금 시장에서 100t 상한을 유지하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돈이 되지 않는다”며 “또 제조 과정에서도 쌀을 많이 쓰지 않아 오히려 정부가 수매해야 하는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연간 출고량 상한을 늘리면 전통주 제조에 쓰이는 쌀의 양이 증가할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린다. 대량 생산은 물론, 제품군 다양화에도 매진할 수 있어 쌀 소비 촉진과 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전통주 업계의 기대다.
안동소주를 빚는데 해마다 200t씩 쌀을 쓴다는 그는 “(기술 발전으로) 생산량은 늘어나는데 소비량은 줄고 있지 않으냐”며 “정부가 쌀을 먹어야 한다고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청주라도 빚어 쌀을 정말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전통주 업계의 요구대로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는 범위를 확대하면 형평성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전통주 업계가 포기하지 못할 만큼의 혜택을 현재 다른 주종에 종사하는 이들은 아예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어느 나라나 자국의 전통주 산업을 장려하고 지원책을 마련해주는 부분은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처럼 술에 매기는 세금이 많은 나라에서는 전통주 업체가 아닌 기업들이 박탈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공공비축과 시장격리를 위해 정부가 사들인 양곡의 판매손실 추정액은 약 3조2865억원이다. 별도로 재고 관리 비용이 약 1조1048억원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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