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韓대사에 尹 발언 항의… 한미 회담 앞두고 “누더기된 한국 외교” [특파원+]

이귀전 2023. 4. 2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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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대사 초치한 20일, 중국 한국대사에 유선으로 항의
“하나의 중국 원칙 지키며 대만 문제에서 언행 신중해야” 지적
관영, 美도청과 日 강제동원 배상 거론 “한국 외교 국격 어디에”
중국이 자국 주재 한국 대사에게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변경에 반대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중국은 한·미 정상회담을 견제하기 위해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불에 타 죽을 것”, “수교 후 최악의 발언” 등 연일 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쟁점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3일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지난 20일 명령에 따라 한국 지도자의 대만 문제 관련 잘못된 발언에 대해 정재호 주중 대사에게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뜻하는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한국 외교부가 20일 저녁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한 비슷한 시간에 중국 외교부는 유선으로 정 대사에게 항의를 한 것이다. 싱 대사 초치는 외교부 왕원빈(汪文斌) 대변인이 지난 20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외교적 결례의 표현을 쓴 것에 대한 조치다. 왕 대변인은 다음날인 21일 브리핑에서 한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명령에 따라’(奉命)라는 표현은 지난해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지난 2월 미중 풍선 갈등 당시 중국이 미국대사를 초치하거나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을 때 사용한 바 있다.

쑨 부부장은 정 대사에게 윤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한 뒤 “이 발언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중국 측은 엄중한 우려와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며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분할할 수 없는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고 중국의 핵심이익 중 핵심이다.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 자신의 일로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개입이나 간섭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해협 정세 긴장의 근본 원인은 대만 내 독립 세력이 외부 세력의 지지와 방임 속에 분열 활동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쑨 부부장은 또 “한국 지도자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대만 문제를 한반도 문제와 비교했다”며 “북한과 한국은 모두 유엔에 가입한 주권국가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격이나 경위가 전혀 달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울러 한국 측이 중·한 수교 정신을 성실히 준수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며 대만 문제에서 언행에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정 대사가 한국은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고 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며 한 문장만 공개했다.

중국은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지난 21일 윤 대통령을 특정하지 않은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거친 발언을 하는 등 관영매체까지 동원해 연일 한국에 날을 세우고 있다. 중국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동성명 등 회담 결과물에 담길 대만 관련 문안에 영향을 주기 위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관영 글로벌타임즈는 이날 ‘대만 발언에 누더기 된 한국 외교의 국격’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 측에서 나온 최악의 발언”이라며 “대만 문제는 내정으로 세계적인 문제가 아니고, 남북 문제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부용치훼’(不容置喙·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에 대해 “어떻게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냐”고 따져 물었고,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선 “들은 사람만 누구에게 말하는 것인지 들리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 의혹과 일본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거론한 뒤 “한국 외교가 말하는 국격은 어디에 있는가”라거나 “워싱턴에서 잃어버린 국격과 외교 자존심을 중국을 통해 만회하려고 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우리는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잘못된 인식이 이렇게 멀리 갔는지 정말 몰랐다. 한국 외교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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