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하락세…정유사 상반기 전망 '암울'

강우진 2023. 4. 2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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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고유가와 정제마진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국내 정유사들이 실적감소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정유사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2분기 실적 악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2.5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2달러대까지 내려간 것은 지난해 10월 27일(2.46달러)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지난해 6월 넷째 주 정제마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평균 29.5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유가가 급락했고, 9월 셋째 주에 평균 0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1월 넷째 주에는 13.5달러까지 회복했지만, 이후 7달러대를 유지하다가 최근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의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것을 말한다. 통상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는 과정을 거친 뒤 이를 휘발유, 경유 등으로 만들어 시장에 판매한다.

정제마진은 4∼5달러가 마지노선으로 그 이상이면 수익을 보고, 그 이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현재 2달러대의 정제마진 상황에서는 석유제품을 정제해서 판매하는 족족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제마진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업계의 걱정은 크다.

최근 정제마진의 감소는 세계적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석유제품의 수요가 감소한 탓인데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미국에서 전략비축유를 보충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여름 휴가철에 여행 등으로 드라이브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이 일부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정유사들의 '악몽'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4분기 SK에너지는 11조6837억원의 매출을 내고도 6546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에쓰오일도 10조5940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1604억원의 적자를 봤다. GS칼텍스 역시 같은 기간 14조7053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은 51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현대오일뱅크만 유일하게 같은 기간 매출 8조6285억원 기록, 128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역시 정유사들의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유가 급락으로 원유 재고 평가손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2달러대까지 내려간 정제마진 탓에 2분기 실적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에프엔가이드가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6491억원)보다 82.16% 급감한 2941억원이었다. 매출은 18조17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쓰오일(S-OIL)의 1분기 영업이익은 추정치는 지난해 동기(1조3320억원)보다 55.93% 감소한 5870억원으로 예상했다. 매출은 9조47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흐름에서 실적 부진을 겪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횡재세' 도입과 관련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정유업계의 호황은 낮은 가격에 원유를 사 석유제품을 비싼 가격에 판매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현재는 당시보다 원유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차익을 거둘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정유사의 불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현 상황에서의 횡재세 도입은 정유업계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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