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만 하면 몸 좋아지는줄 알았다”...유행이 된 ‘프로틴 충전’ 아는만큼 보인다 [푸드현미경]
식품으로서 단백질의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단백질의 ‘아미노산 스코어’로 대표되는 아미노산가(아미노산의 조성)와 소화 흡수율입니다. 아미노산 스코어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 중에서도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섭취가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 9종이 제품의 단백질에 얼마나 고루,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지 보는 지표입니다. 소화 흡수율은 단백질이 얼마나 체내에 잘 흡수돼 영양성분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아미노산 스코어는 제품에 함유돼 있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종류별 함량을 기준치 대비 백분율로 환산했을 때 필수 아미노산(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아미노산) 9종 중 가장 기준치 대비 함량 비율이 적은 아미노산의 값입니다. 만약 필수 아미노산 9종의 기준치 대비 함량 비율이 히스티딘 93%, 이소류신 97%, 류신 85%, 라이신 89%, 메티오닌(+시스틴) 91%, 페닐알라닌(+티로신) 95%, 트레오닌 87%, 트립토판 100%, 발린 97%이라면 이 제품의 아미노산 스코어는 가장 작은 값인 85가 됩니다.
왜 가장 작은 값이 중요하냐구요? 체내에서 근육, 항체 등 단백질을 합성하려면 아미노산이 풍부해야 하고 특히 필수 아미노산이 9종 모두 충분하게 있을 때 합성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필수 아미노산 중 한 가지라도 함량이 충분치 못하다면 아무리 아미노산이 많아도 단백질 합성 효율이 떨어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미노산 스코어가 높다면 기준치 대비 함량이 가장 적은 필수 아미노산조차 그 양이 충분히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필수 아미노산 9종을 고루 함유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국내에서는 아미노산 스코어가 85 이상이 돼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단백질 건강기능식품으로 승인받을 수 있습니다. 즉, 필수 아미노산 9종이 빠짐없이 모두 기준치 대비 85% 이상 함유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다만 건기식이 아닌 일반 식품은 이런 기준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아미노산 스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백질의 소화 흡수율입니다. 아미노산 조성이 우수한 단백질을 섭취하더라도 위장관에서 단백질 흡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섭취한 단백질이 영양성분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백질이 체내에 얼마나 잘 흡수되는지를 나타내는 소화 흡수율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소화 흡수율은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개별 제품의 아미노산 스코어나 소화 흡수율을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식품업체에서 공개하지 않는 한 말이죠. 일부 소비자 단체에서 조사한 자료가 있긴 하지만 실험 조건 등이 식약처와 다르거나 논문처럼 전문가들로부터 동료 평가(피어리뷰)를 받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정확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아미노산가(아미노산 조성)에 소화 흡수율까지 고려한 단백질 품질 평가 지수인 ‘소화가능 필수 아미노산 스코어(DIAAS)’를 통해 가늠해볼 수는 있습니다. DIAAS는 아미노산가와 소장 말단에서 측정한 단백질 소화 흡수율(%)을 곱한 뒤 100으로 나눈 값입니다.
국내외에서 단백질 건기식에 가장 흔히 쓰이는 분리유청단백질(WPI)은 DIAAS 점수로 1.00을 받았습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니콜라스 버드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대 응용건강과학과 교수는 “WPI 같은 분리 단백질보다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 전체(홀푸드)를 섭취할 때 체내에서 더 높은 단백질(근육·항체 등) 합성 효과를 나타냈다”며 “이는 식품에 함유된 다른 영양성분과의 상호 작용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홀푸드에는 전지분유도 포함됩니다.
전문가들은 가장 이상적인 것은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단백질과 같은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식재료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영양소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의 적절한 균형도 필요합니다. 동물성 단백질만 섭취할 때보다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을 함께 섭취할 때 전반적인 단백질의 소화 흡수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 단백질 보충으로 높은 효과를 거두고 싶다면 단백질을 강화한 일반 가공식품보다는 식약처 아미노산 스코어 기준치를 충족한 단백질 건기식을 선택하는 편이 좋겠죠.
따라서 일상적인 식사로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하고 있다면 굳이 단백질 보충식품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또 단백질 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불필요하게 당류와 칼로리를 많이 섭취하게 될 수 있습니다. 단백질 보충식품은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가 어렵거나 근감소증(노화에 의해 근육이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겪는 중장년·노년층에 주로 권장됩니다.
실제로 최근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백질의 일일 영양소 섭취기준을 100%로 봤을 때 2020년 기준 한국인의 단백질 섭취량은 평균 143%(남성 155%·여성 130%)로 권장량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인의 하루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몸무게 1㎏당 0.8~1.2g입니다. 몸무게가 60㎏라고 하면 하루에 약 60g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됩니다.
다만 성장기의 영유아·청소년이나 65세 이상 고령층은 몸무게와 관계 없이 일정 수준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영양학회는 성인 기준 남자는 하루 60~65g, 여자는 하루 50~55g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생후 6~11개월의 영아는 하루 15g, 만 1~2세는 20~25g, 3~5세는 25g, 6~8세는 35g, 9~11세는 45~50g의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단백질 식품을 적절히 먹는데도 단백질 결핍이 올 수 있습니다. 위장관의 단백질 흡수 기능이 저하됐을 경우나 신부전, 암, 감염 등 특정 질병 상태일 경우에는 말이죠. 그 밖에 화상이나 수술에 의해 근육 단백질의 이화 작용이 촉진될 경우도 체내 단백질 결핍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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