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에 막힌 中YMTC, 자국 장비로 3D낸드플래시 생산 추진”

유병훈 기자 2023. 4. 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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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TC 본사 출입구 모습. /YMTC 제공

중국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자국산 장비를 활용해 첨단 반도체 생산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광범위한 반도체 산업 제재에 ‘반도체 굴기’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23일 보도에 따르면, YMTC는 중국산 장비로 첨단 3D 낸드 플래시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중국 반도체업계 소식통들은 SCMP에 YMTC가 ‘우당산’이라 명명한 일급 비밀 프로젝트 아래 엑스태킹(Xtacking 3.0) 낸드 플래시 제조를 위해 자국 공급업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당산’은 YMTC 본사가 있는 후베이성의 신성한 도교 산의 이름으로, YMTC는 자국 유명 산의 이름을 따 반도체의 명칭을 지어왔다.

한 소식통은 중국산 장비만을 사용하는 우당산 프로젝트 아래 YMTC가 식각(에칭) 장비를 만드는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 베이팡화창(나우라 테크놀로지) 등에 대규모 발주를 했다고 말했다. 또 YMTC가 미국의 제재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들 공급업자에게 자사에 납품하는 장비에서 로고와 다른 식별 표시를 제거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nm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YMTC 등 중국 기업 36개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

지난 2016년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후베이성 우한에 설립된 YMTC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대표주자였지만 이러한 미국의 제재로 발목이 잡혔다. 공급망 차질 속에서 올해 들어 직원의 10%를 내보냈으며, 우한에 두 번째 웨이퍼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도 연기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YMTC가 3D 낸드 플래시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잇달아 제기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캐나다 반도체 컨설팅 업체인 테크인사이트는 YMTC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200단 이상의 3D 낸드 플래시를 생산해냈다고 주장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고차원의 적층 기술이 필요하다. 적층은 셀(cell)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기술로, 낸드플래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YMTC는 엑스태킹 관련 보도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YMTC의 성취가 사실이라 해도 미국과 그 우방국의 최고 반도체 장비업체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엑스태킹 낸드 플래시 양산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세계적 수준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업체는 ▲KLA ▲램 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 미국 업체와 네덜란드의 ASML,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캐논 등이 꼽힌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반도체 투자와 올초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따른 중국 경제 개선으로 YMTC가 232단 낸드 플래시 양산을 밀어붙이기로 결심했을 수 있다고 SCMP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YMTC가 최근 ‘대기금’(공식 명칭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등 국영 투자자들로부터 70억달러(약 9조 3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SCMP는 “YMTC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미국의 압박 속 중국의 반도체 자립 노력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제조 공급망에 여전히 애로가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일례로 그간 외국업체들이 공급해온 장비에 대한 중국의 대체제가 없다”며 “YMTC가 이러한 장비 수급의 애로에 어떻게 대처할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무디스의 루천이 분석가는 지난 19일 웨비나에서 “중국 기업들은 우선 첨단 반도체 제조를 위한 장비와 기술을 획득하고 그 이후에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며 중국은 첨단 반도체 제조에서 글로벌 리더들을 따라잡는 데 최소 5년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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