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핵심클릭] 들불처럼 번지는데…전부 사들인다고?

김경기 2023. 4. 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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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입자들을 연이어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 LH의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매입은 피해자에게는 사실상 한 푼도 가지 않고 선순위 채권자만 좋은 일 해주는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지만, 이틀 만에 입장을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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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전세사기 관련 국토부-LH 긴급회의(지난 21일). 사진: 국토교통부


2030 세입자들을 연이어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 LH의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매입은 피해자에게는 사실상 한 푼도 가지 않고 선순위 채권자만 좋은 일 해주는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지만, 이틀 만에 입장을 바꿨습니다.

매입임대주택은 이미 지어진 주택을 공공기관이 사들인 뒤 개·보수해 무주택 청년, 취약계층 등에게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사업입니다. LH는 올해 2만6천 호를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는데,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최우선적으로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주택 관련 지방공사 물량까지 합치면 모두 3만5천 호에 달합니다.

일단 세입자에게 경매에 나온 주택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원하지 않으면 LH가 사들여 피해자에게 임대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입니다. LH 매입임대는 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고, 임대료는 시세의 30∼50% 수준입니다. 필요하면 주택도시기금 운용 계획도 변경해 매입 물량을 늘릴 방침입니다. 여야 3당도 피해 구제를 서둘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이 처리될 듯 합니다. 피해자들이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어 다행입니다.

MBN 뉴스7 캡처


미추홀구 건축왕 사건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이곳 만이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경기 화성시에서도 오피스텔 253채를 보유한 부부에 이어 43채를 보유한 임대인이 파산신청을 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고, 구리시에서도 전세사기 피해가 접수돼 입건된 피의자만 2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과 대전 등에서도 전세사기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사건이 이처럼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우선매수권과 매입임대 제도로 해결될 지 걱정입니다. 한 채당 2억 원을 잡고 올해 매입임대에 투입되는 예산이 7조 원 정도라는데, 이런 상황이면 수십 조 원이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매입임대 사업은 직장 등의 이유로 도심에는 거주해야 하는데 자금이 부족한 저소득층을 위해 정부가 대신 기존주택을 사들여 공급하는 것이 정책 목표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사들이는 데만 자금이 투입되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매입임대 주택에 들어갈 기회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이를 막는데 급급할 게 아니라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세사기'가 아니라 전세시장의 '구조적' 문제인 점을 인식해야 근본 대책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세가격 급등 후 급락, 그러니까 '역전세'와 징벌적 성격의 보유세 강화가 핵심입니다. 세금은 늘어나는데 전세금은 낮아지니 그 후폭풍으로 곳곳에서 ‘배째라’가 속출하는 겁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언제든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를 호소하는 피해자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시장에 기반하지 않고 '독단과 신념'에 빠진 정책 추진은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뼈저리게 느꼈기를 정치권과 행정부 등 정책 결정자들에게 간절히 기원합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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