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부터 '고용 세습'까지…노정 갈등 '악화일로'
기사내용 요약
고용부, 노조회계 첫 '현장조사' 시도…과태료 부과
尹 지시에 '고용세습' 엄정 대응…지지율 반전 분석
주69시간제·최저임금 갈등도…노동계 "대정부 투쟁"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노동개혁'을 추진 중인 윤석열 정부와 노동계 갈등이 심상치 않다.
노동조합 회계 자료를 끝내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정부가 현장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노조를 중심으로 채용 강요와 고용 세습이 만연하다고 보고 엄정 대응을 예고하면서다.
여기에 '주 최대 69시간'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공익위원 사퇴 촉구로 파행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등을 놓고도 잇따라 충돌하고 있어 노정 대립은 갈수록 격화할 전망이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정부가 회계 자료를 내지 않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8개 노조를 시작으로 지난 21일부터 현장조사에 돌입하면서 노조 압박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이유로 노조법 제14조와 제27조에 근거해 양대노총 등에 회계 장부 표지 및 속지 각각 1장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52개 노조가 끝까지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자 고용부는 이들 노조에 과태료 150만원을 부과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회계 자료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최종 42곳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첫 현장조사 시도는 무위에 그쳤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노조가 "자주성 침해" "부당한 개입"이라며 근로감독관들의 출입을 막아서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장조사는 압수수색과 달리 강제수사 권한이 없다.
결국 고용부는 현장조사 거부 의사가 확인된 8개 노조에 대해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는 나머지 노조에 대해서도 2주간 순차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다만 예정된 현장조사 역시 사실상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큰 데다 노조는 정부의 과태료 부과 처분과 관련해 이의제기 등 행정 절차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당분간 이를 둘러싼 노정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양대노총은 이와 관련 지난달 21일 이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한 상태다.
정부가 이른바 노조의 '고용 세습'에 칼을 빼든 것을 두고도 노정이 충돌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은 단체협약에 노조 소속 조합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도록 '고용 세습' 조항을 유지한 기아자동차와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입건했다.
이는 지난해 8월 고용부가 단협에 이러한 조항을 두고 있는 기업 63곳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첫 사법 조치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래 세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고용 세습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며 노조 소속 조합원 자녀 '고용 세습' 관행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반발했다. 해당 조항은 이미 '사문화'된 것으로 실제 우선 채용이 이뤄진 적은 한 건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1월 집행부 방침에 따라 각 사업장의 단협 논의가 시작되면 해당 조항을 수정하는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는데, 이러한 배경을 알고도 입건과 동시에 나온 대통령 발언은 전형적인 '노조 때리기'라는 게 금속노조 주장이다.
윤 대통령 발언에 고용부는 지난 20일 노조 회계 투명성 관련 현장조사 착수 브리핑에서 예고에 없던 '불공정 채용 근절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정식 장관은 "대통령께서 지속 강조하셨듯 불공정 채용은 우리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잘못된 관행이자 미래 세대인 청년의 희망과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건설 현장과 청년 다수고용 사업장 등 1200곳을 집중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정부의 이러한 행보가 최근의 지지율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직전보다 4%포인트 하락한 27%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20%대 지지율이다. 17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인 33.6%를 찍었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당시 강경 대응 원칙을 고수하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40%대를 돌파한 바 있는데, 지지율 반전을 위해 노동개혁 이슈를 다시 꺼내든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산하노조의 집단탈퇴를 막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무금융노조 등 산별노조의 자체 규약에도 조만간 시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둘러싼 노정 갈등은 노조 회계와 고용 세습에 더해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장시간 근로', '공짜 야근'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두 달간 의견 수렴을 더 이어가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노동계는 '개편안 폐기'와 '원점 재검토'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노동계가 '중립성 논란'이 불거진 공익위원 사퇴를 촉구하면서 첫날부터 파행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놓고도 노정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다음달 2일 첫 회의를 다시 열기로 잠정 결정했지만, 노동계가 이 문제를 또다시 거론할 가능성이 있어 본격적인 안건인 최저임금 수준과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논의하기까지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개혁을 '노조탄압', '노동개악'으로 규정하고 대정부 투쟁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당장 노동절인 5월1일 양대노총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노동자 대회를 개최하고, 윤석열 정부를 강력 규탄할 계획이다. 노동자 대회에는 서울에만 약 10만명의 조합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노조도 다음달 31일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윤석열 정권은 노동탄압과 노동개악에 나서며 노조 무력화에 과녁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에 이어 7월에는 민주노총 총연맹 차원의 대규모 총파업 투쟁도 예정돼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월 기자 간담회에서 총파업 투쟁과 관련 "올해는 예년과 다르다. 어느 때보다 규모 있는 총파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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