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건축물에 도전하는 울산시, 강 한복판에 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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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순 울산시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1억5000만원짜리 적지 않은 규모의 용역 공모인데 마감 결과 단 한 건도 입찰이 없었기 때문이다.
울산 태화강 한 복판에 3600억원을 투입해 3000석 규모의 거대한 공연장을 건립하는 내용이다.
한 건축사는 "범람 위험이 상존하는 강 위에 공연장을 짓는다는 게 기술 문제만으로도 쉽지 않지만 그린벨트 해제보다도 어렵다는 게 하천점용허가인데 이것까지 고려한 용역 결과를 제출해야 하다 보니 답이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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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능가하는 영남권 최대 규모로
홍수 극복한 공연장 건립 사례 아직 찾지 못해
건축업계, 타당성 및 기본구상 용역 공모에 입찰 꺼려
지형적 특성으로 어려움..하천점용허가까지 난관 많아
기본구상 용역 공모 재공고 .. 용역비 2억5000만원으로 인상
애당초 불가능한 일 , 수억 원의 검토 비용만 허비한다는 지적도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지난해 12월 중순 울산시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1억5000만원짜리 적지 않은 규모의 용역 공모인데 마감 결과 단 한 건도 입찰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 예견된 일이라는 말이 나왔다. 용역명은 ‘세계적 공연장 건립 사전 타당성 및 기본구상 용역’이다. 공연장 건립과 관련한 용역에 으레 붙는 제목 수준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울산 태화강 한 복판에 3600억원을 투입해 3000석 규모의 거대한 공연장을 건립하는 내용이다. 태풍이라도 오면 불어난 강물로 인해 둔치 정도는 가볍게 침수되는 게 태화강이다 보니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3일 지역 문화계와 건축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울산시장 선거 때 김두겸 울산시장이 대규모 공연장 건립을 공약으로 언급했다. 해변에 위치한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나 현재 건립중인 부산시 오페라하우스처럼 울산도 태화강 강변에 지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최근 울산시 공공디자인 공모에서 건립 위치가 땅이 아닌 강물 위라는 것이 확인됐다.
당시 김 시장은 건축 방식과 규모면에서 독창적이고 세계적이어야 한다는 데 속마음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태화강의 실정을 고려해 한강의 ‘세빛섬’처럼 물 위에 띄우거나 인공섬을 만들고 물길을 우회시키는 방법, 또는 강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 거대한 교각 위에 건물을 올려 짓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건축 업계가 까다로운 일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러한 이유만이 아니다. 태화강은 국가하천으로 지정돼 있다. 하천부지에 대한 점용허가가 선결 과제이다. 하지만 태화강은 홍수가 잦아 오리배를 띄울 계류장조차 정부로부터 허가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가정원까지 끼고 있는 아름다운 강이지만 수상·레저 사업이 전무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건축사는 “범람 위험이 상존하는 강 위에 공연장을 짓는다는 게 기술 문제만으로도 쉽지 않지만 그린벨트 해제보다도 어렵다는 게 하천점용허가인데 이것까지 고려한 용역 결과를 제출해야 하다 보니 답이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울산시는 4월 말 이번 용역 공모를 재공고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용역비를 2억5000만원으로 올렸다. 한편에서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에 대해 검토 비용만 수억원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예상되는 난관에도 불구하고 울산시가 거액을 들여 추진하는 것은 부족한 문화예술 인프라 때문이다. 지역 공연장은 26곳이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 복합시설이고 500규모 이상은 3곳에 불과하다. 이름난 공연 하나 유치하기 어렵다. 이왕 건립할 거면 대극장 1800석 규모의 부산 오페라하우스, 1500석의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제치고 영남권 최대 규모의 공연장이 되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게 울산시의 판단이다.
시 관계자는 “독특한 건축물은 관광상품으로 가치가 크기 때문에 도시 랜드마크와 경제적 측면도 기대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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