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맥스 슈어저의 기묘한 이물질 논란

이창섭 2023. 4. 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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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스 슈어저(왼쪽)와 필 쿠지 심판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이번주 메이저리그가 발칵 뒤집어졌다. 지난 목요일 뉴욕 메츠 맥스 슈어저가 이물질 규정 위반으로 퇴장당했기 때문이다.

경기 초반부터 슈어저와 심판진 사이에서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2회 1루심 필 쿠지가 슈어저의 손 상태를 의심했다. 사건의 발단이었다. 슈어저는 심판들이 보는 앞에서 알콜로 손을 씻었다.

손은 깨끗해졌지만 상황이 정리되지는 않았다. 슈어저는 3회 말이 되기 전 또 한 번 검사를 받았다. 이번에는 글러브가 문제였다. 쿠지는 끈적임이 묻은 글러브 대신 새 글러브를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슈어저는 의견을 받아들이고 새 글러브로 교체했다. 양측의 대치는 이대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4회로 넘어오면서 분위기가 또 심각해졌다. 쿠지는 심판조 조장 댄 벨리노 주심을 부르더니 슈어저를 다시 검사했다. 그리고 슈어저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슈어저는 길길이 날뛰었다. 심판들이 걸고 넘어진 이물질은 허용이 되는 '로진'이라고 소리쳤다. 심판들이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슈어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결백을 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까지 걸었다. 과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만큼 억울하다는 뜻이었다.

심판들도 곧바로 대응했다. 벨리노는 "처음 검사했을 때보다 더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슈어저의 손 상태가 지금까지 자신이 검사했던 것 중 가장 나빴다고 덧붙였다. 슈어저의 퇴장이 합당한 조치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2021년 6월부터 투수 이물질 사용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이닝이 끝나고 투수를 불러세워 검사하는 장면이 이때 처음 생겼다. 일각에서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반박했지만, "자업자득"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적극적으로 협조한 투수가 있는 반면, 신경질적으로 대하는 투수도 있었다.

이물질 검사 강화 이후 퇴장을 당한 투수는 슈어저가 세 번째다. 앞서 헥터 산티아고와 케일럽 스미스가 있었다. 전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슈어저는 두 투수와 위상이 다르다. 현역 최고의 투수로 꼽히기 때문에 이물질 퇴장이 더 심각하게 여겨지고 있다.

일단 공식 입장이 나온 이상 슈어저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로진만 사용했다고 항변하지만, 메이저리그 규정집에는 로진 역시 지나치면 이물질로 볼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실제로 트레버 바우어는 로진과 땀의 결합으로 끈적이는 효과를 증명한 바 있다(야구공을 손바닥에 붙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슈어저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슈어저의 말이 가지는 힘은 약해졌다. 이에 슈어저는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도 항소를 포기했다. 규정집에 있는 내용을 뒤집는 건 불가능하다.

슈어저의 잘못은 명백하다.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 그러면 슈어저만 바뀌면 되는 일일까. 슈어저의 사례는 투수들에게 한 번 더 경각심을 일깨워 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여러 곳에서 나온 비판대로 보다 확실한 '기준'이 필요하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투수들의 이물질 검사를 더 엄격히 할 것을 공지했다. 글러브와 모자, 벨트뿐만 아니라 손가락 등도 면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존에는 이닝 중간에 검사가 이루어졌지만, 올해는 의심되는 상황이 있으면 상시 검사를 할 것을 덧붙였다. 심지어 포수도 심판이 요청하면 검사에 응해야 한다.

이는 투명한 경기 운영을 통해 공정성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다. 또한 투고타저가 더 심해지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도 있다. 지난해 리그 평균 타율 0.243가 1967년 0.242 이후 가장 낮았던 메이저리그는, 올해 투고타저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규정들을 도입했다. 여기에 발맞춰 투수 부정 행위를 뿌리 뽑아 리그 공격력을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2년 전부터 시행된 이물질 검사를 갑자기 강조하게 된 배경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잘못된 점을 바로 잡는 건 올바른 일이다. 다만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는 건 막아야 한다. 로진은 써도 되지만, 많이 쓰면 안 된다는 건 다소 애매모호하다. 그 기준을 심판 재량에 맡기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슈어저를 퇴장시킨 쿠지가 앞선 산티아고와 스미스도 퇴장시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이 괜히 화제가 된 것이 아니다. 쿠지와 함께 슈어저의 퇴장을 지시한 벨리노도 지난해 매디슨 범가너의 이물질 검사를 하는 중 감정적인 모습으로 비난을 받았었다(벨리노는 공개적으로 사과까지 했다).

뉴욕 메츠 벅 쇼월터는 리그 규정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감독이다.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해 심판들도 긴장시킨다. 쇼월터는 이번 사태에 대해 "슈어저가 쓴 건 로진이고, 로진은 엄연히 리그에서 허용한다. 만약 이게 문제라면, 문제 없는 투수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슈어저는 이물질 투수라는 오명을 썼다. 슈어저를 보는 시선이 이전 같지 않을 것이다. 슈어저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공정성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불공정이 대두되는 것도 석연치 않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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