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액·확대가 쇄신?…갈팡질팡 제천국제음악영화제[초점]

이도근 기자 2023. 4. 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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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국제음악영화제 '원썸머나잇' *재판매 및 DB 금지

[제천=뉴시스] 이도근 기자 = 충북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부실회계 여파로 존폐 위기로까지 몰린 데 이어 최근에는 예산 증액과 프로그램 운영을 놓고 시의회와 집행부가 혼란에 휩싸였다.

고강도 쇄신으로 시민에게 다가가는 영화제를 만들겠다고 한 김창규 제천시장은 영화제 성공개최 방안을 묻는 질문에 답을 요구받고 있다.

23일 제천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예산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삭감됐다가 최근 10억원을 증액할 것으로 보였으나, 시의회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증액안을 부결하면서 또 다른 시비를 낳고 있다.

지난해 18회 영화제 과정에서 부실회계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시는 올해 영화제 관련 예산을 대폭 줄여 지난해(44억1100만원)의 절반 수준인 국비 2억7000만원, 도비 5억원 등을 포함해 19억7000만원으로 계획했다.

올해 행사를 '쉬어가는' 영화제로 운영하기로 한 시는 고강도 쇄신 방안도 발표했다.

박기순 제천부시장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임원진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한 프로그램 운영 등이 예산초과 지출 사태를 일으켰다"며 시민들에게 공개 사과하며 강도 높은 쇄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쇄신안의 골자는 규모의 축소였다. 올해 영화제를 시 추천 2명, 시의회 추천 1명, 영화제 사무국 추천 2명 등 5명으로 구성된 임시추진위원회를 통해 비상체제로 운영하기로 하고, 기존 영화제 전반을 주관하던 집행위원장은 선임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제 사무국 조직도 정비해 서울·제천으로 양분된 사무국을 제천사무국으로 일원하기로 했다. 인원도 20여명에서 5명 정도로 대폭 감축하기로 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만에 입장은 180도로 바뀌었다.

비상체제로 운영하겠다던 임시추진위원회는 가동을 멈춘 상태고, 슬그머니 영화제 이사회를 열어 이동준 음악감독을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사무국 조직도 다시 확대되는 분위기다. 영화제 측은 최근 서울 사무국 사무실을 임대 계약하고, 홈페이지 등에 영화제 스태프 모집 공고도 냈다.

영화제 관련 예산도 대폭 증액에 나섰다.

시는 최근 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영화제 관련 예산 10억원을 증액 반영했다. 이번 추경에 반영한 10억원 중 5억원은 개·폐막식과 원썸머나잇 등 영화제 운영비, 5억원은 영수증콘서트 개최 비용이다.

제천단양영월 시민연대 회원들이 충북 제천시청 앞에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결손금 예비비 충당에 반발하며 영화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3.3.10. nulha@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규모 결손으로 부실회계 운영 논란을 부른 영화제가 고강도 쇄신책을 발표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조직·프로그램 확대, 예산 증액에 나선 상황이어서 지역 사회의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제323회 시의회 임시회 자치행정위원회는 2023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 예비심사에서 10억원이 증액 편성된 영화제 운영예산을 부결했다. 행정위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3명이 모두 반대하면서 3대 3 동수로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고강도 쇄신안을 발표한 시가 사무국 조직을 확대하고 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행정의 기본인 일관성과 연속성을 흔드는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영화제를 둘러싼 오락가락 행태에 대해 시는 "영화제를 실제 운영하는 영화인들에게 기획권을 줘야 한다는 영화계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영화제를 둘러싼 갈짓자 행보는 지역 정치권의 알력 다툼의 산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영화제 예산 증액 과정에서 고려인 등 재외동포 지원조례가 시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됐다가 나흘 만에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상임위에서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같은당 김창규 시장의 역점사업을 인질 삼아 시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어느 시의원은 20일 시의회 행정위에서 "아무리 영화계의 요구가 있었다고 해도 (시의 수차례 입장 번복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힘 있는 누군가가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창규 제천시장이 최근 관행적으로 시장이 맡아온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과거 영화제를 창설한 엄태영 국회의원에게 넘기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정치권 안팎의 설왕설래도 이어지고 있다.

24~2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에서 영화제 예산이 증액될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예결특위는 국민의힘 5명 민주당 3명으로 구성됐다. 시의회 전체 의원들은 국민의힘 8명, 민주당 5명이다. 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영화제 예산 증액에 찬성,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nulh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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