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 끝났는데"…진단기업 '재고' 골머리

차지현 2023. 4. 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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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 진단업계 재고 급증
수요 감소에 재고 리스크도 증가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주요 진단기기업체의 재고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계감이 꺾이면서 진단기기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진단기기 재고 4년새 5배↑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연매출 상위 10개 주요 진단기기업체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총 7441억원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말(1507억원)보다 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21년 같은 기간(8234억원)과 비교하면 약 10% 감소했다.

재고자산이 가장 많은 곳은 에스디바이오센서였다. 회사의 재고자산은 2019년 12월 말 344억원에서 코로나19 창영향으로 이듬해 3715억원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2546억원이었다. 이어 △씨젠 1582억원 △엑세스바이오 1142억원 △아이센스 80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주요 진단기기 업체 재고자산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최근 4년간 증가율을 보면 휴마시스의 재고자산이 가장 많이 늘었다. 휴마시스의 지난해 12월 말 재고자산은 425억원으로, 2019년 12월 말보다 1366% 증가했다. 2021년 12월 말보다는 18% 정도 줄었다. 반면 녹십자엠에스의 경우 2022년 12월 말 기준 재고자산(150억원)이 코로나19 이전(278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재고자산이란 기업이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 보유한 자산이다. 원재료, 제품과 상품, 재공품(제조 과정에 있는 물품) 등이 모두 재고자산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재고자산 증가는 재무구조에 부정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제품을 만드는 데 비용이 발생했음에도 이들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현금 흐름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재고자산을 두고 '돈이 묶여 있다'고 해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회전율 정점 찍었나

하지만 재고 증가율에 맞춰 소진 속도도 증가한다면 경영 활동에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기업이 적정하게 재고 관리를 하고 있는지는 재고자산 회전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원가를 평균 재고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회전율이 높을수록 매출로 인식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식당이 점심시간 때 테이블을 몇 번 돌리는지를 보는 회전율과 비슷한 개념이다.

주요 진단기기 업체 재고자산 회전율. /그래픽=비즈워치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동안 주요 진단기기업체의 평균 재고자산회전율은 2019년 5.5회, 2020년 5.3회, 2021년 5.5회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왔다. 재고자산이 빠르게 늘었지만 그만큼 소진 속도도 빨라 적정하게 재고관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해부터 이들 기업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이들 기업의 평균 재고자산회전율은 4.8회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10개 기업 가운데 지난해 재고자산 회전율이 전년보다 높아진 곳은 에스디바이오센서, 휴마시스, 녹십자엠에스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업은 모두 재고자산 회전율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재고자산회전율을 보면 랩지노믹스가 21.6회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에스디바이오센서 5.1회 △녹십자엠에스 4.7회 △휴마시스 4.5회 △아이센스 2.4회 △엑세스바이오 2.4회 순이었다.

충당금도 급증…재고 리스크 우려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기업이 향후 제품 수요 등을 검토해 과잉이나 진부화, 시장 가치의 하락 등이 발생한 경우 일부 비용을 부채 항목에 미리 계상하는 금액이다. 이후 재고자산평가손실은 매출원가로 비용 처리한다.

10개 기업 중 7곳이 지난해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을 확대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으로 1326억원을 설정했다. 1년 만에 1326억원을 계상한 것이다. 씨젠 역시 같은 기간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을 1357억원으로 설정, 전년보다 1068억원 이상 늘렸다.

주요 진단기기 업체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그래픽=비즈워치

실제 진단기기업체 대부분이 지난해 재고자산을 손실로 반영하면서 적자 폭이 대폭 확대됐다.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씨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1%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바디텍메드의 영업이익은 반토막났다. 수젠텍도 영업이익이 28% 이상 줄었다.

진단기기 업계에서는 당분간 기업들의 재고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적으로 진단기기 수요가 줄고 있는 데다 팬데믹 시기 진단기기 경쟁이 심화하면서 판매 단가도 낮아진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등 진단키트의 유통기한은 수개월에서 1년에 불과하다.

진단기기업체 관계자는 "팬데믹 초기 개당 10~20달러 수준이었던 진단키트 가격이 현재 2달러 안팎에 거래되는 상황"이라며 "수많은 진단 기업들이 그동안 쌓아 놓은 제품의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차지현 (chaj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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