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컵 힘들다면···디지털 탐폰[지구용]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다양한 월경용품 선택지 제공에 초점
월경컵 자원순환·헤이문 앱 등 건강과 지구 위한 프로젝트도
※기사 내 링크는 서울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님을 만나게 된 건, 지구용에서 그동안 월경용품 이야기 꽤 많이 했는데도 아직 할 말이 잔뜩 남아서입니다. 사실 우리가 그동안 월경에 대해, 월경용품에 대해 너무 숨겨왔으니까 이제라도 많이 이야기해야겠죠. 긴 인터뷰를 최대한 전해드리고픈 이유입니다.
김 대표님은 스스로 월경에 '짜증나서' 회사를 세웠다고 합니다. 컨디션 저하, 피부 발진 같은 문제를 시중에 나온 제품들로는 풀 수 없었던 거죠. "월경의 다양한 불편함을 누구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은 상황에서 저조차도 그저 빨리 지나가면 좋겠는데, 월경을 안할 순 없나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뭐든 개선하려는 성향이 강한데도 월경과 관련해선 그런 시도나 발상 자체를 못 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시 터졌던 '깔창 생리대' 이슈도 창업에 한 몫을 했다고 합니다.
회사를 세운 2017년이나 지금이나 월경, 여성 헬스케어 기업 자체가 흔치 않다보니 웃기면서 슬픈 에피소드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김 대표님을 소개하면서 "페미니스트 케어 하는 분이니까 말 조심해"라고 했다는 일화에 에디터도 탄복(!)했습니다. '페미닌 헬스케어'와 페미니즘 양쪽 모두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저 짧은 문장에 담아낸 절묘함에 말입니다.
김 대표님은 "월경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됐고, 병원 최초의 진료과목을 꼽는다면 산과일 텐데 아직도 월경이란 말조차 터부시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바꿔나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해피문데이는 유기농 순면 커버 패드, 월경컵, 사탕수수로 애플리케이터를 제작한 바이오플라스틱 탐폰에 이어 최근에는 디지털탐폰을 국내 최초로 출시했습니다. 디지털탐폰은 애플리케이터가 없는, 흡수체+실만으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플라스틱 없이 탐폰을 쓰고 싶은 분들에겐 정말 반가운 소식. 흡수체도 유기농 순면이니까 우리 몸에도, 그리고 환경에도 부담이 훨씬 덜합니다.
김 대표님은 디지털 탐폰 사용 팁을 이렇게 알려주셨어요. "손을 잘 씻고 디지털 탐폰의 비닐(오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을 벗겨서 '생각보다 조금 더',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삽입하면 욉니다. 그 정도 구간이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는 구간이거든요. 그리고 질 내부가 말라있을 땐 잘 들어가지 않을 수 있으니까, 월경 양이 많은 날에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환경을 위해서라면 일회용 패드는 팔지 말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요? 김 대표님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쓰고 있고(우리나라 여성의 약 90%) 여기서 더 나은 옵션을 제안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비건 1명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주 1회 비건식을 먹는 게 더 의미있을 수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위생이나 관리 문제 때문에 탐폰이나 월경컵, 면 생리대를 쓰기 어려운 상황(제3세계 여성, 갓 초경 시작한 나이대 등)도 있을 테고요. 다양한 제품 중에서 어떤 걸 고르든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디지털탐폰, 바이오플라스틱 탐폰, 월경컵에 라이너팬티까지 만든 거고요. 물론 전제품이 비건에 크루얼티 프리(동물 실험 없음). 여기서 김 대표님이 깨알같이 덧붙이셨습니다. "유기농 순면 커버 패드는 보풀이 안 일어나게 가공한 기술력에 자부심이 큽니다. 사탕수수 바이오플라스틱 탐폰의 애플리케이터에는 색소도 안 넣어서 재활용을 쉽게 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해피문데이가 정말 진심이라고 느껴진 대목 하나 더. 제품 상세 설명 페이지에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중금속, 형광증백제 등 유해물질 검사 결과를 전부 공개해 두셨습니다. 원래는 이런 검사를 매년 할 의무가 없고, 제품 출시할 때나 한 번 하는 게 보통인데 말입니다. "제품이 한 번 괜찮았다고 계속 괜찮은 건 아니니까,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는 겁니다. 해피문데이가 어떤 고민과 관리를 하는지 알리고 계속 발전하는 브랜드란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대표님 말씀.
◆VOCs, SAP...? 그거 무서운 거 아닙니까?
에디터는 작년에 월경컵으로 갈아탔지만 VOCs라든가 고흡수성수지(SAP)라든가...월경용품의 성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님께 이것저것 물어봤죠.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VOCs - VOCs는 모든 제품에 다 함유돼있을 수 있습니다. 유기농 순면 커버 패드조차도, 지금 우리가 앉아있는 이 건물에도요. 이와 관련해 전세계적으로 연구 자체가 잘 안 돼 있는 건 맞습니다. 그나마 한국은 과거의 사건들 때문에 전성분 공개 같은 안전장치가 마련된 거고,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하겠죠. 하지만 연구가 안 돼 있으니까 위험하단 생각은 섣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피문데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는 박민아님 : 옛날에 MSG도 화학물질이라고 공포를 조장했지만 이제는 안전성이 많이 검증된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에디터 주 - 2010년 전후로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
▷SAP - 패드나 기저귀에는 액체를 흡수해서 안 흐르게 고정해주는 SAP가 들어 있습니다. SAP가 미세플라스틱이라는 불안감이 있는데, 김 대표님은 "오해가 너무 많다"고 하셨습니다. 오히려 해외에서는 원예용, 농업용 SAP를 써도 되냐는 질문에 '기저귀에도 쓰이니까 안심하라'는 답이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해피문데이는 흡수력이 좋고 안정적인 분자 구조(=성질이 변해서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음)의, 월경 패드에 특화된 싱가포르 기업의 SAP를 쓰고 있다고.
그리고 두 가지만 더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건 진짜 알려야겠다 싶은 해피문데이의 프로젝트들.
①월경컵 자원순환 프로젝트
월경컵은 일반 쓰레기로 버릴 수밖에 없었는데 해피문데이가 작년 12월부터 해피 리사이클 캠페인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월경컵 자원순환 프로젝트'를 진행 중. 월경컵을 정해진 수거처에 전해주면 잘 세척, 분해해서 재활용한다고 하니까 믿고 맡기면 됩니다. 수거처는 서울 연남동 지구샵, 부산광역시의 천연제작소, 서울 을지로의 제로띵스. (유튜브 영상으로 자세히 보기)
②헤이문 - 월경관리 앱
월경주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르몬 사이클에 따라 내게 필요한 것들, 증상의 패턴 등도 관리해 줍니다. 예를 들어 질염 증상이 배란일 전후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정보를 알려준다거나, '고민' 탭에서 셀프 체크 해보고 곧바로 진단 키트나 영양제를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산부인과에 가서 뭘 물어볼지 잘 모르겠다면 그냥 헤이문 리포트를 보여드려도 될 정도. (다운로드 링크→아이폰, 안드로이드)
월경은 참 귀찮고 종종 고통스러운 행사입니다. '월경을 예측하고 컨트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과 서비스'가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앞으로도 더 많이 발전해야 하는 이유. "여성들이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여러 개의 무기를 챙겨 꾸려나가야 한다"는 김 대표님의 비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자님도 자신에게 꼭 맞는 무기를 찾을 수 있길, 오늘 기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라겠습니다.
(P.S - 해피문데이(온라인몰 링크)는 20일 오후 3시부터 26일까지 월경용품 5종(라이너팬티, 이지 탐폰, 디지털 탐폰, 베이직컵, 약산성 여성청결제)을 최대 30% 할인판매 중.)
지구용 레터 구독하기
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는→https://url.kr/use4us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