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전기차 올라탄 도요타, 대역전극 가능할까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력 높지만 선발주자와 격차 커 주목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4월7일 일본 도요타자동차(이하 도요타)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기자동차(EV) 투자 강화를 위해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사토 사장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를 현재 2만4000대 규모에서 2026년까지 60배 이상 증가한 연간 150만 대로 늘린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전기차 업계 1위인 테슬라가 2022년 130만 대를 판매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도전적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2024년 2개 차종 신규 출시를 포함해 2026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현재 3개에서 1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역별 맞춤전략도 제시했다. 신흥국의 경우 픽업이나 소형차 형태의 전기차를 강화하고, 미국에는 대형 SUV 형태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켄터키주에 위치한 도요타 공장 역시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고, 이에 필요한 배터리 생산라인도 별도로 신설한다는 방안이다. 단순한 차종 및 생산량 확대에 그치지 않고 공정 단순화 및 자동화를 통해 전체 공정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생산계획도 제시함으로써 도요타가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하이브리드 성공에 취해 혁신 게을리해
도요타는 2022년 1048만 대의 차량을 판매(점유율 13%)해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2만 대에 그쳤다. 시장점유율 0.3%, 판매 순위 28위에 불과한 초라한 실적이었다. 17%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인 테슬라와 확연히 비교된다. 미래 자동차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인식은 도요타의 주가에 반영됐다. 일본 증권시장에서 도요타의 PBR(주가 순자산 배율)은 0.9배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 테슬라가 중장기적으로 연간 500만 대 생산능력 보유를 목표로 세계 곳곳에서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GM과 포드 역시 2025~26년까지 북미에서만 각각 연간 100만 대, 200만 대의 생산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도요타의 전기차 집중과 전환 선언은 많이 늦었음이 분명하다.
전기차 부문에서 유독 도요타가 힘을 못 쓰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과거의 성장과 혁신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1997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는 놀라운 연비를 기록하면서 친환경 자동차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하지만 이러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압도적인 성장은 반대로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원인이 됐고, 테슬라로 대표되는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대처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도요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기차 부문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적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장거리 주행을 위한 대형 전기차 수요가 많으며, 차량 대형화에 따라 다른 지역에 비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우선 2025년까지 차세대 전기차를 개발해 미국 시장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6년 이후에는 연간 20만 대의 전기차를 미국 시장에 판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20%까지 높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도요타의 도전에 기대 반 걱정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30~40% 정도 부품이 줄어드는 만큼 일본의 거대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 역시 대규모 구조 전환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내 자동차의 90%가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현재 68만 명에 이르는 자동차 부품 관련 산업의 고용인력 가운데 10% 이상인 8만 명이 실직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대로 전기차 전환에 따라 중요성이 높아지는 소프트웨어 부문의 경우 향후 10년간 3~4배 이상 인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소프트웨어 업계가 이를 충당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전기차 전환에서 가장 큰 경쟁력은 장기적으로 진행해온 도요타의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력이다. 현재 전기차는 리튬이온배터리 또는 인산철배터리(LFP)로 구분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가의 리튬을 사용하지 않는 이차전지가 주축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까지 차세대 이차전지는 크게 나트륨이온전지와 불화물이온전지로 압축되고 있다. 나트륨이온전지의 경우 용량은 리튬이온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바닷물에서도 만들 수 있는 나트륨을 이용함으로써 원료 비용을 30% 이상 낮출 수 있다. 충전 횟수 역시 이차전지가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2배인 4000회 이상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의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2030년부터 나트륨이온전지가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하면서 주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며, 2030년 이후에는 불화물이온전지가 실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도요타, 불화물이온전지 분야에 강점
도요타의 경우 이 가운데 불화물이온전지 분야에 강점이 있다. 차세대 이차전지와 관련해 2003년 이후 출원된 9862건의 유효특허를 분석해 보면 중국과학원이 395건으로 1위이며, 도요타는 236건으로 2위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중국 7개 기관, 일본 2개사, 미국 1개사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불화물이온전지의 경우 도요타가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무라타제작소 등도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에서는 약점을 보였지만 차세대 전지에 대한 기술력을 토대로 한 번에 대역전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도요타의 전략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차세대 전지의 개발 성공과 더불어 당장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테슬라는 물론 중국의 바이두(BYD) 역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두의 2022년 전기차 판매량은 86만8000대로 2021년 31만8000대와 비교할 때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바이두는 2022년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면서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도요타에 비해 유리하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로 인산철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 확보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의 전기차 집중 선언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미래가 전기차로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발 빠른 대응과 투자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중국의 물량 공세 및 기술적 도약으로 인해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소프트웨어 및 공정자동화 등 자동차 산업 전반의 대폭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유지·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초등생 자매 11년 성폭행 학원장, 2심도 ‘징역 20년’ - 시사저널
- “오늘 스폰 가능?”…정보 흘리고 뒷돈 챙긴 춘천문화재단 직원 - 시사저널
- 제자와 성관계 한 여교사에…“남녀 바뀌었다면?” 지탄 쏟은 재판부 - 시사저널
- ‘학원가 침투’ 마약에 칼 뺐다…한동훈 “과할 정도로 단속” - 시사저널
- “尹대통령, 나라 두 동강 내지 않으려 문재인 수사 자제” - 시사저널
- 전두환 ‘추징금 55억원’ 추가 환수 길 열렸다 - 시사저널
- 이강인과 오현규의 시대가 오고 있다 - 시사저널
- 임영웅, 새 오디션에도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 - 시사저널
- 봄철 3대 불청객 ‘알레르기·축농증·춘곤증’ 이렇게 물리쳐라 - 시사저널
- 건강한 다이어트 돕는 ‘10대 슈퍼푸드’는?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