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릴수록 강해지는 에코프로 주가… 개미들은 믿음으로 똘똘 뭉쳐

이슬아 기자 2023. 4. 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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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주가 182만~700만 원 ‘장밋빛 전망’부터 45만 원 ‘매도 의견’까지 분분
에코프로그룹 충북 청주 본사.[에코프로 제공]
"배당이 악재라는 말은 살다 살다 처음 듣는다. 배당주는 어차피 시장에 안 나온다. 떨어졌을 때 한 주라도 더 줍줍하는 게 이득이다."

"일론 머스크도 테슬라를 고점에서 던졌다. 임원 매도는 풀매수 시그널이다. 몇 년 뒤 200만 원 갈 주식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오히려 생큐다."

4월 18일 오후 6시 한 포털사이트 에코프로 종목토론실에 올라온 게시물 내용이다. 이날 장 마감 후인 오후 5시쯤 에코프로의 75만 주 배당 공시가 올라왔다. 전날에는 에코프로 임원들이 10억 원 넘는 자사주를 매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통상 주식배당은 발행 주식 수 증가에 따른 주가 하락 신호로, 임원의 주식 처분은 이미 주가가 고점이라는 의미로 인식된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다양한 논리로 에코프로의 잇단 악재를 호재로 해석했다. 연초부터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그룹 주식을 쓸어 담고 있는 개미들이 "더 간다"는 일부 낙관론자에 대한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때릴수록 강해지는' 모습이다.

악재에도 끄떡없는 믿음

[에코프로 홈페이지 캡처]
에코프로그룹 주가는 1월 이후 고공 행진 중이다. 지주사 에코프로, 양극재 생산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이 주축이다. 새해 첫 장인 1월 2일 두 종목 주가(종가 기준)는 각각 11만 원, 9만3400원이었다. 3개월 뒤인 4월 18일 에코프로는 65만6000원, 에코프로비엠은 29만600원을 기록했다. 에코프로의 경우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 600%다.

주가 급등세 배경에는 국내 2차전지 산업의 성장 기대감과 이른바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의 컬래버레이션이 있다. 국내 2차전지 산업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최대 수혜 분야로 꼽힌다. 지난해 IRA가 시행되면서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중국산 대신 한국산으로 쓰려는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IRA 세부지침은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전구체, 수산화리튬 등 핵심 광물까지 2025년 이전에 중국산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하는데, 에코프로비엠은 국내 양극재 생산 기업 중 유일하게 광물 국산화에 성공했다. 올해 초 혜성처럼 등장한 박 이사도 개미들에게 에코프로그룹 주식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다. 그가 2월 책 'K배터리 레볼루션' 출간을 시작으로 유튜브, 언론 등에서 국내 2차전지 기업의 경쟁력을 설파한 뒤로 에코프로그룹 주가가 일제히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어서다.

과거 전례도 믿음의 땔감이다. 지난해 1월 에코프로그룹에는 겹악재가 터졌다. 충북 청주시 에코프로비엠 오창 공장에서 불이 나 사상자 4명이 발생했고,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주식 내부자 거래 의혹이 불거져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때 이익을 본 건 기관, 외국인투자자 등 공매도 세력이다. 놀란 개미들이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처분하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공매도 세력이 상당한 시세차익을 챙겼다. 당시 학습효과로 최근 개미들은 어떤 악재가 와도 '버틴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연초 에코프로그룹 주식에 대한 공매도 거래대금이 크게 늘고, 3월 에코프로그룹 본사가 압수수색 당하는 와중에도 주가가 견조한 흐름을 보인 이유다. 개인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에서는 음모론까지 제기된다. "공매꾼들이 '개미 털기'를 위해 지난해 수사의 연장선일 뿐인 압수수색의 의미를 과장한다"는 게 그중 하나다. "지난해 안 팔고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비속어)해 지금은 억 단위 수익을 보고 있다"는 실제 사례도 개미들 마음에 불을 지핀다.

꺾인다? 더 산다!

‘개미의 반란'에는 전문가 경고조차 소용없는 상황이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그룹 주가의 과열 양상을 우려하고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이 4월 11일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도'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김 연구원은 "에코프로의 현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가치를 넘어섰다"며 "주가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당분간 중기 실적을 확인하는 상당한 기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20조 원에 가까운 에코프로 시가총액이 2027년 목표치인 11조8000억 원을 이미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의 매도 리포트가 나온 후 에코프로그룹 주가는 한 차례 꺾였다. 하지만 '심약한' 개미들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심지 굳은' 개미들은 주식을 더 사들였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김 연구원의 리포트가 나온 4월 10~14일 개인투자자들은 에코프로를 51만304주순매수했다(표 참조). 그 전 2주(19만578주)의 2.7배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수산화리튬 가격을 둘러싼 공방전까지 벌어졌다. 박순혁 이사가 김현수 연구원의 리포트를 '엉터리'로 규정하면서다. 박 이사는 4월 1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연구원이 2027년 ㎏당 수산화리튬 가격을 8달러로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기업가치를 저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김 연구원을 향한 개미들의 비난이 들끓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수산화리튬 가격을 30달러로 높여도 투자 의견은 변하지 않는다고 재반박했다. 김 연구원은 4월 18일 기자와 통화에서 "현재 수산화리튬 가격은 약 50달러지만 코로나19 종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완화 국면에서 이전 수준(10달러 미만)으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며 "수산화리튬과 높은 가격 상관성을 나타내는 탄산리튬이 이미 27달러 아래라서 수산화리튬이 30달러까지 빠지는 건 예정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그래프 참조). 그러면서 "8달러가 아닌 30달러로 계산해도 에코프로의 기업가치는 현 시가총액보다 낮은 13조7000억 원"이라고 말했다.

182만 원? 700만 원?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는 올해 초부터 각종 매체를 통해 2차전지 기업의 경쟁력을 역설하고 있다.[지호영 기자]
에코프로의 적정 주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과열됐다"는 게 증권사 연구원들의 중론이지만 일각에서는 앞으로도 최소 3배에서 최대 10배까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창환 하이투자증권 강북WM센터 영업부장은 4월 18일 한 방송에서 "에코프로 주가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2027년 182만 원까지 간다"고 평가했다. 박순혁 이사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에코프로비엠의 캐파(생산능력)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코프로 주가는 2025년 700만 원에 이를 것"이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다시 개미들의 투자를 독려하는 일종의 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최근 코스닥은 11개월 만에 900선을 탈환했다. '에코프로' 개미들의 굳건한 매수 의지가 그중 30%를 이끌었다. 전날 영향에 에코프로 주가가 6%가량 하락(61만6000원)한 4월 19일에도 개미들은 "향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편입을 위해 일부러 주가 변동 폭을 줄인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다음은 같은 날 포털 종목토론실에서 나온 반응이다. "MSCI 지수 편입 기준이 62만 원이다. 주가 관리하는 거다." "MSCI 편입 확정 같다. 추매하고 버틴다. 공매 박살!"

에코프로 적정 주가 전망 차이 왜?
"지금은 프리미엄 주고 사는 것"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 VS
"3배 이상 상승 여력 있어" 이창환 하이투자증권 강북WM센터 영업부장

에코프로 주가를 보는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과 이창환 하이투자증권 강북WM센터 영업부장의 시각은 상반된다. 김 연구원은 4월 11일 리포트에서 에코프로의 목표 주가를 45만4000원으로 잡고 투자 의견은 '매도'로 전환했다. 이 부장은 4월 18일 한 방송에서 에코프로 주가가 2027년 182만 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의 주식을 두고 전혀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4월 18~19일 두 사람에게 '현 시점 에코프로 매수에 대한 생각'을 묻자 각각 "지금은 프리미엄을 주고 사는 것" "3배 이상 상승 여력이 있으니 60만 원대면 적절"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약 5년 뒤인 2027년 에코프로의 예상 기업가치(시가총액)를 다르게 추산한다. 김 연구원은 11조8000억~13조7000억 원으로, 이 부장은 47조~54조 원으로 본다. 두 사람의 전망치 격차가 이처럼 큰 이유는 대내외 환경과 수산화리튬 가격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이다.

김 연구원
"고속으로 달릴 때는 작은 방지턱만 나와도 차가 뒤집힌다. 2027년 에코프로비엠은 약 35조 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각종 리스크를 감안해 영업이익률 6.7%, 지주사 할인율 51%를 적용했다. 그러면 2027년 에코프로비엠이 에코프로에서 차지하는 지분가치는 5조8000억 원이다. 수산화리튬을 만드는 비상장 자회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매출은 수산화리튬 가격을 ㎏당 30달러로 계산한 2조9520억 원이다. 영업이익률은 4.5%로 책정했다. 지난해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기록한 35% 영업이익률은 단기간에 광물 가격이 10배 넘게 상승하면서 발생한 착시다. 이렇게 계산한 에코프로이노베이션에 대한 에코프로의 향유 가치는 2조8000억 원이다."
이 부장

"2025년부터는 글로벌 전기차 상용화에 따른 양극재 품귀 현상으로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또 양극재 기업은 현재도 영업이익 배수를 30~35배까지 보고 있다. 2027년 에코프로비엠 매출 35조 원에 이를 적용한 뒤 40% 지주사 할인을 해 에코프로의 향유 지분가치를 봐야 한다. 그러면 에코프로비엠의 지분가치는 약 16조~19조 원이 나온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매출은 수산화리튬 가격을 현 수준인 ㎏당 61달러로 계산한 6조 원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5%였고, 에코프로비엠과 유사한 미국 리벤트의 마진율도 44%였다. 2027년에도 영업이익률을 30~40%로 잡아야 적정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2027년 에코프로이노베이션에 대한 에코프로의 향유 가치는 26조~30조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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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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