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테크 인사이트⑧] 99달러 5G 스마트폰 올해 등장···세계 디지털 보편화 실현

박형곤 딜로이트 통신·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리더(전무) 2023. 4. 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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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가장 먼저 출시...이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동남아에서도 나올 듯

(지디넷코리아=박형곤 딜로이트 통신·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리더(전무))100달러 미만 5세대(5G)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나고 5G 도입이 더 가속화된다. 디지털 보편화 시대를 견인하는 소프트웨어, 광고, 콘텐츠 같은 산업도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맞을 것이다. 

5G는 커녕 스마트폰을 전혀 소유하지 않은 인구가 아직 세계에 수 십억 명이다. 비싼 가격이 가장 큰 장벽이다. 하지만 이제 세계 모든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소유할 날이 멀지 않았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2023년에 99달러짜리 5G 스마트폰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3년 스마트폰 총 판매량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 되겠지만, 세계 거의 모든 시장에 거의 모든 소비자들이 5G를 접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

이미 다수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와 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플래그십인 S 시리즈와 폴더블 플래그십인 Z 시리즈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중급형이라고 할 수 있는 A 시리즈에서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A7의 후속모델 포기하고 A5, A3, A1 위주로 제품 라인업을 간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근래 힘을 얻고 있다. 더불어 로우앤드 및 개도국 특화 모델인 M시리즈나 F시리즈의 모델 라인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인도와 같은 개도국 시장은 물론이고 이미 국내에도 10만원대 가격으로 출시된 적이 있다.

99달러 스마트폰의 신규 수익원

최신 모델에 1000달러를 선뜻 지불하는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99달러 짜리 스마트폰이 나온다 하면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5G폰은 아니지만 99달러 짜리 폰은 이미 판매되고 있다. 2022년 한 해 100달러 미만 휴대폰 8400만 대가 판매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48%는 아시아(중국 제외), 8%는 중국, 11%는 중남미, 8%는 아프리카에서 판매됐다.이들은 모두 3G 또는 4G 폰이지만, 딜로이트가 스마트폰 부품 가격을 분석한 결과 5G 스마트폰도 비슷한 비용에 만들 수 있을 것이다. 5G용 마이크로프로세서 가격이 유닛당 20달러 밑으로 떨어진다면 2023년 5G 폰의 자재값(BoM), 운송, 조립 비용을 모두 합쳐도 87달러에 그칠 것이다.

여기에 판매와 마케팅, 시설, 에너지 사용 등 기기 한 대 당 사업 운영 비용을 추가하면 스마트폰 한 대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127달러가 된다. 하지만 무선, 서비스, 콘텐츠 기반이 탄탄한 일부 기업들은 차액을 보조금으로 충당해 판매가 99달러짜리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이후 부품 가격이 더 내려가면 굳이 보조금이 필요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보조금에 기대 싼 값에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수익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휴대폰 판매에 따른 직접 매출 외 다른 매출원을 창출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등장했다.

기본 앱: 스마트폰 업체는 서드파티 개발업체의 기본 앱을 깔아주고 돈을 받을 수 있다. 과거 스마트폰 업체들은 기기 한 대 당 기본 앱 비용을 청구했으나, 이제는 성과 기반 결제 방식이 통용된다. 새 스마트폰을 받은 사용자가 전원을 처음 켠 후 셋업 과정에서 뜨는 해당 앱 다운로드에 동의하면 기본 앱이 설치되는 동적 사전설치(dynamic preload) 방식을 통해 해당 앱이 실제로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앱 개발업체로서는 CPI(cost-per-install, 설치 건수에 따라 과금하는 광고 비용) 결제 모델로 운영되는 사전설치 방식이 온라인 광고를 대체하는 실행 가능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 사용자가 해당 앱을 다시 사용하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안드로이드 폰의 경우 CPI는 평균 1.22 달러 수준이다.

광고: 선진국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사용 시 이어버드와 스마트워치 등 주변기기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99달러 짜리 스마트폰 구매자를 타깃으로 이러한 제품을 마케팅하려는 판매자는 거의 없겠지만, 다른 종류의 광고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현지 뉴스를 팝업으로 띄우면 사용자 클릭 수에 따라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콘텐츠: 게임, 클라우드 저장, 영화 및 TV, 뉴스, 건강, 쇼핑, 음악, 금융 등 자체 앱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선 통신사들이야말로 99달러 짜리 5G 폰으로 큰 수혜를 누릴 수 있다.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는 이미 일부 통신사들이 콘텐츠에서 거둔 수익을 자체 저가 4G 스마트폰의 보조금 지불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심(SIM) 잠금을 걸어 놓으면 강제적 로밍서비스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통신사들은 자체 스마트폰 브랜드에 보조금을 지불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앱스토어 통제: 대다수 국가와 대부분 스마트폰의 경우 iOS나 안드로이드 등 스마트폰 플랫폼에 사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앱스토어를 지정해 놓는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스마트폰 업체들이 성공적으로 자체 앱스토어를 운영해 앱 판매와 인앱 구매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렇게 얻은 수익으로 자체 스마트폰에 보조금을 지급해 다른 국가에서 판매되는 동일 기종보다 최대 40%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

국내 통신사의 경우도 시장 점유율 경쟁 측면에서 상당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구형 모델에 대해서는 더 큰 규모의 보조금이 집행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위의 다양한 추가 매출 기회로 인한 기기 가격 할인 가능성은 신규 모델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하다는 측면과 제조사가 통신사와는 별개로 추진가능한 사업 모델이라는 측면에서 기기에 대한 직접적 가격(출고가) 조정의 여지가 많이 있다.

99달러 짜리 5G 시장 잠재력은 크다. 스마트폰 업체가 됐건 통신사가 됐건 세계 최초로 99달러 짜리 5G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기업은 모든 이들에게 차세대 기술을 누리게 해줬다는 찬사를 받을 것이다. 99달러 짜리 5G 폰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대도시 지역에서는 어디든 5G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마트폰 업체들은 하드웨어 판매 손실을 자체 앱스토어와 서비스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 이어 곧바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도 99달러 짜리 폰이 출시될 것이다. 5G 인프라가 거의 없는 개발도상국들이 대부분인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서는 상당수 통신사들이 우선 5G 스마트폰을 대량으로 판매한 후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다. 이미 고객들이 미래에 사용할 스마트폰을 뿌려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 통신사는 5G 네트워크를 출범하자마자 이익을 거둘 수 있다.

통신사들이 5G 네트워크 사업을 꺼렸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저가의 5G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99달러 짜리 폰이 나오면 통신사들이 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할 것이다. 5G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1기가바이트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드는 비용이 4G보다 내려가기 때문이다.

5G 확산의 조건은 스마트 폰

5G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소비자들의 손에 5G 폰을 쥐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99달러 짜리라고 해도 대다수 인구에게 이는 여전히 높은 금액이다. 기기값 외에도 데이터 정기 요금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99달러 스마트폰 시장을 더욱 키우려면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신용금융시장도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은행 계좌가 없어 공식 신용 기록이 전혀 없는 인구가 29%에 달한다. 따라서 은행들로서는 이들 인구층에 신용을 제공하는 것이 위험이 높고 높은 프리미엄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은행들의 위험 노출 문제를 줄여줄 해결책이 등장하고 있다. 요금 지급이 되지 않으면 사용자에게 푸시 알람을 보낼 수도 있고, 그래도 요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원격 조정으로 기기 잠금을 할 수 있다.

중남미의 경우 원격 잠금 정책 도입시 연체율이 35%에서 11%로 떨어졌고, 기기 잠금 후 사용자의 83%가 15일 이내 요금을 지불했다. 평균 연체 기간이 수 개월에 달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이처럼 개발도상국에서는 많은 통신사들이 이미 모바일 결제와 뱅킹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고, 새로운 금융 창출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장기적 5G 전략을 수립할 때 여러 요인들간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우선 초기에는 네트워크 구축 비용이 발생하게 될 텐데 이를 위해 막대한 자본지출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인프라가 갖춰지면 5G의 데이터 전송 효율성이 4G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실제 발생 비용이 예상 비용보다 대폭 낮아질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관세 변동을 고려해야 한다. 관세는 결국 떨어지겠지만 불확실성 요소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5G 전주기를 조망하는 수익성 모델을 세우면 성공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99달러 짜리 폰으로 신규 고객을 얼마나 많이 유치할 수 있느냐, 그리고 기존 고객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소비할 것이냐를 정량화할 필요가 있다.

통신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저가 5G 스마트폰으로 신 사업모델을 탐색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러한 저가 기기들은 유선 인터넷 여건이 열악한 가계에 임시 고정 무선 접속 기기로 활약, 네트워크가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른 기기들도 초고속 광대역에 접속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

값싼 5G 폰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신흥시장의 통신사뿐만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민간 5G 네트워크를 테스트하려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상당히 많은데, 경쟁력 있는 가격의 5G 모뎀이 아직 범용화되지 않아 많은 시범사업들이 대기 상태다. 5G 스마트폰은 스마트 공장을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는 없지만 대규모 배치에 앞서 PoC에 활용되기에는 충분하다.

물론 99달러 짜리 폰을 1000달러 짜리 모델의 사양 및 출력과 비교할 수 없다. 99달러 짜리 5G 폰은 싱글렌즈 카메라에 저출력 프로세서, 부족한 저장 용량 등 사양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99달러 짜리 폰으로 5G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5G를 이용하는 이유가 고화질 동영상을 보기 위함이라면 싸구려 5G 폰은 무용지물이다. 저해상도 스크린은 리프레시 비율이 높은 4K HDR 콘텐츠를 제대로 재생할 수 없고, 끊김없는 시청을 위해 영상 파일을 내려받더라도 이를 담을 저장 공간도 충분치 않다. 

하지만 5G는 이 같은 주요 애플리케이션만을 사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5G는 현재 디지털 업무, 교육, 오락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수 백만 명의 인구에게 첨단 연결성(커넥티비티)을 제공함으로써 또 다른 가치의 봉인을 해제한다는 의미가 있다. 99달러에 그러한 가치를 얻는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박형곤 딜로이트 파트너

필자 약력

-전사/사업단위 성장전략 및 신사업/신규 시장 진출 전략 수립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선도 반도체/전자/미디어/통신 기업과 다수의 전략 및 M&A 프로젝트 수행

-현)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 파트너(전무), SBD(Strategy & Business Design) 유닛 리더 및 TMT(Tech, Media and Telecom) 산업 리더, 딜로이트코리아 TME(Telecom, Media, Entertainment) 섹터 리더

-전)부즈&컴퍼니, 모니터그룹 근무

박형곤 딜로이트 통신·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리더(전무)(hypark@deloit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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