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깡통전세’에···주택보증사고 절반 ‘다가구주택’에서 발생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다수 발생한 서울 강서구 빌라 밀집 지역. 한수빈 기자

집값 급락에 따른 역전세난과 전세사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올해 1분기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해 발생한 주택보증사고의 절반이 다가구 주택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계약 만료일까지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해야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지난달 임차권 설정등기 신청건수는 1년 전보다 4배 급증했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주택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 현황을 보면 올해 1분기 보증사고는 총 7974건으로 분기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2393건)과 비교하면 3배이상 늘어났다.

보증사고는 세입자가 전세계약 해지 및 종료 후 1개월안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전세계약 기간 중 경·공매가 이뤄져 배당 후 전세보증금을 받지못한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주택유형별로는 다가구주택이 3928건으로 전체 보증사고의 49.3%를 차지했다. 다가구주택은 집주인 명의의 1개 건물에 임차인이 7~10가구 이상 거주하는 형태로, 최근 집값 하락으로 보증금이 집값보다 많은 역전세가 늘어나면서 보증사고도 늘고 있다.

다가구주택 보증사고는 2017년 2건, 2018년 7건, 2019년 39건으로 큰 규모가 아니었다. 하지만 2020~2021년 집값 급상승기에 갭투자 매물이 늘어난 직후 지난해 집값이 급락하면서 6678건까지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만 벌써 지난해 규모의 58.8%에 달하는 보증사고가 났다.

다가구주택 다음으로 보증사고가 많은 주택유형은 아파트(2253건)였다. 특히 아파트는 올해 1분기 사고건수가 이미 지난해 1년치(2638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빌라’로 통칭되는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의 보증사고는 각각 1513건, 35건을 기록했다. 특히 다세대주택 보증사고는 지난해 1년치 사고(1972건)의 76.7%에 달해 빠른 증가속도를 보이고 있다.

보증사고가 늘면서 HUG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도 1분기에만 5683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변제액(9241억원)의 60%수준이다.

임차권등기명령 건수도 급증추세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3월 집합건물 임차권 설정등기 건수는 3474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3월(851건)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서울에서는 최근 ‘빌라왕’ 전세사기가 집중된 서울 강서구의 3월 임차권 등기 건수가 256건으로 가장 많았다. ‘건축왕’ 남씨 전세사기가 집중된 인천 미추홀구도 3월 현재 인천 지역 최대인 183건을 기록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