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령선 승차정원 110% 내로 제한했는데…경찰은 ‘만원 버스’ 못 본 체 [버스 입석 대책: 맹점짚기] (1)
3월 서울 상위 12개 혼잡구간 시내버스 탑승객 평균 살펴보면 사실상 위법
경찰은 "시내버스는 승차정원 별도 규정 없어 단속 근거 없다"고 주장
이해식 의원 "혼잡구간 맞춤형 버스 신설·증차로 혼잡도 줄여나가야"
출근시간대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부근의 중앙 버스 정류장. 이곳을 경유하는 파란색과 연두색 일반버스 뒷문에는 ‘위험, 승차는 앞문으로’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지만, 대다수는 승객이 가득차 그나마 입구가 넓은 뒷문으로 이용객들이 비집고 들어가기 일쑤입니다.
문 닫을 공간마저 부족해 수차례 뒷문을 여닫으며 승객을 ‘구겨 넣는’ 건 흔한 일입니다.
문을 닫으려고 시도할 때마다 나는 ‘삐’ 소리가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처럼 출·퇴근길 흔히 볼 수 있는 ‘만원 버스’ 운행이 위법 소지가 큰 데도 사실상 방치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태원 참사 후 안전을 위해 관련법에 따라 입석을 받지 않기 시작한 광역버스와 달리 일반버스는 여전히 입석 승객을 가득 채워 운행하고 있는데, 법적으로 무한정 허용된 게 아니었던 겁니다.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출퇴근길 승객은 이 같은 불편과 위험에도 버스를 타야하고, 기사들은 본의 아니게 법을 어겨가며 운행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시내버스 입석의 법적 근거 중 하나는 도로교통법 제39조와 시행령 제22조입니다.
도로교통법은 제39조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승차인원 등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안전기준을 넘어서 승차시킨 상태로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이에 따라 시행령 제22조는 “자동차의 승차인원은 승차정원의 110% 이내”라고 정해놓았습니다. 이를 어길 시 운전자는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 대상이 됩니다.
경찰청 교통안전과에 문의한 결과 시행령에 명시된 ‘자동차’에는 입석 금지를 시행 중인 광역버스뿐만 아니라 일반 시내버스(간선·지선)도 해당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원 초과를 판가름 할 기준인 ‘승차정원’은 여객자동차법 시행규칙 제12조에 따라 버스 회사가 사업면허 신청 시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야 하는 사업계획서로 정해진다는 게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시내버스 업계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승차정원은 자동차 등록증대로, 즉 제조사에서 정한 버스 제원대로 기입한다고 합니다.
현대자동차·자일대우버스·에디슨모터스·BYD 등 제조사의 중형 버스와 전기 버스 제원을 확인해본 결과 110% 적용 시 입석 포함 최대 59명(현대 ‘뉴 슈퍼에어로시티’)이 탑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상버스 도입률이 70.5%(지난해 12월 기준)인 서울에서 저상 시내버스로 주로 쓰이는 기종(현대 ‘뉴 슈퍼에어로시티 초저상’)의 정원은 입석 포함 최대 47명입니다. 110% 적용 시 52명까지 태울 수 있습니다.
취재 결과 지난달 평일 상위 12개 혼잡구간 기준 서울 시내버스 탑승객은 평균 67∼69명입니다. 서울시는 초과 운행 기준을 승객 63명 이상으로 잡고 있는데, 한달 동안 모두 3726회나 이를 넘어선 채 운행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안전을 위해 정해둔 도로교통법 정원 규정이 이처럼 만연하게 지켜지지 않는 상황임에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찰청 관계자는 “시내버스는 승차정원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아 단속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110% 초과 여부를 따지기 위한 정원 기준이 없어 단속할 수 없다는 논리인데, 이는 앞서 여객자동차법 시행규칙에 정원 근거가 있다는 국토부의 설명과 엇갈리는 해석입니다.
서울시는 버스 좌석 대비 승객 수를 대조해 애플리케이션과 정류장 전광판 등에 혼잡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버스별로 카드 탑승객이 좌석 수의 3분의 2 이상이면 ‘혼잡’으로 표시한다고 합니다.
경찰 역시 법령·시행규칙 기준에 따라 위험 수준 승객 인원을 산출하고 이를 근거로 안전 사고 방지 목적의 단속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인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혼잡구간 맞춤형 버스 증차로 이 같은 위험을 풀어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의원은 “2017년도 서울시는 혼잡구간을 쳇바퀴처럼 도는 ‘다람쥐 버스’를 도입해 지금도 운행 중”이라며 “예비 또는 단축 차량을 투입하는 방식인데, 다람쥐 버스의 증차와 노선의 확대를 통해 예산 부담을 비교적 던 채 혼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신성철 기자 ssc@segye.com, 윤성연 기자 y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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