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영광 누린 영화감독, 마약중독 애인에게 바랐던 것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76] 영화 ‘페인 앤 글로리’
60대의 살바도르 말로(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아픔을 느꼈다. 4년 전엔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2년 전엔 척추 융합 수술을 받았다. 그 어느 것에서도 회복되지 못했다.
성공한 영화감독인 그는 수백만명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하는 데 천부적 재능을 지녔지만, 지금은 자기 마음 하나 다스릴 수 없다. 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서 있다가 앉을 때는 몸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무릎에 베개를 받쳤는데, 이 역시 유쾌하지 않은 기분을 남겼다.
신작 아이디어가 떠올라 열심히 쓸 때도 있었지만, 남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노트북엔 미공개 작품만 쌓였다. 종착지를 앞둔 승객처럼 그는 인생에서 하차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젊은 시절을 지나버린 인생은 단지 구색을 맞춰두기 위해 붙여둔, 재미없는 부록 같은 것일까. 몸은 쇠약해지고, 사랑했던 이들은 하나둘 떠나는 고통의 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일까.
물 아래에서 그는 곧장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접속된다. 살바도르가 회상하는 빈궁한 시절에 어머니는 냇가에서 세탁물을 빨았다. 저택에서의 수영과 여러 요소가 대조된다. 그곳엔 인공조명 대신 햇살이 비췄다. 지금은 저택의 넓은 수영장에서 쓸쓸하게 수영하고 있다면, 그때는 빨래터에 나온 이웃 아주머니들이 살바도르에게 말을 건넸다. 그리고 4년 전 본인 곁을 떠난 어머니가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패한 사랑의 추억도 그렇다. 청년기에 그는 연인과 장기간 여행했던 기억이 있다. 두 사람의 사랑으로 가득한 시간이었으나 연인은 마약에 중독돼 그를 괴롭게 했다. 살바도르가 평생 쓸 영화적 영감을 마드리드 여행에서 얻고 다니는 동안, 연인은 침대에 누워서 신음했다. 성심성의껏 돌보면 연인을 중독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이렇게 돌아본다. “나는 사랑이 그의 중독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랑이 산을 움직일 수 있을지언정 사랑하는 이를 구원하기에는 부족했다.”
살바도르가 답한다. “네가 방해한 건 아무것도 없었어. 오히려 반대지. 너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채우지 못했던 내 삶을 채워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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