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믿겠나?…등록업체 58%가 분석전문가 1명

기술 역량 없는 업체 난립· 선거철만 운영 하기도

선거여론조사업체가 난립하면서 부실조사가 자주 공표되고, 업체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A여론조사업체는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결과 일부를 사실과 다르게 등록해 2020년 2월 1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 업체는 이후에도 같은 달에 여섯 차례 전국 또는 지역구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여론조사업체가 난립하면서 부실한 조사가 자주 공표되고, 업체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실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제'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조사·분석 업무 전문성이나 기술 역량을 갖추지 않은 영세 업체가 많다. 업계 전반의 인력 운용·전문성도 문제다. 선거관련 여론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등록업체 92곳 중 38곳(41%)이 상근직원 3명 이하로 운영되고 있고, 분석 전문인력은 1명인 업체가 54곳(58%)으로 절반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일부 정치권과 학계에서 선거 여론조사 품질을 높이고 신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체적 대안으로는 여론조사 공표 기준을 구체화하고 업체 등록·취소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폭넓게 거론된다.

장 의원은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치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선거 여론조사’로 포함해 선관위 규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개정안에는 응답률 5% 미만의 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작년 말 선관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10건 중 6건은 응답률이 5%에 못 미쳤다. 저조한 응답률은 조사 결과의 대표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취지대.

개정안은 또 1년 이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업체는 등록을 취소하도록 했다. 등록 업체의 39%(36곳)는 조사 이력이 전무하거나 2020년도가 마지막이었다. 상당수가 선거철 떴다방처럼 생겨난 업체들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한국조사연구학회는 지난 1월 여심위 용역보고서에서 “부실·영세 기관의 존재는 조사 품질의 하락과 신뢰성 저하,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며 업체 관리 기준 강화를 권고한 바 있다.

한편, 선관위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선거 여론조사업체 관리 강화 및 법안 개정 필요성에 동의 입장을 밝혔으나, 최근엔 과잉규제 우려를 내세우며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응답률 5% 미만 조사 공표 금지' 개정안은 현재 행안위 소위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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