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표정은 처음이야'...우리에게 정말 낯선 모습의 이정후 [유진형의 현장 1mm]

2023. 4. 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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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헬멧을 벗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이정후가 아무도 없는 구석에 자리를 잡고 혼자 앉았다. 그리고 초점 잃은 눈빛으로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동료들은 이정후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잠시 후 고개를 떨구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표정은 심각했고 기나긴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한 해법을 찾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키움 이정후가 또다시 1할대 타율로 떨어졌다. 21일 경기에서 SSG 김광현을 상대로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반등의 기미를 보였지만 22일 경기에서 또다시 무안타로 침묵했다. 결국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194(62타수 12안타)로 추락했다.

지난해 타격 5관왕(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점, 최다안타)과 리그 MVP를 차지한 뒤 올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선언한 이정후다. 지난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세계가 주목한 한국 최고의 타자였다. 그런데 올 시즌 초반 성적은 믿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다.

이정후 본인은 몸 상태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만큼 타격이 안된다. 잘 맞은 타구는 야수 정면으로 향하며 운도 따라주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정후의 타격 부진은 운이 좋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정후의 올 시즌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는 어떻게 될까.

BABIP는 홈런, 4사구, 삼진을 제외하고 배트에 맞아 페어존에 들어간 타구에 대한 타율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타구가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져 경기가 계속 진행될 수 있는 인플레이 상황에서 안타가 만들어질 확률을 나타내는 값이다. 선수의 역량에 따라 조금씩 다른 값을 보이지만 타격에서의 운을 판단할 수 있는 수치다.

올 시즌 이정후의 BABIP는 0.176이다. MVP를 탔던 지난해는 0.339였고, 통산 BABIP는 0.356었다. BABIP는 낮고, 타구 스피드는 작년보다 좋은데 타율이 안 따라오는 건 결국 운이 없어서라고 볼 수도 있다. 사실 이건 일종의 멘탈 트레이닝이다. 슬럼프가 극심한 이정후 같은 경우에 BABIP 수치로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길어도 너무 길어지는 슬럼프에 이정후가 지쳐가고 있다. 심적으로 얼마나 힘든지 더그아웃에 앉아있는 그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이정후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 이정후 같은 선수는 언젠가는 자신의 타격 페이스를 찾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의 표정을 보면 고민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데뷔 이후 이런 표정은 처음이다.

[더그아웃에서 초점 잃은 눈빛으로 그라운드를 보고 있는 이정후.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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