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딱 1500여명 있는 ‘점역사’…어떤 일 하나
통역사로 활동 “통로자 역할 충실히”
‘점역사’는 시각장애인의 통역사다. 일반적으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를 만드는 사람을 이르는데, 공식직업군이나 자격증 명칭은 ‘점역교정사’이다. 국내에 1500여명 정도가 점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충남 천안에 있는 나사렛대학은 재활복지 분야에 특성화돼 있는데 특별한 업무를 수행하는 교직원이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점역사로 박경화씨(39)가 그 주인공이다. 박씨는 1997년 이 대학 점자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점역교정사 3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2012년 나사렛대 재활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2014년부터 장애학생지원센터 교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신장 장애를 가진 그는 나사렛대에서 9년째 점역사 업무를 맡아 시각장애학생 수업에 필요한 교재와 수업자료, 강의노트, 중간·기말고사 시험지, 읽고 싶은 책 등을 점자로 점역해 주는 업무를 맡고 있다.
박씨는 나사렛대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인 20여명을 위해 연간 500~600권 책·교재·강의자료 등을 제작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수업이 진행되면서 시각장애학생의 학습권이 축소될 당시에도 그는 장애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강의 교재 및 노트를 만들어 지원했다. 그는 시각장애학생들이 자격증 시험이나 교원임용시험 등에 응시하는 경우에도 필요한 자료를 제작해 준다.
시각장애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면서 지역사회의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명함’을 만들어 지원하는 활동도 한다. 동네 지도를 점자로 제작해 보급하는 운동도 펼치고 있다.
박씨는 23일 “사회의 시선 속에는 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서 “내가 꿈을 갖고 있듯이 모든 장애인들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학생들이 꿈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통로자’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다. 박씨는 “우리 학교의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유형별로 학습을 지원하고 장애학생을 위한 정보화 교육을 실시하는 등 학교 안에 정보소외계층이 없도록 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나사렛대 관계자는 “점역사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활동하는 점역사 수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점역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 커져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지적이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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