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한 날씨 탓에 면역력 떨어지면 ‘이 질환’ 기승

권대익 2023. 4.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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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이상 98~100%, 대상포진 유발 ‘수두 바이러스’ 보유
심한 일교차와 들쭉날쭉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A씨처럼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에 걸린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직장인 A(46)씨는 최근 갑자기 허리에 칼이나 바늘로 계속 찌르는 듯한 참기 어려운 통증이 생겨 정형외과를 찾았다. 일전에 허리디스크를 앓았던 A씨는 최근 무리한 업무로 인해 디스크가 재발했다고 여겨서다.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했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허리와 배에 띠 모양의 물집까지 생겼다. A씨는 대학병원 피부과를 찾아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일교차가 심하고 들쭉날쭉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A씨처럼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帶狀疱疹ㆍherpes zoster)’에 걸린 사람이 늘고 있다. 20세 이상의 98~100%가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수두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대상포진은 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평생 한 번 걸린다.


◇몸속 잠복 수두 바이러스 활성화로 발생

대상포진은 수두를 앓았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한 사람의 척추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돼 통증과 함께 피부에 발진과 수포가 생기는 질환이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바이러스가 활동하는 신경을 따라 붉은 띠 모양(帶狀)의 수포와 함께 산통(産痛)이나 수술 후 통증보다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그 뒤로 물집은 10~14일 동안 고름이 차면서 탁해지다가 딱지가 생기고 아물게 된다. 드물게 피부 발진 없이 통증만 호소할 때도 있는데, 이럴 때에는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대상포진의 대표적인 위험 인자는 나이와 면역 저하다. 대상포진은 주로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한다. 나이가 들며 면역력이 점차 약해지는 게 원인이다. 대상포진 환자의 절반 이상이 50세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김도영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최근에는 40대 등 젊은 환자도 적지 않으며 과로나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젊은 층에서도 대상포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많으며,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질환을 앓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대상포진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과로ㆍ스트레스ㆍ다이어트 등도 원인일 수 있다.

치료는 항바이러스제와 소염제, 진통제 등으로 이뤄진다. 발병 초기에 발견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함으로써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피부 발진이 시작되고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피부 병변이 빨리 가라앉고 급성 통증이 나타나는 기간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대상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상포진 후 신경통’ 후유증 위험

대상포진의 피부 발진과 통증은 완치되거나 호전되지만 60대가 넘으면 합병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60세 이상 40%, 70세 이상 50%가 대상포진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란 피부 병변이 호전된 후 혹은 병변이 발생한 지 1~3개월이 지난 후에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계속되는 것을 말한다. 만성피로, 수면장애, 식욕부진, 우울증, 시력장애, 신경마비, 뇌수막염, 폐렴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피부 발진이나 통증이 심한 환자, 얼굴 마비와 통증이 온 환자, 38도 이상 고열이 동반된 환자, 여성과 60세 이상 환자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한 번 만성화되면 치료가 어려울 때가 많아 발병 초기에 신경 손상을 막고 신경 재생을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환자 스스로 통증 원인이 대상포진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피부 질환이나 증상이 없어 감기 등 다른 질환으로 착각할 수 있다.

발진이 나타나면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발진ㆍ통증 회복 속도가 빨라지므로 대상포진이 의심되면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는 초기 감염이 확장되지 않게 하고 감염 기간을 단축하는 약물 치료와 신경 차단 요법을 병행하는 등 부담이 적은 것부터 진행된다.

통증이 심하면 항바이러스제, 항우울제 및 항경련제 등 투여와 함께 경막외신경차단을 시행한다. 경막외신경차단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피부 수포의 건조화 및 신경통 발생 빈도를 줄이면 통증이 완화될 수 있다.

조인해 고려대 안암병원 마취통증학과 교수는 “통증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사라지거나 50% 정도의 환자는 3개월 이내 호전된다”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생기면 치료가 매우 어려워진다”고 했다. 조 교수는 “환자의 면역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상포진 환자 3명 중 1명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 만큼 적극적으로 통증을 줄이고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평소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영양 섭취와 운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대상포진은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있다. 50세 이상 성인이라면 접종 가능하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으로 90% 정도 미리 막을 수 있고, 대상포진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 위험을 낮추고 통증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대상포진을 앓은 사람도 재발 우려가 있으므로 완치 후 1년이 지나 예방접종을 하면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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