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광고 논란 프로모션 BJ' 시대 끝났지만..."유튜버와 상생" 강조하며 대안 찾는 게임사들
'프로모션 BJ' 제도 사라지지만 인터넷 방송 홍보는 지속
넥슨이 지난달 8일 개최한 '넥슨 크리에이터즈' 설명회에 사전 신청한 인터넷 방송인 50여 명이 몰렸다. 지난해 8월부터 '히트2'에 시범 도입한 이 시스템은 이용자가 후원할 방송인을 선택하고 결제하면 금액의 일정 비율을 방송인에게 주는 방식으로 '수익 나눔'을 한다.
넥슨은 이 자리에서 '히트2' 때 운영 성과가 컸다며 앞으로 이 제도를 신작 '프라시아 전기' 등 다른 게임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참여한 253명의 크리에이터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얻은 방송인은 2억8,000만 원이고, 5,000만 원 이상 수익을 얻은 방송인은 17명으로 집계됐다"며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기간에 채널 구독자가 꾸준히 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가 방송인 직접 선택해 후원... "함께 성장" 강조한 넥슨·위메이드
주요 게임사들이 지난해 뒷광고 논란까지 불거진 '프로모션 BJ' 제도를 접은 이후 게임업계에선 '넥슨 크리에이터즈'처럼 방송인을 끌어들일 새 후원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방송을 본 이용자가 직접 방송인을 선택해 후원금을 주는 방식이다.
위메이드는 27일부터 서비스하는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신작 '나이트 크로우'에 'SSS펀드'라 불리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①게임의 과금 결제를 마친 게이머는 ②결제 금액 규모에 비례해 '시드'를 받는데 ③이 시드를 후원하고 싶은 방송인에게 전달하면 ④해당 방송인이 적립된 시드를 현금화할 수 있다. 넥슨 크리에이터즈와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취지는 같다.
이 시스템에는 구독자 100명 이상의 방송인은 신청만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여 방송인은 게임 관련 방송과 영상 업로드 등을 거쳐 게임사로부터 쿠폰을 지급받고 이를 시청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홍보에 참여할 수 있다. 두 회사는 공통적으로 "이용자와 방송인이 함께 성장하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게임업계 내에서는 좋은 시도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①이용자 입장에선 자기가 원하는 방송인을 선택해 후원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유료 광고에서 불거졌던 투명성 논란의 부담을 덜 수 있다. ②방송인 입장에선 방송 기회를 늘리고 특정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할 요인이 생긴다. ③게임사는 큰 액수의 광고비를 먼저 지급하는 대신 방송인의 홍보 성적에 따라 자동 지급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윈윈이 된다.
다만 적용된 게임들이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이 적용된 MMORPG이기 때문에 게이머들로부터 돈을 계속 내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 구조 자체는 여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출혈경쟁된 '프로모션 BJ' 조용히 접은 게임사들
사실 기존 '프로모션 BJ' 제도는 잡음이 많았다. 방송인에게 광고비를 미리 주고 라이브 방송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게임을 홍보해 달라고 요청하는 형태였다. 이것이 한국식 '전쟁 MMORPG' 게임 마니아층의 불만을 샀다. 방송인이 일반 이용자에 비해 많은 혜택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이유였다.
이용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기존 프로모션 BJ 체제에서 방송인은 지급받은 광고비를 들고 '뽑기' 등 게임 내 아이템을 사는 데 쓰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게임사가 사실상 방송인과 그 지지 세력을 돕는 꼴이 되고 적대 세력은 이들과 경쟁하면서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들은 이 구조를 지적하며 "내가 낸 돈(과금)이 광고비로 BJ 세력의 캐릭터를 키워서 나를 때리는 꼴"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실 게임사 입장에서도 프로모션 BJ 제도 때문에 애를 먹었다. 광고를 하면 효과는 분명하니 매출은 늘어났지만 광고비 지출도 많아 정작 수익성은 줄어드는 '출혈경쟁'의 양상이 나타났다. 그렇다고 프로모션을 접기도 어려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정 게임의 프로모션 광고를 받은 방송인이 광고를 집행하지 않은 게임을 비난하는 일이 많아졌고 매출에 영향이 컸다"고 회고했다.
결국 주요 게임사들은 비판이 집중적으로 나온 지난해 하반기부터 프로모션을 서서히 접기 시작했다. 뒷광고 논란이 발생하면서 트럭 시위까지 열린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 '리니지W' 등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을 멈췄다. 카카오게임즈도 '오딘'의 프로모션을 중단한 데 이어 3월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에도 "BJ 프로모션 계획이 절대 없다"고 알렸다.
신작 '바람몰이'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인터넷 방송
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인터넷 방송인을 통한 홍보를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신작 게임이 자리를 잡으려면 초기 바람몰이가 중요한데 새로운 미디어에 민감한 게이머 특성을 감안하면 인터넷 방송인을 통한 홍보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특히 좋아하는 방송인이 게임을 하고 가이드를 제시하면 따라 플레이하는 시청자들이 나오기 때문에 새 이용자를 늘리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방송과 연계하는 홍보 방식은 직접 광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선 일정 시간 특정 게임 방송을 시청하면 게임 내 아이템을 제공하는 '드롭스' 시스템이 있다. 넥슨의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등이 이를 통해 특별한 아이템을 공짜로 나눠주면서 방송인과 시청자가 게임을 하도록 유도했다.
방송인과 장기적 관계를 맺는 것도 방법이다. 넷마블이 운영 중인 '파트너 크리에이터'는 유명 유튜버를 통해 광고를 내는 대신 성장 가능성 있는 유튜버를 뽑아 유튜브 트렌드를 제공하고 넷마블 게임을 먼저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준다. 유튜버에게는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게임사로서는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정보 전달 및 홍보 효과를 노린 셈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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