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바로 입자"는 서정진, '우주로 가겠다'는 정의선
[편집자주]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재계 '총'수들의 한주의 현장 활동을 '총'정리하고, 그들의 행보('총총'걸음)에 담긴 의미를 해석해 한국 기업들이 나아갈 길을 점검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주 재계 총수들은 이번주 있을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준비하는 듯 정중동의 모습을 보였다.
대외 행사는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내부적으로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시 미국 내 경제계와의 협력 현안을 점검하는데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서도 전기차와 우주산업에 관심은 여전해 많은 총수들이 이와 관련한 활동은 계속 이어갔다.
이외에도 특히 지난주 눈에 뜬 총수는 회사 내 복장 규정 및 근무태도를 지적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다. 자율 복장에까지 관여하느냐는 일부의 의견도 있지만 직장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으로 당연한 얘기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인들과 동행하는 행사가 두드러진다.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한 것은 물론 각종 기업 투자 관련 행사(디스플레이, 전기차 공장 등)에 대통령의 참석이 눈에 띈다.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의 미국 국빈방문 행사도 역대 최대인 122명의 경제인이 함께 한다. 이를 위한 내부 점검에 시간을 보낸 기업 총수들은 지난 주 드러나는 활동은 줄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금요일 거의 매주 출석했던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1심 재판이 없었다. 이 재판은 내달 26일 이전까지는 일정이 잡힌 게 없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당분간은 기업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대통령의 방미 일정 외에도 장기 해외 출장 등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한달간 활발한 기업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그룹 총수의 역할을 함께 수행한 한주를 이어갔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경기남부청소년자립지원관에서 '다함께 나눔 프로젝트' 행사를 가졌다. 위기 청소년의 자립을 도울 수 있도록 SK는 마음건강지킴이 버스 5대를 기증했고, 동참한 신한은행은 7억원을 후원했다.
앞서 18일에는 알프레도 카를로스 바스쿠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와 함께 '2022-2023 KBL 플레이오프 4강 서울 SK 나이츠와 창원 LG세이커스 3차전 경기를 관전했다.
최 회장이 참관한 이날 3차전에서 SK는 85-84로 접전 끝에 1점차 승리를 거둬 '승리의 요정'(전희철 SK 감독의 말)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이날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와 함께 경기를 관전한 것을 두고 전기차의 핵심소재인 리튬 매장량 세계 3위인 아르헨티나와의 자원 협력의 의미라는 해석과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지원해달라는 의미의 동행이라는 해석 등이 나온다.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로봇과 자율주행 전기차에 빠져 있는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은 이번에는 우주로 눈을 돌렸다.
지난 20일 현대차 그룹은 우주분야의 최고역량 갖춘 국내 연기기관과 달 탐사전용차량(로버: Rover) 개발모델 제작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달 표면 탐사가 가능한 차량 개발까지 약 4년의 시간을 예상하고 2027년까지 실제 달로 보낼 수 있는 완성 로버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우주 산업의 경우 초기 투자는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단기간에 실적을 내야하는 기업의 전문경영인 CEO 입장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10~20년 후의 미래를 보고 기업 총수가 의지를 갖고 해야 하는 사업이 우주산업이다. 이번 로버 사업의 경우도 사업성보다는 기술우위를 확보하려는 정의선 회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현대차가 강점을 갖고 있는 자율주행과 로봇기술을 우주까지 확장하는 것으로 우주산업은 현대차 그룹의 미래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지지난주 조용한 모습을 보였던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주 LG화학 청주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생산라인을 살피는 등 미래성장동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차전지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얼마만큼 확보하느냐가 최근 배터리 공급이 부족한 이 시장에서 우위를 갖는 핵심요인이다.
구 회장이 청주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선도적 경쟁 우위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SDI와 SK온과의 경쟁은 물론 중국 CATL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LG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통업계의 대표주자인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주 아들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와 하와이를 찾았다. 롯데가 후원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 대회의 호스트 자격이다. 올해 LPGA 투어 6번째 대회인 롯데 챔피언십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미국 하와이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에서 열렸고 우승은 호주 교포인 그레이스 김이 차지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 상무의 이번 해외행사 동행은 경영수업을 통한 후계구도를 구축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최근 경영복귀 직후 직장내 근태(근무태도)와 관련한 지시를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자유복장이 허용되던 셀트리온에서 전 계열사에 '직장인의 기본 소양 지키기 캠페인'을 하면서다. 셀트리온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에서 복장 규정이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트레이닝복 등 근무에 적절하지 않은 복장은 자제하는 것이 좋고, 근무시간에 카페테리아에서 장시간 노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들도 다수다.
초기 비판 여론과는 달리 현재 댓글 여론은 서 회장에게 우호적인 반응들로 돌아서고 있다. 회사가 동호회가 아닌 이상 직장인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근무 복장과 태도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또 옷을 자유롭게 입는다고 창의력이 발휘되지는 않는다는 의견들도 다수다. 단정한 옷차림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회사 내에서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의 소리도 나온다.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셀트리온의 '소양 캠페인'은 직장인들 사이에 핫이슈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계 서열 20위(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자산 기준)인 중흥그룹의 정창선 회장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대구상공회의소(회장 이재하)를 찾았다. 제 10차 동서경제교류협의회를 열어 경제계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동서경제교류협의회는 1998년 광주상의 의원단이 대구상의를 방문하면서 시작돼 2018년 공식 협의회로 발돋움했다.
재계 32위 교보생명의 신창재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안중근기념관에서 열린 '제20회 윤리경영 최고경영자(CEO) 서약식'에 참여해 적극적인 윤리 경영을 통해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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