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Zoom] '차르르~' 알작지 해변 몽돌소리 다시 들을 수 없을까
['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차르르~’
파도에 떠밀리는 동그란 자갈인 몽돌이 구르며 내는 ‘몽돌소리’.
몽돌소리하면 딱 떠오르는 유명한 곳이 제주에도 있었습니다.
제주시 내도동에 있는 알작지 해변입니다.
몽돌과 파도가 만나 독특한 풍광을 뽐냈던 알작지 해변이 이제는 그 모습을 잃었습니다.
개발 흐름을 타고 이곳 원형이 변해버린 탓에 몽돌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몽돌소리를 선물했던 알작지 해변, 옛 모습으로 다시 되돌릴 순 없을까요?
■ 신혼여행 명소였다는 알작지는 어떤 곳?
제주 방언으로 아래를 뜻하는 ‘알’, 돌멩이의 ‘작지’가 합쳐진 알작지.
여기에 밭을 뜻하는 ‘왓’을 붙여 마을 아래쪽에 있는 자갈밭을 의미하는 알작지왓으로 불리기도 했죠.
지명대로 돌이 유명했습니다.
이 몽돌들은 한라산 계곡에서 부서진 바위 조각들이 오랜 세월 무수천과 외도천을 따라 물에 의해 바다까지 흘렀습니다.
또 이 바위 조각이 파도를 맞으며 둥글게 다듬어졌고, 내도동 알작지 해변까지 흘러 왔습니다.
길이 400m, 폭 10m 규모의 알작지 해변에 드넓게 깔린 동그란 자갈이 파도에 쓸리며 몽돌소리를 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습니다.
과거에는 예비 신혼부부가 이곳에서 웨딩촬영을 하거나 신혼여행 명소로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독특한 풍광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제주자치도 향토유형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 향토유산으로 지정됐는데 어쩌다 명성을 잃었지?
알작지 해변, 이제는 지명이 무색할 정도로 몽돌이 사라졌고 예전의 모습도 잃었습니다.
사실 몽돌 유실 문제는 꽤 해묵은 ‘논쟁거리’입니다.
공식적으로 몽돌이 명확하게 어떤 원인으로 유실됐는지를 증명한 모니터링 결과나 연구가 현재까지 없다 보니 논쟁만 남아 있죠.
다만 주민들이 개발 이후 조류 흐름이 바뀐 탓에 몽돌이 사라졌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민들은 몽돌 유실 이유로 2007년 어촌정주어항으로 지정되며 알작지 해변 서쪽 바다에 설치된 방파제를 지목합니다.
방파제 설치로 물 흐름이 바뀌었고, 하천에서 굴러 들어온 몽돌이 알작지까지 못 온다는 겁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고영철 제주문화유산답사회 회장은 “방파제 영향도 있고, 해안도로가 생기면서 몽돌이 구르며 소리를 낼 수 있는 해변 면적 자체가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때문에 파도가 세게 일면 해안도로 밑 부분에 부딪친 파도가 힘을 여전히 유지하며 몽돌을 바다까지 깊은 곳까지 끌고 가버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알작지 해변에는 예년만큼 풍성한 몽돌이 보이지 않습니다.
■ 몽돌소리 되돌릴 대책은 없는 건가?
향토유형유산인 알작지 해변을 관리하는 부서가 제주자치도 세계유산본부에 있습니다.
몽돌이 유실됐으니 바다 속에 있는 몽돌을 건져 올려 해변에 가져다 놓든지 어떤 방법으로든 대책을 주문하면 좋겠지만 힘들어 보입니다.
정비 사업을 추진하려면 몽돌이 정확하게 어떤 원인으로 유실됐다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근거가 없습니다.
2015년 제주시가 관련 용역을 진행했는데 몽돌 유실의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제주자치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도 “알작지 해변 몽돌 유실 원인 규명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게 없다보니 정비 계획도 현재까지 없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전향적으로 대책이 추진돼 알작지 해변에 몽돌을 다시 채워 놓는다고 하더라도 몽돌이 충분히 구르며 소리를 낼 수 있는 면적이 많이 줄어들어 몽돌은 다시 바다 깊은 곳으로 사라질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몽돌이 구르는 옛 모습의 알작지 해변으로 복원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 우리가 지켜야할 몽돌소리 또 어디에 있지?
제주에 몽돌소리가 들렸던 곳이 또 있었습니다.
제주시 추자면 신양리 장작평사라고 불리는 해안가입니다.
500m 길이의 드넓은 해안에 몽돌이 깔려 있어 알작지 못지않은 몽돌소리가 났었습니다.
하지만 신양항이 조성되고 먼 바다에 방파제가 건설되면서 파도가 사라졌습니다.
몽돌이 있어도 파도가 없으니 몽돌이 구를 수 없게 된거죠.
고 회장은 “알작지 해변과 달리 몽돌은 남아 있지만 파도가 없어 몽돌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된 정말 아쉬운 해변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고 회장은 얼마 없는 몽돌소리를 간직한 해변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애월읍 신엄리에 커다란 크기의 몽돌이 풍성하게 깔린 해안이 있다. 제2의 알작지 해변이 나오지 않도록 이러한 소중한 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려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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