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리버버스는 '골병라인'을 구할 수 있을까

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2023. 4. 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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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골드라인. 황진환 기자


김포 골드라인은 경전철이다. 2량 1편성에 정원은 175명. 중전철인 서울지하철 3호선이 10량 1편성에 정원이 2500명 선이라고 하니, 수송용량은 14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김포 골드라인은 양촌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10개역을 지나는 동안 내리는 사람은 없고 타는 사람만 있다. 계획 당시 28만명이던 김포 인구는 한강신도시가 들어서면서 50만명을 넘어섰다. 골드라인이 '골병'라인이 된 이유다.

게다가 건설 당시 재정적 한계로 승강장은 2량 이상 확장을 할 수 없는 구조다. 폭발적 인구 증가를 예상 못한 근시안적 설계로 골드라인은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고 급기야 승객 질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까지 직접 나서서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골드라인의 살인적 혼잡도는 사실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었다. 원 장관이 닦달한 대로 한두달 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면 진작에 해결됐어야 했다.

버스전용차로로 해결될까


연합뉴스

버스전용차로 개설 문제만 해도 개화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구간 안에 지하차도가 있어 중앙차로는 불가능하다. 가로변 전용차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김포공항 가는 길은 도로 형태가 복잡하다. 고가차도와 사거리는 물론 가로변으로 이면도로와 건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곳곳에 있다. 버스전용차로가 생기면 우회전 차량들은 점선 구간에서만 1차선 진입이 가능해지는데 지금 상태로는 거의 대부분 구간을 점선으로 설치해야 한다는게 서울시 설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회전이나 건물진입 차량들은 어쩔 수 없이 버스전용차로를 침범하게 돼 전용차로는 법규위반을 양산하는 이른바 '과태료의 덫'으로 변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에 우회전 진행방식이 바뀌면서 우회전 차로의 체증 가능성은 더 높아진 상황이다.

섣불리 가로변에 전용차선을 그었다가는 일대에 더 큰 교통 혼란을 가져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다. 하지만 전용차로가 없으면 골드라인 대체재로 투입한 70번 버스의 정시성은 확보할 수 없다. 현재 출근길 70번 버스는 걸포북변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30분 남짓 소요된다. 골드라인 15분의 2배다. 그런데 여기에 버스를 추가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버스가 줄줄이 기차가 되는 풍경은 피할 수 없다. 전용차로를 만들 수도 안만들 수도 없는 상황. 그렇다고 5호선 연장이나 GTX-D라인은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그림의 떡일 뿐이니, 김포 골드라인 문제는 그야말로 현재로선 '노답'이다.

수륙양용버스의 역설


오죽 답답하면 관광용으로 쓰이는 수륙양용버스가 대안으로 나왔을까.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지라 결국 '도입 불가'로 가닥이 잡혔지만, 수륙양용버스가 거론되는 지금의 상황은 결국 유일한 대안은 '한강'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영국 런던 템즈강에서 운행 중인 리버버스. 서울시 제공


사실 영국 런던이나 미국 뉴욕 등에서는 수상 대중교통수단인 '리버버스'가 잘 발달해있다. 유럽 출장길에 동행할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런던 리버버스를 타보고 깜짝 놀라던 기억이 난다. 2019년에 건조한 신형 선박으로, 진동이나 소음이 거의 없고 기름 냄새도 나지 않자, 그 자리에서 한강에 리버버스 도입을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뉴욕에서도 한때 사라졌던 여객선이 지금은 'NYC 페리'라는 이름의 리버버스로 부활해 통근길 뉴욕시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2011년 이스트 리버 페리라인이 시범 개설된 이후 2017년에 2개 라인이 본격 운영됐으며 현재는 6개의 라인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만 610만명의 승객을 운송했다. (위키디피아를 참고했다.) 

한강 리버버스, 괜찮을까


물론 1년 이내 한강에서 리버버스를 운행하겠다는 구상 또한 여러 가지 검토돼야할 부분이 많다. 한강이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거의 경험하지 못한 이용객의 심리적 거리감은 물론이고, 여름철 태풍과 홍수, 겨울철 한강 결빙 등 기후 조건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또 한강 수상택시의 실패 원인으로 지목되는 한강 접근성 문제 등을 해결할 대책도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신곡수중보 때문에 행주대교 하류로 배가 더 내려가지 못해 김포 신도시 바로 앞에 선착장을 짓지 못하는 것도 극복해야할 문제다. 결국 김포 신도시 주요 지점에서 행주대교 남단 선착장까지 승객들을 싣고 나를 직통 셔틀버스를 운영할 필요가 생긴다.

서울시 관공선 '한강르네상스호' 선미에서 바라본 한강. 장규석 기자


그럼에도 행주대교 남단에서 여의도 선착장까지 소요시간 20분이라는 장점은 놓기 힘든 장점이다. 셔틀만 제대로 운행되면 9호선과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수송능력도 리버버스 1척의 정원이 200명대인 점을 감안하면 일반 버스보다 유리하다. 한강사업본부는 기존 선착장을 바로 이용할 수 있고, 선착장들은 부유식이라 필요하다면 다른 지점으로 이동도 가능하다고 한다.

NYC Ferry twitter. @NYCferry


뉴욕시는 NYC페리를 본격 운항하기 전인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로 일부 지하철 연결이 끊어지자 기반시설이 복구되는 7개월 동안 일부 구간을 페리(여객선)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대안 교통수단으로 리버버스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시기를 거친 셈인데, 실제로 이용객들이 늘어나면서 리버버스 본격 운항의 발판을 만들었다.

심각성을 더해가는 김포 골드라인에도 리버버스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이 우세하지만 서울시가 리버버스를 본격 운영하기 앞서 김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범적인 노선을 개발, 운영하는데 성공한다면 수상교통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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